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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 4285km, 이것은 누구나의 삶이자 희망의 기록이다
셰릴 스트레이드 지음, 우진하 옮김 / 나무의철학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난 한달여동안, 아니 느낌으로는 몇 일만에 와일드를 모두 읽었다.
난 "언니공동체"라는 카페에서 이 책에대해 듣고 호기심이 났지만, 사실 이 표지와 이야기는 아주 오래전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았다. 책이 나온지 아주 오래되었으니(약10년) 그럴만도 하다. 너무나도 솔직해서 '이래도 되는건가' 싶을 정도라는 리뷰를 읽고, '수필이 다 솔직하지 그럼 거짓이 있을 소냐. 솔직함이라는 것이 조금 솔직한게 있고, 아주 솔직한게 있을 수가 있나? 도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이 책의 특별함은 "솔직함"이라는 찬사가 따르는 것일지 궁금했다.
셰릴이라는 저자가 미국아래 맥시코근처부터 미국위 캐나다 근처까지 PCT라는 종단길을 걷는 내용이다. 나는 최근들어 '걷기'와 '등산'이라는 활동에 매력을 느끼고 있어서인지 그녀의 걸음과 여정이 궁금하기도 했다. 이러저러한 궁금증들이 나를 알라딘중고서점으로 이끌어 이 책을 검색하고 구입하는데 까지 이끌었다.
집에서 회사까지도 걸어가본적이 없는 나여서 도보여행이라는 것에 크게 공감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나는 너무 흥미롭고 재미있게 그녀의 책으로 도보여행을 느껴보았다. 생각보다 친절하고 선뜻 선의를 배푼 많은 사람들에 놀랐다. 책 표지 뒷날개에는 이미 나이가 들어버린 셰릴의 사진이 있었으므로 읽는 내내 그 얼굴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서 였다. 다시 생각해보니 그녀는 26살이었고, 험난한 산길에서는 당연히 매우 어린 여자아이로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여자이기때문에 당연히 겪을 불안과 공포등도 읽는 내내 선했다.
어린시절의 아버지에 대한 학대와 부재, 어머니의 불안한 낙천성(그것이 그녀에게 되려 독이되고 또한 약이되어준다) 가난과 저자의 치기어린 결혼. 그리고 엄마의 때아닌 죽음과 불륜, 마약 결국 이혼. 이 모든 것. 어린 그녀가 감당하기어려운 것이었을지 모른다. 특히나 그동안은 너무나도 낙천적이었던 엄마 곁에 있었으므로....
자신의 잘못을 하나하나 일일이 더 적어내려가고(영원히 박제되어 세상 모든 사람이 알게될텐데!!)
여행중에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솔직한 자신의 생각도(응큼한 생각을 품거나 한심하게 바라보던 그런 눈빛모두)
심지어 여행중 만난 하룻밤에 대한 상황묘사까지(앞으로 이여자는 결혼할 생각이 없는건가??!!!! 란 생각을 했다)
정말 솔직했다. 굳이 적지 않아도 되었겠지만, 적지 않았다면 이 책이 이만큼 인기가 있을 수는 없었을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이나 영원히 박제될 것 같은 치부는 남기기 싫어하니까.
이 책을 다 읽은 오늘,
사실 몇 페이지를 남겨두고 새벽에 불곡산을 올라갔다. 혼자.
겨우 해발 336미터이고 걸은 전체거리가 겨우 4.5키로라서 셰릴에게 비하면 (하루에 30키로를 걷는) 아무것도 안되는 걸음이지만 나는 이런 걸음이 생소한 경험이었고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다.
깜깜한(동트기전) 산을 오르며 그녀가 경험했을 공포도 아주 살짝 공감해보았고,
찬바람을 뺨에 맞아보며 영하의 눈밭을 걸었을 그녀의 강함도 아주 살짝 공감해보았다.
책 말머리에 결혼하고 아들과 딸을 낳은 자신의 상황을짧게 남겨두었는데 그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방황의 시간을 끝냈다. 미래는 여전히 불안하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달리 할 수있는 것이 없었고, 그녀는 그렇게 걸었고, 그녀가 꿈꾸었던 가정을 꾸리고 또 알 수 없는 길로 나아가는 중이었던 것이다. 과거의 치부책을 써내려가면서 말이다.
나도 생각해본다.
오십이 넘어 육,칠십정도쯤 되면 나의 치부책을 적을 수 있을까.
내 방황의 시기를 솔직한심정으로 적어내려갈 수 있을까 말이다.
내 인생에서의 방황의 시기가 언제였을 지는 아마 그때가 되면 좀 더 명확해 질 것 같다.
다만 바랄수있다면 그때 부디 후회하지 말기를.. 그것만 바랄 뿐이다.
누구든 그렇겠지만 나도 별 수 없지않은가. 삶은 계속되고 나는 그냥 계속 걸어가는 수 밖에...
인생이란 얼마나 예측 불허의 것인가. 그러니 흘러가는 대로, 그대로 내버려둘 수밖에 - P549
나는 몸을 굽혀 모래 위에 폴의 이름을 썼다.......(중략) ... 그렇지만 지금 이렇게 폴의 이름을 쓰면서 나는 이게 마지막이 될거라는 사실을 예감했다. 더 이상 폴을 괴롭히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알고 싶었다. 내가 폴을 떠난 건 실수였을까? 폴을 그렇게 대하면서 나 자신을 괴롭히고 있었던 것 아닐까? 내가나를 용서할 수 있다면 어떨까? 절대 저지르지 말아야 할 일을 해버리긴 했지만 그런 나를 내 스스로 용서할 수 있다면? 내가 새빨간 거짓말쟁이고 사기꾼이며 내가 저지른 짓에 대해 변명의 여지도 없지만, 단지 내가그렇게 하기를 원했고 내게 필요했던 일이라면? 정말 후회하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그떄와 똑같이 행동할 수 밖에 없다면? 그때 만났던 남자들을 사실은 내가 진짜 원했던 거라면? 마약이 내게 뭔가를 가르쳐주었다면? 그때 할 수 있었던 대답이 노가 아니라 예스가 최선이었다면? 모든 사람들이 내가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바로 그 일들 때문에 내가 지금 - P457
여기까지 와 있는 거라면? 아무것도 결코 되돌릴 수 없다면? 아니, 이미 내가 다 회복되었다면? - P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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