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세상을 보여주는데 그럴법하게 느껴져서 책 읽고 나니 뭔가 아득하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처럼 장자의 춘몽을 꾼것처럼

수브다니의 여름휴가 언니는 이제 어떤지 모르겠지만, 전 아직도 가끔 솜 인간이 되는 상상을 해요. 마음이 무거울 땐 펑펑 울어서 물먹은솜이 되고 기분 좋은 날은 햇볕에 바짝 마른 보송한 솜이 되는 거예요. 화가 날 땐 나 자신을 마구 때려도 되겠죠. 솜 인간에게는 자해든 자기 파괴든 조금은 덜 위험하고 더 보송한일이 될 거예요. 축축한 마음은 시간이 지나면 마를 거예요. 다시 산뜻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요. - P52
그들의 설명을 들으며 제 영혼을 모래처럼 빚고 또 흐르게놔두는 상상을 해보았어요. 함께 명상을 했죠. 저는 영혼의존재를 믿지 않지만, 그래도요. 그렇게 한참 눈을 감고 있으니까 어느 순간 제 몸이 모래처럼 흐르고, 입자들로 흩어지고, 바람을 따라 줄무늬를 그리는 것 같았어요. 재미있는 경험이었죠. 내가 어떤 존재다. 라는 인식은 어떻게 생겨나는걸까요? 저는 뭐가 되고 싶은 걸까요? 요즘은 그런 생각을하며 여기저기를 떠돌고 있어요. - P53
달고 미지근한 슬픔 실제로 단하는 벌들을 다룰 때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수만 마리 벌들 사이에 있으면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이 단하를 붙들었다. 평생을 품어왔던 부유하는 느낌, 이 세상에 없는 느낌, 그 공허함 속에서 단하를 세계에 단단히 붙잡아두는, 그래서 ‘살아 있다‘고 느끼게 하는 감각. 그 살아 있다는느낌이 통증과 동일하지는 않았다. 그건 양봉의 총체적인 감각에서 왔다. 하지만 통증은 그 총체에 분명 녹아 있었다. - P254
비구름을 따라서
종일 비 오는 곳만 졸졸 따라다닐 거야. 광합성은 안 할 거야. 내가 숨 붙어 있을 만큼만 몰래 할 거야. 비가 아주 잠깐 갤때만. 진짜 어이없네. 왜 굳이 그러는데? -음, 그건 아마도……………. 이연이 진지한 표정을 하더니 곧 장난기 어린 웃음을 지었다. 쓸모를 증명하라고 말하는 세계에 저항하려고. - P366
언젠가 이연이 말했었다. 어떤 세계에든 거기 속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는 거야. 밤하늘만 올려다보는 사람들이 있는거야. 그러니 서로 닿을 수 없어도 먼 곳의 별처럼 말해줄 수는 있겠지. 다른 가능성이 있다고. 그곳이 전부가 아니라고 - P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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