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옆집에 영국남자가 산다 - 유쾌한 영국인 글쟁이 팀 알퍼 씨의 한국 산책기
팀 알퍼 지음, 이철원 그림, 조은정.정지현 옮김 / 21세기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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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인과 한국 음식의 매력에 빠져 한국을 너무 사랑하게 된 나머지
햇수로 11년째 한국에 살고 있는 영국인이 서양인의 눈으로 한국을 바라본 책을 출간하였다.
무려 내년에는 한국 영주권까지 획득하게 될 정도로 외모만 영국인이지, 내면은 한국인이 다 되었다고 해도 무방할 작가이다.
이런 작가가 한국에 대해 책을 썼다니, 과연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 궁금했다.
외국인이 한국의 일상과 문화에 대해 이렇게 자세하게 쓴 책을 접한 기억이 없어서 더 신선했다.

작년에 영국 여행을 갔을 때,
사람들이 펍에서 맥주 한 잔을 주문해 바깥에 옹기종기 둘러 서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참 신기했었다.
우리나라라면 테이블에 벌써 소주 여러 병이 쌓여 있었을 텐데.
맥주 한 잔을 들고 그것도 밖에 서서 자유롭게 대화하는 술문화가 있다는 것이 낯설지만 재미있었다.
그들에게는 지극히 일상적인 것이겠지만 외국인의 시선으로는 한없이 신선했다.
작가 역시도 이런 애정을 담은 시선으로 대한민국을 바라보고, 즐거워 해 준다.
한국의 문화, 언어, 맛, 직장 생활, 연애까지 다방면에서 작가가 11년 동안 보고 느꼈던 것을 영국과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주는 책이다.

가장 인상깊었던 주제는 서양의 개인주의 사상과 우리의 집단주의 사상을 비교한 주제였다.
그 뿌리는 사용하는 언어에 있다는 것. 영어는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 100개 중 인칭 대명사가 11개나 있을 정도로
'주어'가 없으면 문장을 만들 수 없는 언어이지만 한국어는 '밥 먹었어?'처럼 주어가 없어도 문장을 만들 수 있고 의미가 통한다.
또 하나의 예로는 영어로는 '내 집'이라고 말하지만, 한국에는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언어가 사고 방식을 좌우한다고는 생각하지 못해 매우 흥미로웠다.
서로의 언어에서 비롯된 사고 방식의 차이를 알면 상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들의 대화에는 헬조선이라는 키워드가 심심치 않게 등장할 정도로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 작가가 내게 알려준 것은 새롭고 재미난, 내가 알고 있었지만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대한민국이었다.
또한 작가가 사랑하게 된 다이나믹한 한국의 면모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거기에 내가 좋아하는 영국의 문화는 덤으로.
대한민국에 사는 것이 지겹거나 해외로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읽으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을 만큼 즐거움을 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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