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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프 미 시스터
이서수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네 명의 성인이 거주하는 집에 단 한 명도 돈을 벌어오는 사람이 없다니.'
주인공 수경은 부모님과 남편, 두 명의 조카들과 좁은 집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 한때 집안의 경제적인 부분을 도맡았던 수경이지만, 어느 날 동료가 자신의 술잔에 수면제를 섞은 이후로 일을 그만두고 사람과의 만남을 일체 줄여왔다. 그러나 수경은 차츰 위기의식을 느끼기 시작한다. 수경을 돌보기 위해 일을 그만 둔 여숙, 사기를 당해 전재산을 날린 천식, 4년 전 주식으로 돈을 벌겠다며 일을 그만두었지만 이렇다할 성과 없이 마이너스만 기록하는 우재.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수경은 플랫폼을 통해 배달 일을 시작하고, 이를 시작으로 나머지 가족들 또한 차례로 플랫폼 노동에 뛰어든다. 헬프 미 시스터는 플랫폼 노동에 종사하는 가족의 이야기다.
-이서수 작가의 소설을 읽다보면 내가 살고 있는 시대를 인식하게 된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 다 힘들게 살아간다는 사실이 용기와 위로가 되는 시대. 그런 시대에서는 단점이 분명하게 존재하는 열악한 노동이 유일한 도피처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헬프 미 시스터』에서는 인물들이 어느 세대에 속하느냐에 따라 플랫폼이 갖는 의미는 달라진다. 이 책에는 각기 다른 세대에 속하는 여성 인물 여숙, 수경, 보라, 은지가 한 공간에 모여 각자 상념에 잠기는 장면이 등장한다. 소설이 각자의 머릿속을 차례로 들여다보는 장면은 롱테이크로 촬영된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가장 마지막에 생각의 공을 받아든 은지는 틴챗을 통해 판매한 자신의 사진이 공적인 사이트에 전시되는 불행만 미래를 상상한다. 소설은 '기적이라고 생각하면 정말로 모든 게 기적이 되는 건지도 모른다'라며 작게나마 희망을 내포하며 마무리 된다. 그렇다면 은지는 어떻게 되는 걸까?
'틴챗'은 소설에 등장하는 가상의 어플로, 원래는 청소년들의 소통을 위해 개설되었지만 지금은 미성년자와 접촉하려는 성인들로 드글드글한 공간이다. 이서수 작가님의 소설은 현실과 가까이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결말에 다다른지 한참 된 지금까지도 내내 은지가 걱정된다.
'나는 살아봤잖아. 틴챗 있는 시대에 여중생으로 살아봤잖아. / 시간이 흐르고 흘러도 이름만 바뀐 또 다른 틴챗에 아이들은 끊임없이 빠져들 거고........ 그걸로 봐. 어른들은 돈을 벌고 있잖아.'
-플랫폼 노동과 정규직의 비정규직화, 여성 대상 약물 범죄와 미성년자 성착취 문제, 도박에 빠지는 청소년들과
주식, 노인을 배제하는 첨단 사회와 노후대책 문제. 이 소설은 현실의 총체가 아닌가..! 그런데 묘하게 비현실적인 느낌이 드는 이유는 소설에 등장하는 가족들이 단란하기 때문인 것 같다. 『헬프 미 시스터』의 가족 구성원들은 서로를 힐난하지 않고, 함께 앞으로 나아간다. 단란한 가족 이야기는 오랜만이라서 놀랍기도 했고 반갑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