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으로 있어줘
고니시 마사테루 지음, 김은모 옮김 / 망고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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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 인생에서 추리소설이나 스릴러소설을 읽는 것이 가장 행복한 취미이다. 


나는 사실 재밌는 소설들을 구매하기 위해서 일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알라딘에 월급을 제일 많이 쓰는거 같다...ㅎㅎ 


그 중에서도 일본 추리소설을 가장 즐겨 읽는데, 아무래도 일본에서 이 분야 신간들이 많이 나온다. 그리고 일본어는 번역된 책을 읽어도 크게 어색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여러 작품을 읽으면서 책을 읽고 나면 작품이 어땠는지 이래저래 생각해본다. 


<명탐정으로 있어줘> 라는 책은 진심으로 즐거운 독서였다. <에블린 휴고의 일곱남편>과 더불어 올해 가장 재밌었던 책들 중 하나다. 


코지 미스터리에 가깝다고 느껴지는 이 옴니버스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인물에 있다. 일단 치트키에 가까운 인물인 할아버지가 있다. 순수하지만 사랑스럽고, 치매로 인해서 조금은 안쓰러움을 느끼게 해주는 인물인 할아버지는 비상한 통찰력으로 사건을 하나씩 척척 해결해나간다. 이 책의 명탐정을 보고 할아버지가 떠오른다면 기쁠 것 같다고 작가가 말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읽는 내내 사랑하는 외할머니가 떠올라서 계속 미소 지었다. 


그리고 착한 심성의 할아버지 바라기 주인공 손녀딸도 참 매력적이다. 파란 호랑이 이야기에도 정신없이 귀 기울이는 주인공을 어찌 매력없다 할 수 있겠는가! 


또 이 소설의 2번째 치트키인 사키라는 인물도 매력이 어마무시하다. 

주인공과의 첫 만남이나 대화 장면을 읽고 있으면 남녀 사이 대화 케미가 맞는다는게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다. 미스터리 팬으로서는 이런 장면들은 한 번쯤은 상상해보지 않는가? 동성이든 이성이든 이 주제에 대해서 맥주 한 잔하며 작가나 작품명을 마구 풀어내며 마음껏 이야기해보는 상상. ㅋㅋ


이런 인물들 뿐만 아니라 각각의 스토리도 상당히 참신한데, 예상했던 대로 흘러가는 사건이 없다. 몇몇 스토리는 플롯만 놓고보면 살짝 억지스러울 수도 있는데, 소설 속에서는 그다지 어색하지도 않고, 억지스럽게 전개되지 않는다. 작가의 역량이겠지.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었던 에피소드는 요리주점의 "밀실"과 수영장의 "인간 소실"이다. 너무 흥미진진해서 빠르게 읽어나가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게 없었다. 

 

그리고 작가는 <유리탑 살인>처럼 미스터리 팬이라면 알 수 밖에 없는 클래식한 작가와 작품들을 하나씩 풀어 놓는데, 몇 가지 소설은 꼭 읽어보고 싶어서 노트에 정신없이 적어뒀다. 

이런 의미에서 사실은 작가가 "세토가와 다케시"였던 게 아닐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좋았던 것은 역시 결말이다. <미녀일까 호랑이일까>로 남겨둔 결말. 

이건 정말 리들로 남겨 놓았을 때 완벽한 내용이 아닌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는 텐션을 그대로 이어가서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너무 행복했다. 


참고로 많은 사람이 그럴 듯 하지만 나는 사키파다. ㅋㅋㅋ 너무 매력적이자나!


-2023. 9. 29. 추석 당일 날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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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입가에 미소를 띄게 하는 장면,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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