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수의사의 자연일기
다케타즈 미노루 지음, 김창원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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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수의사의 자연일기』

자연의 경이로움과 생명의 움직임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황홀한 기분을 선사하는듯하다. 구름이 둥실둥실 떠있는 어느 선선한 오후, 겨우내 묻어두었던 도토리를 꺼내 먹기 위해 식욕이 왕성하게 오른 다람쥐는 초록빛으로 가득 찬 산과 들을 통통 튀어 다니고 오목눈이 부부는 천적으로부터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교묘한 위장술을 부려 왕머루 덩굴 속에 둥지를 짓는다. 이토록 조그맣고도 앙증맞은 동식물들의 움직임이 광활한 대자연 풍경과 함께 사계절에 걸쳐 각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데 어릴 적부터 자연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저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이야기라 그런지 문장 곳곳에 사랑이 묻어있는 느낌이었다. 또한 생동감 넘치는 사진들이 더해져 마치 한편의 다큐를 보는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는 에세이였다.

차가운 겨울 설산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발걸음이 너무나 안쓰럽지만 한편으론 귀여운 마음이 드는 다람쥐의 모습을 생생히 담아낸 다큐멘터리 the람쥐를 감명 깊게 봤던 터라 이 책이 조금 더 인상 깊게 다가오지 않았나 싶다. 바다 건너 홋카이도에 사는 작은 생명들을 단 한 권의 책으로 만나볼 수 있다니 참으로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날아다니는 풍뎅이를 잡기 위해 허리를 꼿꼿이 세운 모습이 마치 춤 연습하는 모습을 연상시키는 새끼 여우부터 탐스러운 붉은빛이 매력적인 주목 열매, 어둠이 짙게 깔린 밤하늘 밑으로 영롱한 푸른빛을 뽐내는 산현호색 꽃, 바닷가 근처의 엄청난 수의 사슴 무리, 설경과 함께 어우러진 하얀 두루미떼의 우아함까지 쉽게 만나볼 수 없는 풍경들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어 그 소중함이 배가되는 느낌이었다.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꽃과 그리고 같은 꽃끼리의 관계에서도 꽃 피는 시기의 차이는 그 식물의 생존과 관련돼 있다. 얼핏 생각해도 이러한 예측은 대형 컴퓨터로도 하지 못할 것이다. 아마도 나는 언제 열릴지도 모르는 꽃의 경연을 운 좋게 만나기 위해서 해마다 초원을 찾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맘때 물참나무 숲에는 여기저기 보라색 꽃밭이 생긴다. 산현호색 군락으로 다람쥐들은 으레 그 꽃밭에 들러 꽃을 먹는다. 뒷다리로 몸을 곧추세우고 앞다리로 꽃을 쥐고 먹는다. 오물오물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입이 귀엽다. 입을 움직일 때마다 귀도 함께 움직인다. 그것에 맞춰 꽃밭도 흔들린다."

"바다에서 신기루가 나타나는 날은 도후쓰호에서도 신기루를 볼 수 있는데 온갖 것들이 길어져 호수면 위에서 춤을 춘다. 고니 떼가 길어져 두둥실 떠다니는가 하면 고방오리도 검을 띠를 이루어 둥실둥실 떠다닌다. 왜가리가 길어지고 붉은부리갈매기 떼가 세 배는 많아 보인다. 그 풍경에 호숫가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의 알록달록한 색깔 옷까지 더해지면 호수는 그야말로 꿈나라를 연출한다. 모두 온기와 냉기 그리고 빛의 하모니가 만드는 요술인 것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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