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구두를 신은 피노키오』19세기 시인 아르튀르 랭보의 고향이기도 한 프랑스는 낭만주의 예술가들의 성지와도 같은 곳으로 격동적인 시대상을 고스란히 담아낸 듯 거리 곳곳에 고풍스러움이 담겨져있는 꽃의 도시로 불리곤 한다. 밤하늘을 수놓는 반딧불들이 형형색색의 빛을 뽐낼 때면 이곳, 프랑스 샤를르빌은 설레임과 기대감으로 가득 찬 몽실 구름이 피어나 마음을 들썩이게 만드는데 세계 3대 인형극 축제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바로 "샤를르빌 세계 인형극 축제"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흔히들 인형극 하면 유치원 현장학습에서 만난 아기자기한 인형들의 율동이나 콜로디의 동화 피노키오를 떠올리곤 하지만 인형에 투영된 배우의 혼이 격정적인 음악과 결합돼 독특한 모양을 자아내기도 하고 때론 사물이 직접 주어가 되어 몽환적인 장면을 연출하니 연령의 제한이 없는 전 세계인의 축제임이 분명하다."내 일인극의 중계자이기도 한 나는 가능한 한 세상을 향해 방백들을 남기리라. 이 축제 공간, 사람들이 잔을 부딪치며 웃고 떠든다. 바람결에, 어쩐지 이 모든 이들이 동시에 같은 언어를 말하고들 있는 것만 같다. 바벨탑 이전의 순결한 언어, 이 공동의 언어. 서로 간 잊히고 쌓인 담화를 꺼내며 웃는 이 행복한 시간. 나는 축제가 끝날 즈음이면 만국 공동의 행복 언어를 해독하게 될 것인가? 혹은 생애가 끝날 즈음? 난 지금, 모든 감각에 가 닿을 신인류적 언어를 창시하고자 했던 랭보의 고향에 와 있다."책을 첫 완독했을 때 들었던 느낌은 신세계를 마주했을 때의 은은한 떨림이었다. 샤를르빌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언어의 장벽을 넘어선 인형의 몸짓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읽어나갔던 터라 한편의 여행 에세이를 마주하는 느낌으로 부담없이 책장을 넘겨갔던 것 같다. 봉합되지 않은 상처는 쓰라림을 남기듯 보라색 페이지에 담겨있는 저자의 어린 날의 초상이 마음속 돌멩이처럼 굴러들어와 묵직함을 주었고 돌이켜보니 다시 한번 첫 페이지를 넘기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내 유년 시절의 자화상은 어떠한 질감의 색채를 띠고 있을까? 사랑의 열병과도 같았던 저자의 옛 기억들은 독자를 무의식의 세계로 이끌어들여 커다란 울림을 선사한다. 생채기 난 영혼을 잠재우기 위해 의지하였던 랭보의 시구절을 바탕으로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랭보의 고장을 찾아가 만난 선물같은 순간들을 담은 "바람구두를 신은 피노키오". 저자의 애정어린 시선이 담겨있기에, 그리고 샤를르빌의 영상들을 접한 이 순간 나 또한 인형극의 매력 속에 빠져들어가고 있음을 느끼기에 이 책을 세 번째로 펼쳤을 땐 어떠한 장면들 속에서 여행의 풍부함을 느끼게될지 벌써부터 설레어오는 듯하다. 하늘길이 안정화되면 이 책과 함께 샤를르빌에 방문해 보고 싶다.[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바람구두를신은피노키오 #래연 #도서출판이곳 #인형극 #인형극에세이 #여행에세이 #에세이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