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어른들 - 고통의 중심축에서 보내는 절실한 위로
부순영 지음 / 도서출판이곳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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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의 이야기를 보고 있자니 앞이 보이지 않는 심연 속을 걷는 기분이 들었다. 자책과 원망으로 가득 차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놓지 못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현대인의 군락을 마주한듯했다.

모래주머니를 찬 듯 무거운 발걸음과 숨이 턱턱 막힐듯한 미세한 우울감이 소설 전반에 깔려있어 페이지를 넘기기가 힘들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모습 또한 우리네 인생의 작지만 어두운 이면 같아서, 그렇게 덤덤히 그녀의 이야기를 읽어내려갔다.

사하와 그녀의 부모님인 휘광과 연숙, 애증의 존재인 형진까지 네 인물이 소설의 틀을 구성한다. 사하의 파트를 특히 집중해서 읽어나가서 그런지 그녀의 이야기가 마음 한구석에 응어리진 듯 맺혀있는 느낌이다.

미세한 상처에 조금씩 노출되다 보면 균열이 갈 수밖에 없음을, 미처 손쓸 틈 없이 부서져 산산조각이 나기 전에 예방주사를 놓아주어야 한다는 걸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이상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이라 어딘가 살아 숨 쉬고 있을듯한 입체적인 인물들의 이야기, 고통을 공유함으로써 마음의 불순물은 제거되고 다시 시작할 용기가 피어나게끔 만드는 이 책이 저자의 데뷔작이라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책을 처음 읽기 시작한 시점이 달빛이 어스름하게 떠 있는 새벽경이었는데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즈음엔 새로운 아침의 시작을 알리는 태양이 붉게 떠오르고 있어 사하의 앞날에 비친 햇빛과 유사해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상한 어른들을 만날 수 있어 참 다행이었던 연휴로 기억될 것 같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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