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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걸
해리엇 워커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시멜로 / 2025년 8월
평점 :
#도서제공
👠서로 조금씩 양보하지 않으면 종종 처참하게, 종종 돌이킬 수 없이 파열돼 각자 더 작아지고 약해질 뿐이다.
🔖위로해주던 사람들이 흩어지고 음식을 만들어서 가져왔던 접시도 돌려 주고 나면,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계속 변하다 보면 죽은 아이를 애도하는 일은 외로워진다.
🔖지위란 눈에 띄지 않는 것, 자신이 경쟁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음을 알리는 데서 비롯된다.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사랑으로 충만한 시기일지는 몰라도(여러 면에서 라일라와 함께 있는 동안에는 가장 행복하고 만족스러웠다) 이젠 내가 누구인지 잘 기억나지 않았다. 대개는 라일라와 내가 동일인 같았다. 이제 막 부화해 새로운 충격에 극도로 예민한 존재.
🔖하지만 1년 동안 다른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 끝에 매기는 또 다른 사실도 알게 됐다. 인생은 수없이 많은 지각판이 끊임없이 충돌하는 것과 같고, 그러는 과정에서 때로는 기쁘기도 하고 고통스럽기도 했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지 않으면 종종 처참하게, 종종 돌이킬 수 없이 파열돼 각자 더 작아지고 약해질 뿐이다.
📖
유명 패션 잡지의 유능한 에디터였던 마고는 임신하게 되어 육아휴직 기간에 자신의 빈자리를 채워줄 매기를 채용한다. 이 때 학창시절부터 오랜 기간 가장 친한 친구였던 위니는 출산하자마자 아이를 잃게 되고 임신중인 마고와 멀어지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는다. 무사히 출산 후 육아에 전념하던 마고는 후임 매기가 승승장구하며 회사뿐 아니라 자신의 사생활에까지 침범해 들어오고, 학창시절의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SNS 메시지까지 받게 되며 극도의 불안을 느끼게 된다.
💭
회사 생활 경험자이자 엄마인 내게 육아휴직 중 내 자리를 대신할 ‘뉴 걸‘이 내가 없는 회사에서 나보다 인정받고 잘 나간다는 설정부터 현실 공포가 아닐 수 없었다. 엄마가 되고 모든 게 낯설고 혼란스럽고 피곤해 지쳐있는 와중에 가장 의지했던 친구는 자신의 상처를 이유로 차갑게 등을 돌린다? 책을 읽는 내내 마고와 혼연일체가 되어 가슴이 답답하고 막막한 심정이었다.
이 책은 심리 스릴러라는 장르답게 각 인물들의 시점에서 심리 묘사가 돋보였는데, 가까운 누군가를 사랑하는 동시에 미워하고, 기쁜 동시에 불안한 모순적이면서도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곁들여지니 읽는 내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주인공들과 같이 내달릴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육아, 일, 친구, 남편과의 관계까지, 소설 전반적으로 한두가지 비극적이고 비범한 사건들을 제외하면 우리 모두가 겪는 지극히 일상적인 상황과 감정들이어서 더 몰입되었다. 누구나 쉽게 사이코패스같이 행동할 수 있었던 10대 시절의 사소하고 날카로운 관계들까지도.
후반부에 반전이 공개되고나서부터 결말까지 정말 복잡한 감정이 들었는데, 스포일러를 제외하고나면 할 수 있는 말은 그저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며 책을 덮었다는 것 뿐이다. 스릴러 장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게 전부가 아니었던, 장르적으로 탁월하면서도 단순 흥미 추구에서 끝나지 않고 나와 내 주변을 돌아보게 만드는, 너무너무 재미있는 책이었다. 넷플릭스는 당장 이 책의 판권을 구입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