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의 우정 - 전신마비 백만장자와 무일푼 백수가 만드는 감동실화!
필립 포조 디 보르고 지음, 최복현 옮김 / 작은씨앗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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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미 많이 알려졌듯이 '언터쳐블'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된 책이다. 그리고 역시 많이 알려졌듯이,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여기서 '바탕으로 했다'고 말한 이유는, 저자이자 주인공 필립 포조 디 보르고가 밝혔듯이, 백만장자 부르주아인 자신의 입장에서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아온 압델의 이야기까지 해야 했기 때문에, 같은 사건을 두고도 두 사람은 지금껏 그들이 살아왔고,  현재도 그들 각자가 속해있는 세상 만큼이나 다르게 느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책을 읽고 며칠 지나지 않아 영화를 봤기 때문인지, 영화와 책의 내용이 머릿속에 뒤섞여있어, 어느 것이 영화이고 어느 것이 책인지 명확히 구분이 되지 않는다. 단지, 느낌이라면 영화는 책보다 주인공 필립이 굉장히 건강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책에는 주인공 필립의 고통이 사실적이고 구체적으로 묘사되어있다. 당연한 일이다.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의 경험을, 죽음만큼이나 끔찍했던 고통을 쓴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역시 같은 맥락에서, 책은 필립의 시점에서 쓰여있지만, 영화는 객관적이다. 오히려 드리스(압델)의 개인적인 집안 이야기와 갈등도 잘 드러난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필립의 고통은 훨씬 약하고, 심지어 견딜만 해 보이는 정도로 묘사되었을 뿐이다. 물론, 내가 책을 읽었고, 비교를 해서 보았기 때문에 '비교적' 그렇게 보였을 뿐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영화도 책도 어떤 분명한 결말이 있지는 않다. 눈물 쏙 빠지는 감동적인 장면도 없다.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하게 흘러간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가공의 이야기처럼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을 뚜렷이 갖추고 있지 않기때문에, 독자나 관객들을 긴장시키고 기대시키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두 사람의 이야기가 실화라는걸 알기 때문인걸까? 그들은 그렇게 만났고, 조금은 특별한 우정을 쌓았고, 각자의 가정을 이루어 행복하게 살고 있다. 어쩌면 시시하고 허무할 수 있는 내용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만족스럽다. 물론 영화관에서 뒷줄에 앉아있던 고등학생쯤 보이던 남학생들은 매우 불만족한 듯 보였지만 말이다. 두 사람의 우정이 그 어떤 기적보다도 놀라운 기적임을 아직 모르는 나이여서일까. 나에게 느껴진 잔잔한 감동이 그 아이들에게는 미처 전달되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웠다. 자극적이지 않아도, 누군가가 죽거나 이별하지 않아도 감동스러울 수 있고, 어떤 사건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사람들의 감정 자체가 감동일 수 있다는 것을 나 또한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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