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연장 가방
문수 지음 / 키위북스(어린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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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을 보면서 아빠가 생각나서 읽어보고 싶었네요. 소개글에 나와있는 이 책 속 아버지께서 아빠와 동년배라서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네요. 자주 듣는 아버지의 옛이야기가 이 책 속에서도 펼쳐질 것 같아서요.

책 표지를 보니 아버지가 자전거에 연장 가방을 싣고 어딘가로 가려고 하시네요. 연장 가방에는 연장이 많이 들었는지 불룩해 보이고 가방 안에 들어가지 않는 연장이 밖으로 나와 있네요. 자전거 뒷바퀴 위에 꼼꼼하게 묶여있는 모습이 아버지께서 연장 가방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네요. 검게 그을린 피부와 거칠어진 손이 아버지가 열심히 일하시고 고생도 많이 하셨을거라는 생각이 들게 하네요. 아버지의 표정없는 얼굴을 보는데 저는 마음이 짠하네요. 가족들을 위해서 힘들어도 묵묵히 일하시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서요.

표지를 열면 가족사진이 왼쪽 아래에 보이는데 부모님과 함께 찍은 삼남매의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네요. 웃고 있는 아버지와 아들, 무표정한 엄마와 딸, 아빠에게 안겨 있는 화난 듯한 막내의 모습을 보면서 가족사진 찍는 날 무슨 일이 있었을지 상상해보게 되네요.

 

 

어렸을 때는 책 표지의 그림처럼 일하느라 늘 밖으로만 돌아다니셨던 아버지가 몇 년 전부터는 집에만 있으시다네요. 아마도 연세가 많아지셔서 일을 그만두시고 집에서 쉬고 있으신 거겠죠.

집에서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계신 아버지의 모습이 안쓰러워 보이네요. 마른 몸매에 흰 머리 가득, 주름진 얼굴과 피부, 맨발의 모습이 아빠가 아닌 시아버지를 생각나게 하네요. 아빠는 연세에 비해 활동적이시고 엄마와 두 분이서 여기저기 잘 다니시는데 시아버지는 거의 매일 집에 계시면서 tv를 자주 보시거든요. 흰 머리가 가득한 모습이나 리모컨을 들고 있는 모습도 닮아서 자꾸 그림을 보게 되네요.

아버지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는 자식은 가족 장례로 부산에 내려왔다가 무뚝뚝해서 말이 없으신 아버지를 대신해 어머니께 아버지의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에 대해 물어보게 되네요. 새엄마 밑에서 고생을 많이 한 아버지는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공사장을 기웃거리며 돈을 벌어야했다고 하네요. 어리다고 퇴짜만 맞다가 큰할아버지의 도움으로 겨우 일을 하게 됐는데 그곳에서도 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하네요.

 

 

 

그렇게 한참 일하다가 석호 아저씨라는 대목 눈에 띄어서 삼 년쯤 견습공으로 일하다가 목수 일을 배우게 된 아버지. 아버지 친구 분 소개로 어머니를 만나 결혼하시고 아버지께서 일을 야무지게 한다는 소문이 돌아 연장을 마련해서 목수로 꾸준히 일하게 되신거죠. 연장 가방을 들고 깜깜한 새벽에 나가서 해가 지고 어둑해진 뒤에야 집에 돌아오신 아버지는 삼 남매의 인사에는 대꾸도 안하시고 연장 정리를 먼저 하셨네요. 사우디에서 꼬박 3년을 일하고 오셔서도 일을 많이 하셔서 집을 장만하신 아버지는 일밖에 모르는 분이셨다네요.

그림책을 읽으면서 아버지의 모습에서는 시아버지의 모습을 봤고 아버지의 삶에서는 아빠의 삶이 보였네요. 평생 가족들을 위해 일하시고 지금도 자식들을 위해서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시는 부모님 생각에 가슴에 저리네요. 이 책 속 아버지가 연장 가방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으신 것처럼, 아빠는 세탁소를 하시다 그만두셔서 집에 미싱이 있네요. 아직도 미싱으로 자식들 옷도 고쳐 주시고 손자 교복도 수선해 주시네요. 이 책을 읽으면서 아빠 생각이 많이 나서 천천히 읽었네요.

큰아이는 열심히 일하신 아버지의 모습에 감사함을 느꼈다고 하네요. 아이들이 더 크면 이 책을 읽으면서 다른 느낌을 받지 않을까 싶네요. 저는 결혼해서 아이들을 키우고 부모님께서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니 이 책이 단순한 그림책이 아닌 부모님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준 따뜻하고 고마운 책이었네요. 저처럼 결혼해서 아이가 있고 부모님이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이 책을 읽으면 감회가 새로울 것 같아요.

*허니에듀 서평단으로 키위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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