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바람
잉그리드 고돈 그림, 톤 텔레헨 글, 정철우 옮김 / 삐삐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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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표지를 보고 느낀 생각은 이 아이는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였어요. 단정하게 빗어 넘긴 머리카락과 빨간색 나비 넥타이, 맨 위까지 잠근 와이셔츠 단추까지 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경직되고 멍한 표정에서 이 아이에게는 무슨 문제가 있고 무슨 생각을 하면서 이런 표정을 짓고 있는지 너무 궁금하더라고요. 두 눈 사이는 멀리 떨어져있고 굳게 다문 입술은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아이의 파란 눈동자가 멍한듯 하면서도 맑은 호수 같아서 자꾸만 들여다보게 되네요.

 

 

 

 

이 책의 그림은 잉그리드 고돈의 작품이에요. 벨기에 그림 작가인 잉그리드 고돈은 이 책 출간 후 벨기에 최고의 삽화상을 수상했네요. 제가 보기에는 좀 기묘하고 낯선 느낌의 그림이지만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최고의 그림이었나봐요.

잉그리드 고돈은 어려서부터 관찰하기를 좋아해서 사람들의 눈과 얼굴, 자세 등을 유심히 보고 자신의 작품에 기록했대요. 잉그리드 고돈의 낯설지만 강렬한 그림은 엄청난 심각함과 기묘함으로 가득해서 자꾸만 쳐다보게 만들고 자세히 보게 만드는 이상한 힘이 있네요.

이 책의 글은 정신과 의사이자 시인이며 소설가인 네델란드 작가 톤 텔레헨이 썼어요. 톤 텔레헨은 잉그리드 고돈의 초상화를 보고 매료되서 고돈에게 연락해서 초상화에 시를 쓰게 되었어요. 초상화 속 인물의 눈에 담긴 두려움, 분노, 욕망, 애잔한 놀라움을 철학적인 주제를 가진 시로 표현했네요. 초상화 없이 시만 읽어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

어떤 그림책의 글 작가와 그림 작가가 다를 경우 글이 먼저 쓰이고 그 글에 맞는 그림이 그려지는게 보통인데 이 책은 그와 반대네요. 그림 작가인 잉그리드 고돈의 초상화를 보고 작가인 톤 텔레헨이 강렬한 인상을 받아 시를 쓰게 되었다고 해요. 초상화도 낯설고 시도 철학적인데 일반적인 경우와는 반대로 쓰여진 그림책이라서 더 관심이 가네요. 과연 작가 톤 텔레헨은 기묘하고도 낯선 초상화를 보고 어떤 영감을 받아서 이렇게 철학적인 시를 쓰게 된 것일까요? 초상화만 보고도 이런 글이 나올 수 있다는게 신기하네요.

 

 

 

 

'나의 바람은' 이라는 빨간색 제목이 선명한 글은 이 책의 제목을 담고 있네요. 이 책에는 이런 '나의 바람'이 여러번 등장하고 그 뒤로 초상화와 시가 나오네요. '나의 바람'을 가만히 읽어보면 어떤 글은 좀 섬뜩하기도 하고 어떤 글은 가슴을 때리기도 하고 어떤 글은 제 마음을 표현하고 있기도 하네요. 이 책 속에 등장하는 '나의 바람'은 모두 평범하지는 않아요. 절망, 사랑, 미움, 태연함, 믿음 등 다양한 주제로 '나의 바람'을 이야기하고 있네요. 전 그 중에서 태연함이 가장 와닿았네요. 지금 제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게 태연함이라서 그런가봐요. 제자신에게는 물론 가족에게도, 주변에도 좀 태연해지고 싶네요.

 

 

 

 

파올로라는 이름은 가진 이 소년을 가만히 들어다보면 무슨 생각이 드나요? 살짝 솟은 머리카락과 가늘게 뜬 파란 눈동자를 가진 눈을 보면 사회에 불만이 있는 것도 같고 걱정, 근심이 많아 보이기도 하네요. 살짝 오른쪽으로 치우친 코와 지그시 다문 입술이 무언가를 참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가슴 앞에 가지런히 모아 올린 손도 무언가를 말하는 것 같아요. 초상화만 보면 다양한 생각들이 떠올라서 이 그림을 보고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네요. 그런데 톤 텔레헨은 이 초상화를 보고 끔찍한 일이 생길 때마다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는 시를 썼네요. 시를 읽고 나서 초상화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도 같아요.

낯설고 기묘하고 조금 불편하기도 한 33개의 초상화를 다양한 방법으로 살펴봤네요. 멀리서 보기도 하고 자세히 보기도 하고 표정을 유심히 살펴보기도 하고 눈동자를 보면서 생각해보기도 했네요. 보면 볼수록 다양한 감정과 생각이 들어서 좀 혼란스럽고 힘들었네요. 그에 반해 초상화 옆에 시를 보면서는 철학적인 주제에 따른 많은 생각을 하면서 자꾸만 그 시에 저를 대입해보게 되었네요. 그래서인지 어떤 시는 너무 제 얘기 같고 어떤 시는 힘들기도 하고 어떤 시는 통쾌하기도 했네요.

33개의 초상화와 그에 맞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33편의 시를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고 그로 인해 웃음 짓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는데 책을 덮고 나니 자꾸만 펼쳐서 다시 읽고 싶네요. 생각이 많은 중고등학생이나 삶이 힘든 어른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책이네요. 물론 그외의 사람들이 읽어도 많은 울림을 경험할 수 있는 책이네요.

*허니에듀 서평단으로 삐삐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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