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구왕 서영
황유미 지음 / 빌리버튼 / 2019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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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물이라는 다소 생소한 소개와 '우리 모두는 서영이다'라는 추천의 글이 눈길을 사로잡았어요. 5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목차와 각 단편에 대한 소개가 글을 읽기 전부터 흥미를 갖게 했어요.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사이즈의 책이라서 분량에 대한 부담도 없었네요.

 

이 책의 제목이자 가장 먼저 등장하는 단편인 피구왕 서영이는 추천의 글처럼 정말 우리 모두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한 번도 전학을 다녀본 적이 없어서 전학생이 어떻게 학교에 적응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직접적으로 와닿지는 않았지만 서영이가 전학생으로서 매번 학교에서 적응하는 과정을 보면서 어른이든 아이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는 것은 힘든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서영이는 이사를 자주 다녀서 전학도 자주 다녔는데 그때마다 새로운 학교에 잘 적응했어요.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학교로 전학오면서 첫 날부터 지금까지와는 다른 전학생의 모습이 되어 버렸네요.

자신과 맞는 짝 윤정이와 자신과는 맞지 않지만 편하게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는 현지 무리 사이에서 서영이는 아슬아슬한 관계를 이어가지만 결국은 한 쪽을 선택하고 그에 따른 일들을 감수해나가요.

학교에 존재하는 가해자와 왕따, 그리고 방관자에 관한 이야기를 전학생과 피구라는 소재를 통해서 이야기하고 있어서 읽으면서 학창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고 피구라는 익숙한 소재로 인해 더 많이 와닿았어요.

 

두 번째 단편인 물 건너기 프로젝트는 남아선호사상이 뿌리깊게 작용하고 있는 가정에서 생활하는 주영이라는 아이의 이야기에요. 저도 어렸을 때 할머니와 6살이나 차이나는 남동생과 생활하면서 늘 느끼며 살았던 감정을 이 이야기를 통해서 다시 느끼면서 불쑥불쑥 화가 치밀어 올랐어요. 그리고 저와 비슷한 주영이의 모습을 보면서 주영이가 대학 시절 남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시원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한 번도 저렇게 해보지 못했을까 라는 후회가 들었네요. 또 지금의 제 모습도 주영이의 과거 모습과 비슷하기에 이 장면에서 카타르시스가 느껴지기도 했어요. 주영이가 긴 준비기간을 거쳐 불편한 가족에게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과정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기도 했네요.

작가가 소개한대로 세번째와 네번째 단편인 하이힐을 신지 않는 이유와 까만 옷을 입은 여자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에 관한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타인의 시선을 많이 의식해서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하기보다는 타인의 기준에 맞춰서 행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이야기들이 그런 모습에 일침을 가하고 있네요. 저도 이 두 이야기를 읽으면서 타인을 많이 의식하는 제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어요. 조금씩 나이가 들어갈수록 제가 편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행동하려고 하지만 아직도 그 부분은 어려운 문제에요.

마지막 단편인 알레르기는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알레르기와는 다른 새로운 알레르기 항원에 관한 이야기에요. 사람이 알레르기 항원이라는 설정이 다소 충격적이긴 했지만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인간관계였다는 걸 생각하면 그리 이상한 설정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변에서 알레르기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많이 보아 왔기에 알레르기에 대한 이야기가 익숙하기도 했고 사람이라는 알레르기 항원에 대한 설명과 이 책에 소개된 알레르기에 대처하는 행동 강령들이 가슴에 와닿아서 집중해서 읽게 되었네요.

피구왕 서영을 제외하고는 조금은 짧은 단편들로 이루어진 책을 읽으면서 너무나 익숙하지만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문제들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아이는 글밥이 많다고 처음에는 거부감을 갖기도 했지만 엄마가 몰입해서 읽는 모습을 보더니 본인도 읽어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아이는 피구왕 서영을 제외하고 다른 단편들은 아직 많이 와닿지 않았다고 하는데 조금 더 살다 보면 다른 이야기들도 아이에게 와닿는 날이 오리라고 믿어요. 그동안 접해보지 않았던 장르의 단편들을 읽고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행복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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