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속말을 하는 곳
윤병무 지음, 이철형 그림 / 국수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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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를 통해서 만나보던 윤병무님의 글을 책으로 만나볼 수 있게 되어서 너무 기쁘네요. 저는 구식이라서 인쇄된 책으로 읽어야 정말 글이 마음에 와닿거든요. 윤병무님의 글과 이철형님의 그림이 만나서 탄생한 출판사 국수의 눈속말을 하는 곳을 서평도서로 만나볼 수 있는 행운이 주어져서 정말 감사하네요.

 

프롤로그에 나와 있는 두 가지 이야기를 읽으면서 무언가를 본다는 것은 단순한 것이 아니라는걸 알게 되었어요. 같은 대상을 보고도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이 다르니까요.
이 책에서 지은이는 서른 곳의 장소에 눈길이 닿았던 이야기를 풀어놓았어요. 제게 익숙한 곳이 대부분이었고 간혹 익숙하지 않은 곳도 소개되어 있었네요.
1부에 처음 소개된 곳은 점집이에요. 저는 실제로 점집에 가본 적은 없지만 주변 사람들의 얘기는 많이 들어본 곳이라 익숙하더라고요. 지은이가 만난 점술가는 저에게 익숙한 점술가와는 좀 다른 것 같았어요. 그래서 지은이도 조금은 편안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다른 장소 이야기도 마음에 많이 와닿았지만 고찰에 관한 이야기는 더 마음에 와닿았어요. 저도 고찰을 방문하는 것을 좋아해서 결혼 전에는 많이 다녔거든요. 지은이가 종교적 형상과 나눈 눈길의 주고받음을 여기서는 눈속말이라고 표현했네요. 귓속말과는 달리 익숙하지 않은 말이라서 입으로 여러번 되뇌어 보았어요. 그런데 자꾸 입으로 말해보니 가슴에 아련함이 밀려오면서 참 편안해지더라고요. 제 마음을 누군가와, 또는 무언가와 눈속말로 주고받고 싶은 속마음이 책 속에 그대로 녹아 있어서 그랬나봐요.

지금은 거의 이용하지 않는 우편함에 관한 이야기도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해서 좋았어요. 편지 쓰는 걸 좋아해서 예전에는 참 많이 썼던 것 같은데 이제는 핸드폰과 이메일에 밀려나버렸네요. 하지만 손글씨로 쓴 편지는 그무엇으로도 대신할 수가 없죠.

맥줏집을 혼자 가본적은 없지만 지은이처럼 동네에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저도 혼자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러 사람과 어울려가면 거리가 멀기도 하고 음악 소리와 옆 테이블의 손님들 때문에 느껴보지 못하는 기분을 혼자 가면 느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집골목에서 친구들과 뛰어놀던 추억과 펜션과 야영지로의 여행에 관한 추억, 매일 이용하는 엘리베이터, 푸근함이 느껴지는 외가, 여건만 되면 지금도 찾아다니는 맛집, 초등학교 때 나만의 공간이었던 다락방의 추억까지 지은이의 눈길이 닿은 곳에는 저도 많은 추억을 가지고 있네요.

 

제가 좋아하는 전통시장에 대한 글에서 지은이도 제마음과 같다는 것이 느껴졌어요. 마트보다는 전통시장을 선호하는데 예전에 힘들때는 전통시장에 가서 힘을 얻어오곤 했었거든요. 물건을 사고파는 곳만이 아닌 제게는 힘든 마음도 추스를 수 있게 해주고 마음의 안정도 찾아주는 곳이 바로 전통시장이었어요.

공중전화 부스에 대한 글도 추억을 소환하는 내용이었네요. 공중전화에서 친구와 통화하던 추억, 삐삐를 사용할 때 자주 이용했던 곳,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했던 장소... 공중전화 부스에도 추억이 참 많네요.

지금도 종종 이용하는 대형 서점. 예전에 부모님께서 하시던 분식집 옆에 서점이 있어서 많은 시간을 그곳에서 보냈던 기억이 있네요. 그곳에서 읽었던 만화책 중에 지금도 완결이 되지 않은 유리가면이 생각나네요. 서점은 예나 지금이나 저에게는 마음의 편안함을 주는 곳이에요.

이 책을 읽으면서 과거로 돌아간 것 같았어요. 추억을 소환해주는 장소도 많았고 지금도 제가 좋아하는 장소도 많았고 제가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눈길로 바라본 지은이의 글도 제 마음을 아련하게 만들어 주었네요. 이 책은 한동안 옆에 두고 자주 읽게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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