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악마씨

친절한 악마 씨 ㅣ 아이스토리빌 32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지음, 한호진 그림, 전은경 옮김 / 밝은미래 / 2018년 3월

악마는 사악한 존재라고만 생각해왔는데 이 책은 제목부터가 이상하네요. 친절한 악마씨라니... 아이와 저 둘다 제목이 너무 이상하다고 얘기하면서 책 내용이 너무 궁금하다는 말까지 똑같이 했네요. 아이와 저 둘다 똑같은 편견을 가지고 있었나봐요. 악마는 어떠어떠하다는...
책 표지에 가장 크게 그려진 아이가 이 책의 주인공이겠죠? 이 아이가 친절한 악마일 것 같은데 악마라고 하기에는 너무 귀엽네요.

지옥 왕 루치퍼와 지옥 왕비 풀미나리아가 인간 세상에 사는 너무나 착한 브룬너 부부를 2년 안에 사악하고 불행하게 만드는 내기를 해요. 그 내기에 풀미나리아 왕비가 선택한 악마가 악마 학교 꼴찌 벨체에요.

벨체는 악마라기보다는 귀여운 남자아이의 모습이에요. 그래서 인간 세상에 잠깐 다녀온 풀미나리아 왕비가 이번 내기의 수행자로 선택한 악마에요.
특별히 꾸미지 않아도 인간처럼 보이거든요...

인간세상으로 간 벨체는 너무 낯선 환경에 외톨이가 되어 버렸어요. 악마학교에서 수업시간마다 자서 인간세상에 대해 아는게 거의 없거든요. 벨체의 표정을 보는데 너무 안쓰럽네요. 누구나 낯선 곳에 가면 저런 표정과 마음이겠죠?

브룬너 부부 옆집에 살게된 벨체는 수고양이로 변신해서 브룬너 부부의 집을 드나들어요. 물론 평상시의 모습으로 방문하기도 하고요. 브룬너 부부를 불행하게 하기보다는 더 행복하게 만들어서 축하파티까지 참석하게 되네요.나중에는 수고양이의 모습으로 브룬너 부부의 집에 살면서 풀미나리아 왕비의 명령을 까맣게 잊어버리네요. 이런 벨체가 과연 브룬너 부부를 불행하고 사악하게 만들 수 있을런지...

브룬너 부부의 집에 살면서 그 생활에 적응해서 대부분을 잊어버린 벨체는 브룬너 부부를 찾아온 할머니와 풀미나리아 왕비도 따돌려 버리네요. 아마 이 둘은 다시는 인간세상으로 오지 않을 것 같아요.

이 책에 나오는 악마들은 엉뚱하기도 하고 모습도 너무 웃기고 귀엽네요. 인간들이 너무 사악해져서 악마가 할 일이 없어졌다는 설정이 현실과 너무 닮아 있어서 좀 우울하기도 했어요. 현실에는 없을 것 같은 브룬너 부부의 모습은 훈훈하게 다가왔고요. 악마가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브룬너 부부 같은 사람들이 이 세상에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들 책이고 스토리도 재미있으면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라서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