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록흔 3
한수영 지음 / 현대문화센터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한수영 작가님은 국내 로맨스에 물려가던 중에 발견한 보석이다. 쓰레기처럼 양산되고 있는 질낮은 인터넷소설들 중에서, 그나마 국내 로맨스 분야는 다듬어진 글들을 내보내고 있었지만 요즘은 그렇지도 않은듯하다고 생각하던 중이었다. 외국 로맨스와 흡사한 전개, 한국사람이 등장할 뿐 사고패턴과 성격은 바나나같은 주인공이 나오는 소설들에 질려갈 즈음, 연록흔은 나에겐 기쁜 선물이 되었다.

책의 말미에도 등장하는 참고자료 목록을 보면서 느낀것이지만 이분이 상당히 노력하는 작가라는 점에 점수를 더 주고 싶다. 한국의 로맨스가 당당한 장르문학으로 규정될수 있는 글을 발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한투도 예사로이 쓰여지지 않은 소담한 언어들은 글을 한자한자 읽어가는 보람중의 하나이다.

등장인물만 한국사람이지 내용은 할리퀸 판박이인 소설들을 읽으면서, 나는 내가 굳이 국내로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생각했더랬다. 그냥 비슷한 외국로설 읽지, 왜 어색한 문장을 견뎌가면서 문화적 이질성을 스스로 극복해야 하느냐고 한탄하면서.

반면 연록흔은 중국풍인 상상의 세계에 무협의 분위기를 살짜기 풍기지만, 독자적인 하나의 완성된 세계를 만들어 그위에 남녀간의 사랑을 구현해보인다. 재벌, 고아, 서자, 방탕하고 고독한 남주, 가련한 여주는 이제 그만 봤으면 싶다. 한수영 작가님 같은 로맨스저자들이 많이 나와주길 고대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꽃집의 아가씨는 예뻐요
구자영 지음 / 영언문화사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구자영 작가님의 전작 '천사와 사랑을'의 후속작이다. 전작에서 못내 눈길을 붙잡았던 유쾌한 바람둥이 셋째와, 평범한 꽃집아가씨의 이야기. 전작이 여성의 허영심을 부추기는 공주 콤플렉스를 노골화하고 있었다면, 이번에는 평범한 꽃집아가씨를 내세운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공략하고 있다.

사실, 매력적인 조연이었던 세준이 남주가 되었을때는 어떤 면을 보여줄지 사뭇 기대가 컷었다. 그저 바람둥이로만 보이는 속내에 무엇이 숨겨져 있을 것인가 하는. 그러나 그는 그저 유쾌한 바람둥일 뿐이어서 나에게 지대한 실망을 안겨주었다. 한인물이 조연급에서 주연으로 부상하려면 기대치에 맞는 다른면을 보여주어야 하는거 아닌가? 하지만 남주인 세준은 참 얄팍하기도 해서, 내가 전작에서 파악했던 그에서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그가 평범하지만 귀여운 아가씨한테 코꿰인 이야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게 되는 것이다.

적당히 가볍고, 적당히 읽을만하다...는 작가 이미지가 점점 굳어져 가고 있다. 전작인 천사와 사랑을이 너무 노골적이어서 아무도 다루지 않음직한 소재라 신선하게 보였는지는 몰라도, 이번 작품은 너무 흔한 소재라서 신선미가 떨어지고 있다. 작가의 글맛에 탄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사와 사랑을
구자영 지음 / 영언문화사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내나이 이십대 반이 되어 로맨스와 만화의 도식적 허구에 이골이 날만큼은 났다고 생각한다. 순정만화건 로맨스건 그 이면에 여성의 콤플렉스를 자극하는 이야기가 숨어 있는 것이다. 이를 얼마나 세련되게 포장하느냐에 따라서 그것은 때론 명작이되고 때론 삼류가 되는 것일게다.

그런데 구자영 작가님의 '천사와 사랑을'은 그야말로 직격으로 공주 콤플렉스를 자극하고 있다. 별달리 포장을 하려는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순수하고 아름답고 영명하기까지한 완벽한 여주는, 거칠지만 완벽한 성적 매력을 가진 재벌후계자와 깜짝 결혼을 하여 재벌가의 사랑받는 며느리, CF 스타, 완벽한 가정의 소유자가 되고야 만다. 남편이 그녀를 사랑해서 흐물흐물 물러지는건 두말할 것도 없다.

완전한 사랑을 받기 위해 선택된 완벽한 여성. 그녀에게 인간적인 질투를 덧씌운들 그것이 매력이지 흠이 되겠는가. 그녀에게 동조할수 있다면 즐겁게 읽을수 있을게고, 그녀의 비현실성에 도저히 동조하지 못하겠다면 별달리 재미없는 책이 될 것이다. 요컨대 읽는 사람에 따라 '재미'가 달라지는 책이다. 재미말고 다른건 없냐구? 글쎄, 난 못본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린 핑거
김경미 지음 / 영언문화사 / 2002년 6월
평점 :
절판


그린핑거란 식물을 키우는데 소질이 있는 사람을 가리킨다-라고 작가님이 후기에서 알려주셨다. 그러고보니 녹색의 손이 소재로 등장하는 영화인지 애니인지를 본 기억이 난다. 거기서 그 손은 생명의 손이자, 치유의 손이었다.

인간, 살아가는 이상 그 누가 상처를 받지 않고 살수야 있겠는가. 그러나 일생의 반려를 통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보듬으며 살아갈수 있다면 진정 지복의 행복일 것이다. 그리핑거의 여주인공은 못지않게 처참한 과거와 굴레를 가지고 있으나, 부유하고 듬직한데다 점점 자상해지기까지 하는 멋진 남자를 만난다. 반면, 세상사의 냉혹한 경쟁에 찌들은 남자 주인공에게도 섬세하고 온화한 여주는 구원의 존재이다. 이 두사람이 단지 서로에 대한 지극한 사랑으로 결실을 맺고 완전해지는 모습은 잔잔한 감동을 안겨준다. 상처는 흔적으로 남지만 그마저도 사랑의 증거가 되는 것이다.

에필로그에서 맹목의 바보남편이 되어, 카리스마가 사라진 남주는 어찌나 귀여운지..; 두사람과 같은 이가 현실어딘가에 있다면 행복하게 사시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혼
이진현 지음 / 신영미디어 / 2002년 12월
평점 :
품절


이진현님이 이제까지 해적의 여자, 기억의 저편, 그리고 이번 정혼에서 보여준 여성상은 나에게는 최악 그 자체였다. 정혼은 작가님이 왜 시대물만을 쓰시는가에 대한 심증이 굳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도대체가.. 이런 메가리 없는 여자가 현대여성으로 등장한다면 나는 당장 책속으로 뛰어들어가 그 여자의 뒤통수를 후려갈기고 말았을 것이다. 정신좀 차려라~! 라고.

하지만 이들 여주들은 삼국이전과 같은 고대사회에 등장함으로써 인물에 당위성을 부여받는다. 그녀들은 시대와 사회의 구조적 피해자 들이며, 필패의 존재들이다. 스스로의 힘으로는 영원히 승리자가 될 수 없으며 오로지 강인한 남성의 사랑에 기대서만 인생의 행복을 쟁취할 수 있는 것이다. 약탈의 대상이며 학대의 대상, 강한자에 의해 그 운명의 길이 이리저리 오락가락하는 가련한 인생이 바로 이진현님의 여주들이다. 그리하여 그녀들은 노예가 되고(해적), 볼모가 되어(기억) 뜻하지 않은 인생의 고난을 겪고야 만다.

정혼의 여주인공인 연교는 볼모나 다름없는 정략결혼에서 최악의 상황에 처한다. 약한 입지, 냉정한 남편, 최대의 적 '시어머니'..시대를 뛰어넘어 가장 애용되는 소재는 고부갈등인가 보다.

시대가 부여한 인물의 당위성이라고 나는 앞서 말했다. 그러나 그것은 변명을 될지언정, 연교라는 인물에 매력을 부여하지는 못한다.(그 시대에 이런 여성들이 살았소. 라는 시대고증을 위해 로설이 쓰여지는건 아니잖은가)성장하지 못하는 여성. 인간 그 자체로서 당당하게 사랑을 증명하지 못하는 연교는 이제는 염증이 이는 여주가 아닌가. 언제까지 수동적으로 남자의 동정섞인 애정을 구하는 여주를 보아야 하나? 나는 고릿짝 조선시대에도 등장한 황진이 같은 매력적인 여성을, 21세기의 소설에서 찾기를 바라는 것뿐인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