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혹의 기술 1 ㅣ 로버트 그린의 권력술 시리즈 3
로버트 그린 지음, 강미경 옮김 / 이마고 / 2002년 8월
평점 :
품절
우선 고백하자면 꽤나 재밌게 읽었다고 해야겠다. 단지, 그것이 원작자가 바라던 반응인지는 조금 의구심이 든다. 글을 읽으면서 부분부분마다 '킬킬'거리면서 읽는 것을 원작자가 바랬다고 보기는 좀 힘들지 않은가. (정말 그랬다면 난 이 책에 대한 생각을 고쳐야 할 것이다. '멋진 장난'으로)
근본적으로 이 책의 전제는 간단하다.
1. 사람들은 모두 감정과 욕망에 따라 행동한다.
2. 정욕에 따르는 행동을 도덕적으로 단죄할 수 없다.
3. 이를 위해서 상대의 감정을 조종하는-제목에서 말하는 유혹- 행위도, 사실 상대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존재하는 감정이나 환상을 만족시켜주기 때문에 그렇게 나쁜 일이 아니다.
대충 더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이런 전제를 통해 이 책은 충분히 반도덕을 주장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런 내용이 빛을 발하기에는 조금 늦게 나온 것이 아닌가 싶다. 한 100년쯤 전에 나왔으면 모를까, 거기다가 작가는 니체도, 마키아벨리도 아니다. 그러기에 이 책에 실린 인간성에 대한 통찰은 지나치게 얕다. 인간의 감정과 욕망을 모든 동기로 돌리고 도덕주의는 모조리 다 질투심에 근거를 둔 정도로만 주장하면서 '반'유혹자라는 계층을 통해 유혹을 하는 사람과 걸리는 사람을 제외한 모두를 비정상적인 존재로 몰아붙이는 것은 반 도덕주의를 주장하면서 결국 또 하나의 '일반과는 조금 다른 것에 불과한 통속적인' 도덕주의에 불과하다고 보인다.
뭣보다 작가는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그냥 분량을 채우기 위해서인지 수많은 일례를 든다. 그러나 대개 문학작품, 그것도 극히 일부나 그다지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야사들을 채웠던 만큼, 이런 예들은 책을 재밌게 만드는 요소-맨 처음 말했듯이 킬킬거리게 만드는-는 될 수 있겠지만 그 이상으로 책의 합리성을 떨어트린다.
또 한가지 이 책에서 흥미를 떨어트리게 만드는 요소는 2부, 즉 유혹의 기술들에 대한 내용이다. 솔직히 앞에서 거창하게 주장하는 것에 비해 지나칠 정도로 뻔한 내용이다. 다가갔다가 갑자기 물러서고 하는 등의 주장은 어지간한 연애관계서적에서도 흔한 내용일 뿐이다.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 봐도 나쁜 책은 아니지만 굳이 봐야 하거나 중요하게 여길 책은 아니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