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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적 환경주의자 - 이 세상의 실제 상황을 직시하다
비외론 롬보르 지음, 김승욱 외 옮김 / 에코리브르 / 2003년 8월
평점 :
우리 주변에는 무수한 책들, TV 프로그램과 광고들, 심지어는 지하철 광고에서도 자연의 아름다움, 과거 선조들의 여유를 찬양하고 있다. 하지만 사극이나 영화에서 보는 과거 삶, 책들이 이야기하는 과거의 건강함이란 건 평균수명과 역병의 기록들만 봐도 이것이 얼마나 위험한 생각인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생태주의의 삶이란 건 대개의 사람들에게 힘겹고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그 삶을 따르게 하기 위해 사람들은 흔히 중세 기독교가 이야기한 것처럼 지옥도를 그려준다.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나는 생태주의와 환경론자들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을 처음으로 접하는 사람은 그 크기에 처음 압도될 것이고, 읽게 되면 대개의 (나같은 반생태주의자를 제외하면) 사람들은 그 내용에 반감을 가지기 쉬울 것이다.
나를 비롯한 비전공자에게는 제대로 읽지도 못할 분량의 엄청난 통계와 왠만한 책 분량의 주와 참고문헌은 뭔가 화려한 궤변처럼 보이고 그 주장은 현재 생태주의가 선이고 몸소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상처럼 여기는 나라에서 참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이야기들이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검색해본 서평에서 일부 경제인 위주의 옹호론 기사들은 이 책이 개발주의자들에게 이용(물론, 이 책 이면에도 애초에 그런 의도가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되었다는 의심을 주며 꽤 많은 기사들에서 환경론자들의 비판을 주로 다루고 있다. 심지어 어느 신문은 논쟁의 방식을 쓴다면서 환경론자의 철저한 인신공격성 글을 게재했다. (여담이지만 이런 글로 제대로 된 논쟁이 가능하다면, 한국 국회는 이미 새로운 토론 문화의 장을 열었을 것이다.)
통계를 주로 사용하는 것이 꽤나 많은 사람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통계란 것은 '편파적이고 자기 멋대로 이용할 수 있는 거짓 투성의 자료'라니까. 하지만 사람들의 경험적 지식, 혹은 대중 매체에서의 이미지들은 역시, 혹은 더욱 못 믿을 것이 아닌가. 통계를 제외해봐도 마찬가지이다. 그가 이야기한 경제적인 해결책은 냉혹하다는 비판을 들을 수 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일을 해결하는 것은 감정이 아니다.
그리고 그가 주장하는 것은 많은 이들이 착각하지만 결코 환경 정책을 그만두라는 것이 아니라 좀더 합리적이고 특히 돈만 드는 환경 정책이 아니라 낙후된 제3세계 국민들을 위해 돈을 쓰라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비도덕적이라고 볼 수 있을까. 최소한, 환경론자이건 반환경론자이건 한번쯤 읽어보고 생각해볼 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책의 가격 문제로 만만치는 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