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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고, 다시 채우고 - 삶이 어엿함을 잃지 않도록 내 속에 말을 담고, 내 안의 생각을 비워내다
이가경 지음 / 북스고 / 2023년 5월
평점 :
삶이 어엿함을 잃지 않도록
내 속에 말을 담고
내 안의 생각을 비워내다.
삶과 삶을 이어주는 문장과,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깊은 사유의 흔적들

이성과 감성은 서로 어느 한쪽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관계이다. 이 둘 중에 한쪽으로 치우쳐서도 안 된다. 이성과 감성의 조화를 추구하는 삶이야말로 어른의 특권을 한껏 누리는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어른이 어른다워야 하며, 어른다워지려면 날마다 자신을 계몽해야 한다.
직장인의 매너리즘은 매일 같은 시간에 눈을 뜨고 같은 장소로 출근해서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매너리즘은 직장인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지난 몇 해 동안 집안 살림을 맡고 있는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어느덧 십 년을 넘어선 나의 노동에도 매너리즘이 스멀스멀 찾아 오고야 말았다.
환경적인 요인을 바꾸는 것도 매너리즘을 벗어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특히 틀에 박히지 않는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 보는 것인데 거창한 여행이 아니어도 좋다.

우리는 살아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얼마든지 느끼고, 감동받을 수 있다. 낙엽이 지거나 노을이 지고, 바람이 이는 자연의 섭리는 내 삶의 '알참'에 그리 신경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려야 한다. 인생을 알차게 채우는 것이 스스로가 집착하는 허상이란 것을 안다면, 평범하고 별거 없는 일상이 환희로 가득 찰 게 분명하다.
그렇기에 별거 없는 자신에게 실망하지 말며, 아쉬움 또한 내비치지 않으면 좋겠다. 너와 내가 그리고 우리가 살아 있다는 존재의 가치는 어떠한 기준으로도 감히 평가될 수 없다. 단지 살아 숨 쉬며 오늘을 사는 것만으로 우리는 세상에 증명된다.
내 뜻대로 반드시 이루고 말겠다는 각오가 집착으로 변질된 것이다. 이 또한 오만함이 아닐 수 없다. 오만이 태도나 행동이 건방지거나 거만함이라면, 아만은 자신을 높여서 잘난 체하고 남을 업신여기는 마음을 가리킨다. 오만과 야만은 그 뜻이 매우 가깝다.
자신감의 과잉을 오만을 낳지만, 결여는 냉소를 불러온다. 본인의 능력치에 만족하면서도 그게 으뜸이라고 여기지 않는 중립적인 태도를 지닌, 그런 겸손을 갖춘 사람에게서는 오만과 냉소를 찾아볼 수 없다.
착의 순간을 알아차리는 힘을 갖도록 하자.
먼저 '영원한 행복'보다 '찰나의 행복'을 충분히 만끽하는 것이 좋겠다. 한결같지 않은 생각과 마음을 한결 속에 속박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절반은 이룬 셈이다.
외려 드나드는 착이야말로 마음의 건강과 활력을 일으키기도 한다. 머물렀다가 떠나는 것들로부터 초연해지는 순간, 비로소 성인이 되기 때문이다.
살다 보니 강해지는 것보다 부드러운 편이 낫다. 맞서 싸우지 않고도 인정하고 비겨갈 수만 있다면 그 또한 이기는 기술일 수 있다.
제대로 살아 있으려면 어떻게 삶을 다룰 것인지를 항상 질문해야 한다.
그것을 궁극적으로 밖으로 손을 뻗게 하고, 두 발을 움직이게 한다. 나를 위한 행동일지라도 곧 타인을 위한 행동이 되고, 더 나아가 사회를 위한 것이 된다. 살아 있는 행동이 용기를 동반하는 이유는 그저 이타적인 행위로 점진하기 때문이다.
'하다'라는 에너지를 모아서 능동적이고도 주체적인 삶을 설계하도록 한다. 그런 의미에서 매일 무엇을 꾸준히 하는 일상을 보낸다면, 제자리에서 고립되어 도태되는 일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하다'라는 현재와 미래를 잇는 말이기도 하다.
반복적으로나마 '내가 틀릴 수 있다'라는 이치만 알아도 제법 우리네 인생이 편안하게 물들어 갈 것이다.
대단한 목표를 갖지 않더라도 현재의 삶에서 필요한 것을 인지하고, 그것을 갖추기 위해서 노력했다. 때로는 부족함을 그대로 느끼는 시간을 보내면서 이외로 다분한 기쁨과 안정을 얻기도 했다.
미리 계획을 세워서 달성해나가는 뿌듯함과 견주어 보면 이 계획적인 삶은 어설프거나 가벼워 보익까지 했다. 그러나 이 계획적인 삶은 즉흥적이고 무책임한 행동을 양산할 수 있는 무계획적인 삶이 아니다. 삶의 근간을 이루어 나가면서 계획된 목표 달성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계획치 않은 곳에서도 충분을 행복을 느끼려는 삶이다. 오히려 인생을 살면서 느슨하게 틈이 보일 때야말로 저 자신을 발견하고, 오롯한 정체성을 깨닫지 않는가.
지금의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섣불리 그 결과를 예측하지 않겠다는 마음은 분명 인생을 호기롭게 만들고야 만다. 그러므로 우리는 계획대로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 움직이는 대로 계획이 될 수 있게 살아야 한다. 힘껏 '할라라'를 외치면서

이 세상에는 내 마음과 손길로도
충분해질 수 있는 것들이 무수히 존재하고 있다.
우리는 누구나 행복을 꿈꾸며 산다. 화려하지 않아도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고 싶어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충분히 의미 있는 삶이다. 처음 만나는 이가 경 작가의 책은 내 삶을 빛나게 만들어줬다. 고립되지 않고 날마다 쌓아가는 삶이 충분히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고, 계획을 하지 않아도 움직이는 대로 계획이 될 수 있게 살라고 말한다.
살아 있음을 증명해 주는 것 = 가치 있는 삶 = 삶과 삶을 이어주는 행복 = 그게 내 삶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