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반복되는 사소한 귀찮음과 수고로움을 견뎌내는 게 어떤 혁명보다 힘든 일임을 알아갈 때였기 때문이다.
- 151쪽
이 장에서는 생리대가 여성 건강과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을 사회적 터부, 공짜 노동과 연관짓는다. 더 나아가 '건강한 몸'이나 '마른 몸'에 대한 강박, 그리고 자본주의적 문제까지 조명한다. 월경과 월경하는 몸을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는 문장을 읽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 당장 나부터도 신체를 횡단하는 상호연결성을 모르고 있었다.
이 장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한국의 생리대가 해외 제품보다 얇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얇은 생리대는 매끈한 신체라인을 추구하는 외모권력사회에 최적화되어 월경을 비가시화한다는 부분이었다. 월경을 소재로 하여 기후위기, 젠더, 신체, 여성 건강 문제를 엮은 내용이 흥미로웠다.
기후문제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하나다. 어떻게 공생할 것인가? 기후문제는 다층적인 문제들을 동시에 드러낸다. 그 앞에서 우리는 희미하지만 열려 있는 길을 찾아낼 것이다. (...) 그래서 인간과 비인간 생명 모두에게 안전하고 다정한, 공생의 사회로 가는 길을.
- 163쪽
'트랜스 경험과 퀴어 상상력' 장에서는 사회적 소수자와 취약 계층이 기후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임을 언급하면서, 타자에 대한 이해와 생명에 대한 감수성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그레타 가드의 '비판적 에코페미니즘'은 포스트휴머니즘, 동물권운동, 퀴어운동이 포함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모비-딕』의 고래와 여성의 몸'도 흥미로웠다. 이 장에서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작품인 『모비 딕』에서 고래가 가지는 상징성을 서술하며 생태여성주의 비평적 관점에서 소설에 접근한다. '고래'는 자연-물질-여성-동물-몸-에로스에 대한 메타포이며, 여성이 자연, 몸, 소유물, 상품으로 대상화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고발한다는 것이다. 고래의 기표와 기의를 재해석하며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의 몸과 그 주체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