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시간들 - 제1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최지월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5천만원 고료 제 1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작가가 엄마의 죽음을 경험하며 휩싸였던 감정을 토대로 쓴 논픽션의 픽션이다. 아니 마치 생생한 다큐를 보는 듯하다.

죽음이라는 사건을 주제로한 책들은 많다.

소제목들이 49일에서 시작해서 304일 이라는 숫자로 끝나게 구성되어서인지 제 7일이라는 소설이 오버랩 되었다. 망자 자신이 영면할 곳을 결정하는 7일 동안 먼저 죽은 자들을 만나면서 자신이 살았던 생을 회고하는 내용이라면, 이 이야기는 예정도 예고도 없이 엄마를 잃은 딸이 엄마의 빈자리를 돌아보며 떠난 자의 생을 돌아보고, 남겨진 자들에 대한 삶의 기록이다.

밤새 안녕하지 못한 엄마의 불온한 죽음을 미처 인정하지도 못하고 슬픔을 쏟아내기도 전에, 망자의 수의는 얼마짜리를 선택하며 조문객들의 식사는 우거지국과 갈비탕 중 가격대비 만족도로 선택해야하고, 죽은자를 애도하기 보다는 남겨진 아버지의 삶을 더 염려하는 친가들을 목격한다.

이렇듯 죽음은 너무나 비현실적이면서도 기괴할 만큼 현실적이다. 그래서 이 모순의 소용돌이에서 더욱 망연자실 할수 밖에 없다.

"신체기능의 정지는 삶의 종말이자 죽음의 시작이다. 사망신고,폰해지,각종 계좌폐쇄그런 절차들을 통해서 정신,인격,신분을 말소당해야 죽음이 완성된다.

사람의 죽음은 신체의 기능정지라는 자연의 현실과 사회적 인격소멸 사이를 가로지르는 일련의 사건이다. 다른 사람이 그걸 해줘야한다. 누군가 죽은 사람을 죽여야한다."

 

아내이자 엄마였던 한 존재의 죽음이라는 사건을 놓고 사전 사후의 상황들을 전방위적으로 꽤나 치밀하고 치열하게 파고 들었다.

"엄마는 원래 엄마로 태어나지 않았다. 아버지를 만나 우리를 낳아서 키우느라 엄마인 엄마가 되었다. 모든 존재엔 역사가 있다. 그러니 생각하는 것이다. 엄마가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과 시작되는 것에 관해"

소설에서나 있음직한 그런 내용이 결코 아니다.

누구에게나 있을, 누구도 피해 갈 수없는 현실 그 자체다.

"엄마의 생애는 이제 사람들 사이에 기억과 감정, 욕망 없는 정신으로만 남았다. 죽음에도 복이 있다면 명복이라고 부르는, 그런 거 아닐까"

마치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의 후속편이라고 해도 짜임새가 자연스러울 듯 하다.

 

소제목 99일 이야기는 이렇게 마무리된다.

"백합에게는 꿈이 없듯이 엄마의 영면에도 아무런 꿈도 없기를 나는 진심으로 소망했다. () "

당연히 이야기가 끝난줄 알았다. 하지만 그 다음 쪽에 278, 304일이 이어지고 끝난다.

"찰나생 찰나멸. 그러니 할 수 없나? 고작해야 찰나뿐이니, 힘껏 살인가는 수 밖에 (계속)"

오타가 아니다.

죽은자는 100일 탈상으로 끝이 났고 남은자에게는 삶이, 일상이, 계속된다는 은유임을 비로소 눈치채게 한다. 깜찍한 기교다.

 

과거 울 엄마와의 이별의 순간을 돌아보게 했다. 난 그저 엄마와 작별하는게 서러워 내 슬픔을 토해내는 것 외에 아무런 의무감도 찾지 못했던 기억이다. 장례절차나 홀로 남겨진 아버지의 부양 문제 등 현실에서도 큰 책임감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고

물론 암투병을 하며 준비된 상황에서 가신 울엄마와, 돌연사한 이 엄마와는 모든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한 사람의 신체적 사망이 이렇게도 많은 정신적 사망절차가 필요했던 것인가너무나 쉽고 너무나 당연하게 엄마자리를 비웠구나··· 불현듯 내 자신의 지나치게 가벼웠던 무심함에 자책감이 들었다.

 

문학상 선정 대상작으론 참 신선하다. 설익은 언어유희나, 폭력적인 현실보다 더 폭력적인 비판이나, 사이버 세상의 허황된 이야기가 아닌, 우리가 삶 속에서 만나게 될 현실적인 이야기를 우둔하리만치 깊이 파고내려가 모두가 나눌만한 우물을 끌어올린 신인작가의 건실함에 손을들어 준 한겨레 문학상에 신뢰가 간다.

너무나 식상한 제목이라는 선입견을 가진것에 대해 반성한다. 돌연한 엄마의 죽음 이후의 남은 시간은 회복하기 어려운 '상실의 시간들'일 수 밖에 없음을 고개 숙여 인정한다.

평론..

"상실의 시간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아직 못 다 한 국민들의 곡소리를 대신한 통곡이다"

죽음이라는, 이미 벌어져버린 사건을 확대해 놓고 본다면 과장은 아니기에 소름이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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