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들에 대하여
임지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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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싫어하는 것들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며 그 이유를 고민하다 보면, 진짜 '나'를 알게 되고 내 삶을 이해하기 시작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마음을 극복해가는 과정으로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작가는 자신이 단순하게 '싫어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의 불편함과 거부감을 탐구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나눈다. 그리고 싫어하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님을, 오히려 역으로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좋아하는지, 무엇을 깨달을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왜 싫은 걸까?' 그 이유조차 알 수 없어 당혹스러움 앞에서 작가는 자신의 가난했던 어린 시절, 작가로서 사는 고단함, 할머니와 엄마의 유별남, 동거인과의 일상과 같은 구체적인 사례들을 솔직하게 털어낸다. 자신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작가의 바램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사주를 보러 갔지만, 별거 없다는 말에 오기와 반발이 생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되고 싶었던 의지를 재확인했던 일화, 동네 서점에서 자신을 알아봐 주길 바랐지만 끝끝내 관심받지 못했던 중인배의 이야기, 냉장고 수리기사와의 대화, 할머니의 에르메스 이야기에서는 위트 있는 문장에 많은 공감을 했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반지하 계단의 낙차의 무게를 견뎌야 했고 그곳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이야기, 딥페이크 피해자였지만 좌절하지 않았던 이야기, 양극성장애를 진단받은 동생과 반려견 이야기, 돌아가신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 등 마음이 쿡 아리는 이야기도 있었다.

이 모든 이야기가 각각 한편의 단순 일화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면서 그때 느꼈던 섬세하고 복잡한 인간 감정을 날카롭게 들여다본다. 그뿐 아니라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할머니, 엄마, 동생의 삶까지도 이해해나가는 과정이 흥미로우면서도 한편으로 많은 위로가 되었다.

싫어하는 것들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내가 느끼기에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감정은 사랑이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자신을 아끼고 다독이는 스스로에 대한 사랑,

할머니와 엄마로, 자녀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살아가길 바라며 모든 것이 부족한 현실이지만 해줄 수 있는 것은 다 내놓아주는 어른들의 사랑,

마음이 아픈 동생이 삶을 포기하지 않고 후회없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언니의 사랑,

앞으로 많이 타협하고 위로하고 함께 걸어가야 할 동거인과의 사랑,

그리고 삶과 세상에 대한 사랑의 마음이 문장 곳곳에 묻어있어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든다.


우리는 자신의 모난 마음, 자격지심, 열등감, 부러움, 질투심으로 힘들어할 때가 종종 있다.

정확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지만 마음속 근원에서 밀려오는 이런 부정적인 감정을 대할 때, 너그럽게 그 마음을 들여다보고 다스릴 수 있는 호탕한 대인배가 되고 싶지만 쉽지 않을 때가 많다.

나를 그렇게 만드는 대상 앞에서는 절대 나 자신을 찌질하게 보이고 싶지 않아 싫어한다거나 관심 없다는 팻말을 먼저 달아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생각해 보면 나의 불편한 감정들은 나의 삶의 맥락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았다.

이 책은 그런 자신의 삶의 맥락을 들여다보는 법을 보여준다.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뭉클하게.


나이가 들어가며 좋은 점 중의 하나는 이제는 내가 좋고 싫음의 경계를 보다 분명히 알아가고 있고, 나를 들여다볼 여유가 더 생겼다는 점인 것 같다.

지금보다 더 젊을 때의 내가 이 책을 만났다면 나는 좀 더 현명하게 내 감정의 본질을 들여다볼 수 있었을 것 같다.

삶의 사소한 순간들에서 설명되지 않은 자신의 낯선 감정을 만날 때, 자신을 이해하는 방법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라고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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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 - 딥페이크 성범죄부터 온라인 담론 투쟁까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새로운 언어들
한국여성학회 기획, 허윤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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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 손희정 외 16인 지음, 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

한국여성학회 40주년 기념 출간. 디지털 사회에서 페미니즘의 고민


한국 여성학회가 창립 40주년을 맞이하여 편찬한 허윤, 손희정 외 16인의 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여성학 의제 총 12편을 담은 연구 모음집이다. 기대했던 것보다 더 학술적인 책이라 다소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각각의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어, 그동안 피상적으로 이해했던 한국의 페미니즘 활동과 현재 사회에서 드러난 페미니즘의 역할 및 한계, 특히 앞으로의 페미니즘의 방향성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책은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여성학과 페미니즘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논하며, 기술 매개 성폭력, 메갈 낙인과 혐오, 생성형 AI의 여성 혐오와 차별, IT업계의 젠더 차별, 신자유주의 시대 능력주의와 젠더 갈등, 자산으로서의 여성의 몸 등 다양한 사회적 담론을 주제로 다룬다. 각각의 주제가 깊이 있고 방대하다. 


이 책은 디지털 환경에서 여성혐오와 성차별이 어떤 구조적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지 심층적으로 탐구했다. 특히 기술, 경제, 사회적 배경에서 젠더 문제가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분석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페미니즘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디지털 시대 페미니즘의 한계를 인식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려 한다는 점에서 한국 여성학 연구에 중요한 전환점을 제공하고 있다.


이 분야에 대한 깊은 이론적 배경의 이해나 공부가 부족한 상태라 갈증이 있던 중에 이 책을 만났다.  페미니즘과 관련한 다양한 의제들을 표면적 이해를 넘어 사회적인 구조와 배경을 이해하고 더 넓은 시야와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한다. 앞으로의 페미니즘 운동의 방향이 단순한 성별갈등을 넘어 디지털환경변화에 대응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고민하게 한다.

학술적이지만 현실적인 고민이 많이 담겨있다.

디지털 환경에서 페미니즘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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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문항 킬러 킬러
이기호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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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여름, 대통령의 말 한마디.

“수능 시험에서 킬러 문항이 출제되지 않아야 한다”

6월 모평은 그 해 수능의 방향성을 보여주고, 수험생들은 그 성적을 근거로 대입전략을 짠다.

2024년 6월 모평을 앞두고 한 이 같은 대통령이 발언으로 그해 수험생과 교육계는 큰 혼란에 빠졌다.

사교육 과열의 현상을 꼬집으며 궁극적으로 사교육비 경감과 공교육 정상화라는 목적의 이면에 교육당국과 사교육계를 '이권 카르텔'로 보는 시각이 담겨있다.

정말 킬러 문항을 없애면 사교육이 사라질까?

킬러 문항을 없애고 안 없애고 보다 더 큰 문제는 복잡한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이다.

과도한 경쟁과 스트레스, 불평등의 심화, 학벌주의, 과도한 사교육 열풍, 흔들리는 공교육 등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책만 놓고 보면 훌륭하지만 희한하게도 어느 정부의 어떤 교육정책도 위의 문제들을 말끔하게 해결해 주지 못한다.

이 책 『킬러 문항 킬러 킬러』은 그 답답함이 담긴 소설이다.


총 14편의 소설 중 작가 장강명의 작품 <킬러 문항 킬러 킬러>가 이 책의 대표 제목이다.

장강명의 <킬러 문항 킬러 킬러>는 4장으로 된 매우 짧은 분량의 소설이다.

이 챕터는 제목 자체가 몹시 상징적이다. 킬러 문항을 없애라는 정부를 ‘킬러 문항 킬러’라고 부르고, 그런 정부를 콧방귀를 뀌며 사교육계는 자신들을 ‘킬러 문항 킬러 킬러’라고 부른다.

킬러 문항을 없앴으니,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이번 수능시험의 관건이다.

학원에서는 실수를 줄이기 위해 아이들을 문제 푸는 기계로 만들고, 학부모들은 이에 발맞춰 금지된 차세대 집중력 강화제를 찾는다.

수능시험 시 집중력 향상을 위해 아버지는 정부에서 금지한 집중력 강화제를 힘겹게 구해와 아들에게 먹이려 한다. 아들은 규칙을 위반하고 자신을 기만한 채 시험을 보라 하는 부모님이 이해되지 않는다.

아들이 결국 약을 삼킨 모습을 본 아버지의 말이 너무나 위선적으로 느껴졌다.

“시험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라니…

그런 말을 하는 부모가 아들에게 금지된 약을 먹이려고 설득하는 장면은 기가 막힐 뿐이다.

교육계에 휘둘리는 우리 교육계, 어떤 정책을 내놓아도 사교육계는 그에 발맞춰 대비를 한다.

학부모들과 학생은 그런 사교육이 건네는 손을 놓칠 수 없다. 놓치는 순간 나만 뒤처지고 못 따라간다는 불안감이 찾아오고, 사교육계는 바로 이 불안감을 자양분 삼아 몸집을 키운다.

아이들이 자신의 적성에 맞게 즐겁게 진로를 찾아가길 바라지만 처음부터 뚜렷하게 재능이 눈에 띄지 않아 자신의 적성과 하고 싶은 일을 딱 찾는 아이들은 많지 않다.

타고난 재능을 발견하려면 그럴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이 밑받침이 되어야 하는데 어렸을 때부터 수많은 경험을 해보며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빨리 찾을 수 있는 아이는 과연 몇이나 될까.

그렇다면 부모의 입장에서 기댈 것은 무난하게 공부라도 잘하는 것이 될 것이다.

아이가 공부를 어느 정도만 해준다면 그래도 하지 않을 때보다는 비교적 진로 선택의 폭이 넓어질 거라는 믿음 때문에.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부모와 아이의 갈등과 학업 스트레스는 당연스럽게 따라오게 된다.

자퇴를 다룬 첫 작품 이기호의 <학교를 사랑합니다:자퇴 전날>도 인상 깊다. 소설에서 보이는 풍경이 너무 현실적이라 마음 아팠다. 나도 이제야 입시의 세계에 발을 디뎠기 때문에 정확히는 모르지만, 소설 속 주인공은 평범한 가정의 평범하거나 낮은 성적의 일반고 학생의 입시경쟁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책 속의 상우는 뚜렷이 수능 공부를 해야겠다는 의지도 없어 보인다.

아직은 학교가 좋은데,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다고 걱정하며 검정고시 준비를 권유하는 부모님에 의해 너무도 쉽게 자퇴로 내몰린다.

그래서 안타깝다. 부모의 눈에 학교는 그저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 아이에게 주는 다른 어떤 의미도 없다고 여기는 것일까?

학교는 자퇴를 하겠다는 아이를 붙잡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렇다면 도대체 학교의 기능은 과연 무엇인지 독자에게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만든다. 학교를 사랑한다는 마지막 상우의 말에 나 또한 목이 막히고 안타까웠다. 붙잡지 않는 학교, 떠나는 학생. 이것이 과연 정상적인 교육의 모습일까 생각해 보게 한다.

인생에 실수와 실패가 없을 수 있을까?

다양한 환경과 변수에 놓인 우리의 삶은 문제집의 정답처럼 딱 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

지영의 <민수의 손을 잡아요>에서도 많은 생각을 던진다.

우리의 삶은 성적표의 점수보다 실수와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내면의 단단함이 더 필요하다.

'틀릴 수 있다. 틀려도 괜찮다'고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틀린 것을 통해 몰랐던 것을 깨우치고, 다음에 더 발전하면 된다는 것을, 그리고 공식처럼 흘러가지 않는 삶의 다채로운 면들을 끊임없이 경험하고 성장해야 함을 배워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정답과 오답만을 배우고, 문제 푸는 기술만 익힌 아이들이 삶의 시련과 실패 앞에 패배감과 낙오감에 물들어 극단으로 내몰아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염기원의 <지옥의 온도>에 나오는 다음의 문장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던 문장이다.

문장을 입으로 되뇌며 나 또한 아이를 충분히 기다려줄 수 있는 부모가 되길 한없이 바라본다.

"

참아주셔야 했어요.

기다려주셨어야 했어요.

뭐라고?

엄마가 그랬어요.

상대가 실패하고 방황하더라도 다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주는 여백,

그게 사랑이래요.

p.172 염기원 <지옥의 온도>中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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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초록빛 - 아끼고 고치고 키우고 나누는, 환경작가 박경화의 에코한 하루
박경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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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환경 위기라는 말은 귀가 아프게 듣지만 환경을 위해 내가 하는 실천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보면 딱히 많지 않다. 일회용 컵 대신 도자기 컵과 텀블러를 사용하는 것, 배달을 시킬 땐(배달을 줄이는 게 우선이겠지만) 일회용 식기류를 빼달라고 하는 것, 재활용 가능한 물품들을 분리수거일에 잘 내놓는 것, 쓰지 않는 전기 버튼은 꺼두려고 노력하는 것... 아무리 생각해도 손가락 다섯 개를 다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실천력이 떨어진다.


20년 차 환경작가 앞에서는 나의 몇 안 되는 실천 행동마저도 초라하고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환경작가 박경화의 『이번 생은 초록빛』을 읽으며 만약 환경을 위한 실천 행동을 점수를 매겨 시험을 본다면 나는 거의 낙제생이겠구나 하는 반성을 했다.

환경작가라고 불리려면 이 정도는 하고 살아야 하나 보다 싶은 에피소드들이 한가득 담겨있다.

이야기들이 하나같이 일상 밀착 단편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아끼고 사셨던 우리 엄마, 시어머니의 모습이 작가보다 더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어느 면들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며 웃음이 피식 나온다.

환경을 위한다는 것은 남들보다 조금 더 부지런해야 하고, 때로는 불편하게 산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이 풍족하고, 다음날 새벽이면 현관문 앞에 물건이 배달되는 요즘의 시대는 오래 쓰고, 나눠쓰고, 아껴 쓰기 위해서는 특별한 노력도 노력이지만 그보다 더 필요한 건 마음인 것 같다.

쉽게 살 수 있으니 쉽게 버리게 되고, 내일이 되면 오늘 사용 중인 물건보다 조금 더 편한 것들이 쏟아져 나온다.

편하게 사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닌 것을.

가진 것을 감사히 여기고 아낄 줄 아는 마음, 애틋하고 소중하게 다룰 줄 아는 마음이 있어야 노력이 따라온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 가장 크게 느낀 점이었다.

아끼고 고치고 키우고 나누는 그 행위 이전에 모든 것을 소중히 여기고 쓰임을 다하길 바라는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글을 읽는 동안 오롯이 전달되었다.

에세이 한 권을 읽으며 수많은 이야깃거리가 머릿속을 맴도는 건 오랜만이었다.



누군가는 궁상맞게 산다고 할지도 모른다.  말로는 쉽지만 실천은 어려운 것이 있다.

그래도 이 책을 읽다보면 환경을 위한 실천방법들은 사실 그리 어려운 것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저 조금 불편하고 번거롭고, 남들보다 부지런하기만 하면 된다.

작가의 말마따나 중요한 것은 행동하는 것이다.

그리고 행동을 하기에 앞서 모든 것이 소중하다는 마음이 먼저다.

친환경 라이프 실천 에세이 박경화의 『이번 생은 초록빛』을 읽으며 아끼고 고치고 키우고 나누는 삶을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다. 환경을 생각하고 실천하며 사는 작가 자신의 일상을 아주 솔직하게, 친절하고 꾸밈없이 보여준다.

환경위기에 대해 나는 어떤 거창한 문장은 남기지 못하겠다. 

다만 작가의 이야기를 읽고 초록빛 가득한 작가의 삶이 많은 사람들에게도 물들어가길...

그리고 이 책을 읽은 나의 삶도, 내 주변의 삶들도 조금씩 초록빛으로 빛나길 바라보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번생은초록빛 #박경화 #하니포터9기 #하니포터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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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공익 - 왜 어떤 ‘사익 추구’는 ‘공익’이라 불리나
류하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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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표지에 발칙한 제목부터 시선을 끈다.

'불온'한 '공익'이라니.

'공익'은 공동체 다수의 이익일 텐데 어떻게 '불온'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펼친 책.

여기에서 '불온'하다는 단어에는 아직 '공익'이 되지 못한 어떤 '사익 투쟁 행위'들이

기존의 사회집단의 이익을 해치지 않고, 혹은 위협하지 않고 안전하게 '공익'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담겨있다.


이 책은 현직 '공익·인권 변호사로 활발히 활동 중인 '류하경'변호사의 '공익이 되고자 하는 불온한 사익 투쟁기'이다.

공익이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쉽게 생각하면 ‘사회 공동체 다수의 이익’을 말하지만 이것이 곧 사회 공동체 전체의 이익은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공동체가 누구인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어떤 이익들을 말하는지, 사회적으로 그 행위를 공익으로 인정할 만한 것인지에 따라 ‘공익’이 될지 한 집단의 ‘이기적인 사익’추구 행위로 불릴지 달라지게 된다.

나는 그동안 ‘공익’이라는 개념이 사회의 발전과 공동의 이익을 위해 당연히 허용해 주어야 하는 어떤 것이라고 상당히 막연하게 생각해왔다. 공익을 추구하다 보면 대립하게 되는 집단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 집단이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하고 양보하면서라도 꼭 보장해 주어야 할 ‘사회적인 가치’가 내가 생각하는 공익이었다. 그리고 그런 것은 대체적으로 ‘인권, 평등, 공정’의 단어를 입힌 것들이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것은 어떤 특정 집단이 아닌 대다수의 보편적 인구 집단의 것들이라 생각했다.

그렇다면 그렇지 못한 사회적 약자들, 소수자들의 이익 추구 행위는 공익이 될 수 있을까?

뉴스에서 종종 들려오는 누군가의 투쟁 이야기들, 예를 들면 철거민, 경비 노동자나 청소노동자, 거리 노점 상인들의 투쟁, 일하다 죽은 이들의 산재 인정 투쟁과 각종 노조 시위들이 ‘공익’이 될 수 있을까?

저자는 ‘공익’이라는 것은 결국 ‘사회적 약자의 사익 중 현재의 공동체 다수가 그 추구 행위를 위험하지 않다고 보고 허용하는 사익’이라고 정리하며 위에서 말한 몇 가지 사례들이 공익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게 한다.


공익으로 인정받기 위한 어떤 사익들은 누군가의 이익을 침해하고, 불편감을 불러올 수 있다.

사회적 합의와 연대만으로 공익을 인정받기란 힘들다.

다수의 집단에서는 자신들의 이익과 안정을 위협하는 누군가의 공익 추구 행위를 ‘불온’하게 여기기도 한다.


특히 이 책의 2장 <무엇이 공익인가>에서 ‘공익·인권 변호사’로 불리는 저자 자신이 직접 참여했던 그 ‘불온한 사익 투쟁’의 현장을 생생하게 써 내려갔다.

글을 읽으면서 나 또한 그동안 이러한 문제들을 불온한 시각으로 바라보았거나 혹은 무심한 시각(이 편이 훨씬 가까웠던 것 같다)으로 공익과는 별개의 문제로 치부해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이 공익의 선을 넘기 위해서 사회적 합의에만 기대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사회는 그렇게 단순하고 이타적이지 않다. 때로는 헌법에 기대어 타당한 법적 근거를 손에 쥐어야만 비로소 남들의 인정을 (그나마 강제적으로라도) 받을 수 있었다. 당연한 듯 보이는 권리를 주장하고, 인정받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 그 과정을 혼자 싸울 수 없다는 것을 2장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공익의 범위를 넓혀가는 것에는 반드시 사회적 연대의 힘이 필요하다. 그렇게 힘든 투쟁의 결과로 우리 사회는 '공익'의 범위를 조금씩 넓혀나간다.


개인적으로는 어렵게 느껴지는 법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뉴스에서 한 번쯤 다 보았던 사건들의 법정 다툼과 뉴스에서 다루지 않았던 사건의 이면들, 저자의 투쟁 과정 동안 느낀 감정과 생각들이 진솔하게 다가와 읽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그동안 직접적으로 나의 이익에 반한 사건들이 아니라는 생각에 한걸음 떨어져 그저 ‘너무 한거 아니야?’라든지, ‘당연히 보장해 줘야 하는 거 아니야?’, ‘저들은 너무 이기적이네’라는 말 한마디만 던질 뿐, 사회적 이슈를 들여다보고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다.

‘공익’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정의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쏟아져 나올 ‘불온한 공익’추구 행위에 대해 어떤 관점으로 문제를 들여다볼지, 그리고 나는 어떤 사유와 행동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던져주는 책이었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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