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후추와 같은 향신료는 육로를 통해 인도에서 유럽으로 넘어왔다.
그러나 육로에는 오스만 제국이 자리 잡고 있었고, 이슬람교도가 아닌 유럽인들이 그 길을 넘기는 쉽지 않았다.
구하기 어려운 향신료를 교육을 통해 소량씩 얻을 수밖에 없었는데, 직접 배를 타고 향신료의 원산지로 가 현지에서 대량 공수해올 수 있다면 엄청난 부는 장담되어 있었다.
그렇게 대항해시대가 시작되었다.
이 책은 향신료를 얻기 위한 유럽인들의 위대한 업적 이면에,
대항해시대를 열었던 유럽 강국들의 탐욕스러운 쟁탈전,
항로를 개척하는 과정의 수많은 실패와 성공담,
그리고 향신료 전쟁이 세계사에 미친 영향을 매우 자세히 그리고 재밌게 풀어간다.
역사 시간에는 우리는 이 내용을 한두 페이지로 대략적인 흐름만 배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오래전 기억이지만)
반면 이 책에서는 무척 많은 인물들과 그들의 동선, 활약들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일단 나는 정말 재밌게 읽었다.
낯선 지명들이 많아 구글 지도를 펼치고 직접 검색해가며 수많은 항구와 섬을 찾아가며 옛사람들의 행적을 쫓아갔다. 지도를 함께 보며 읽는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북방항로 개척기를 읽을때 북극의 지도를 펼치고 그들의 항로를 쫓아가다보면 안타까움이 절로 든다.)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알게 된 새로운 세상.
그들은 물에 빠져 죽고, 원주민의 공격에 죽고, 병에 걸려 죽고, 얼어 죽기도 했다.
그래도 끝내 전설의 섬 '스파이스 제도'를 발견했다.
평화롭게 교역하며 누구도 다투지 않고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주고받았다면 어땠을까?
안타깝게도 서구 열강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다른 나라가 뺏기 전에 내가 먼저 더 많이 가져야 했다.
아예 독점을 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서 그 모든 부를 독차지하려 했다.
심지어 뺏길 것 같다면 남들이 갖지 못하게 뿌리째 뽑아 없애기도 했다.
책에서는 모험가들의 위대한 탐험정신에 감탄하고 경의를 표하면서도, 그 이면에 있는 서구 열강의 탐욕스러움이 잘 드러냈다.
15~16세기 이후 20세기 초반까지는 먼저 깃발을 꽂으면 자신의 땅이 되던 힘의 논리가 작용했던 시대다.
힘 센 놈들이 정한 규칙에서는 뺏고 싶으면 총과 대포로 약탈을 하거나 침략하거나 전쟁을 해야만 했다.
그 과정에 원주민들의 삶의 터전은 짓밟히고, 그들의 목숨은 한없이 가벼워졌다.
총칼로 위협하고, 일방적인 조약에 도장을 찍게 만들어 모든 것을 뺏어갔다.
이 모든 것은 다 '향신료'를 더 먼저, 더 많이, 더 나아가 독점하기 위해 벌어진 일들이다.
당장 없으면 안 될 필수 먹거리나 생존을 위해 싸운 것이 아니었다.
세상은 더 가진 자들, 힘 있는 자들의 탐욕으로 얼룩졌고, 그 희생양은 늘 힘없는 사람들과 가난한 자들이었다.
『향신료 전쟁』은 향신료를 향한 인간의 욕망을 통해 그것이 인류 역사에 미친 영향을 소개했지만,
독자들에게는 또 다른 새로운 질문을 던져주었다.
서구 열강은 이제 더 이상 향신료를 얻기 위해 싸우지 않는다.
향신료 전쟁은 사라졌지만 대신 다른 새로운 자원이나 이권을 얻고 우위를 점하기 위한 신경전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지금의 새로운 이권과 자원 다툼, 각국의 끝없는 경쟁은 어떤 결말을 맺게 될까?
타협과 양보, 협력과 공존의 가치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