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 공주 살인 사건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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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 살인사건


무책임하게 다룰 사건이 아니란 말이야. 알겠지? - p. 19
머릿속에서 이루어진 창작도 누군가에게 말하는 순간 진실로 둔갑하니까 말이죠. - p. 80

'고백'을 읽고 나서 충격적인 감정에 내동댕이쳐지고 그 후로 꼬박꼬박 신간을 챙겨 읽는 좋아하는 작가 미나토 가나에의 신간 '백설공주 살인사건'이 나왔네요. 동화의 재구성은 이미 질릴 정도로 접하고 있는데 또 다시 백설공주라니. 과연 어떨까 싶긴 했지만 그래도 미나토 가나에의 작품은 다를 거라는 막연한 믿음으로 받아본 책은 표지부터 참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야기는 살인사건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칼에 수 차례 찔리고 불에 타올라 발견 된 검은 사체. 그 사체가 실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백설'이란 화장비누를 만들던 회사의 직원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사건은 '백설 공주 살인사건'이라 명명됩니다.


자신 기억으로 구성된 과거와 타인의 기억으로 구성된 과거. 과연 어느 쪽이 옳을까요. - p. 206

입사 동기인 '미키 노리코'와 '시로노 미키'. 같은 '미키'지만 한 쪽은 정말 외모가 빼어나게 아름다운 '백설 공주'. 그리고 하나는 이름만 성에 사는 공주라는 이름을 가진 수수하게 생긴 또 다른 '백설 공주'. 백설공주가 살해당한 뒤에 금방 밝혀질 거짓 변명을 대고 잠적한 또 하나의 백설공주 혹은 마녀는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을 사게 됩니다.

기자가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어 대화만으로 구성되는 챕터는 어쩐지 누군가의 뒷담화를 듣는 것 같은 묘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누가 그랬대. 얘는 과거가 그랬대. 사실 얘는.. 얘와 얘의 관계는.. 직장동료에서 동창생으로, 또 고향사람으로, 가족으로 대상만 바꿔 계속 다른 시점의 이야기를 보는 과정에서 확신을 가졌던 이야기의 줄기는 점점 의뭉스럽게만 변해갑니다.


마음의 준비는 끝났다. 이제 왕자님에게 전화를 걸자. 이 백설 공주를 구해 달라고. - p. 316

백설공주와 마녀의 이야기에 열광한 사람들이 흥분해서 이야기를 이래저래 옮겨가는 과정에서 한 사람이 어떻게 범인으로 몰아져가는지 볼 수 있던 무서운 이야기. 실제로 있음직한 이야기라 더욱 무섭더군요. 오보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이야기가 어떻게 와전되어가는지, 마녀사냥이 무엇인지를 볼 수 있는 소설입니다.

맨 마지막에 sns에서 오간 댓글과 기사 등을 읽어야 일의 전모를 알 수 있는데 실상을 알게 되면 더욱 씁쓸함이 짙게 배어나는 미나토 가나에의 '백설공주 살인사건'. 막판 뒤집기에서 오는 소름을 경험하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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