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 (무선)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시리즈 5
다카하시 겐이치로 지음, 박혜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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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


제1회 미시마 유키오상 수상작이자 파격적인 언어와 신랄한 상상력으로 문단의 이단아라고 불리는 다카하시 겐이치로의 소설. 절판이 되어 구하지 못하게 되자 전무후무한 헌책방 순례 열풍을 일으켰던 문제작이라는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 야구가 사라진 세상에서 야구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괴짜들의 이야기를 다룬 단편들의 모음집이다.


책상 위에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설명해보겠다. 그 일이란 책꽂이에서 몇 권의 책을 꺼내 주의 깊게 읽다가 야구에 관한 중요한 기록이 있으면 그것을 공책에 만년필로 옮겨 적는 것이다. - p 15


야구 자체를 그리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오히려 야구에서 파생된 2차 창작품인 야구소설은 굉장히 즐기는 편이기 때문에 일본 야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고 해서 굉장히 기대가 많았다. 야구가 사라진 세상에서 야구에 집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니 이 또한 얼마나 흥미로운 소재란 말인가. 쉽게 읽어보지 못할 소재인데다 일본의 야구 열정도 대단하다고 들어왔는데 거기에 집착이라는 단어까지 봤으니 진짜 대단한 열정소설 하나 나왔구나 싶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이런 생각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된다.


주의해. 귀를 기울여. 이 세상에서 야구와 관계없는 건 하나도 없어. 나는 귀를 기울이고 눈을 크게 떴다. 아아, 얼마나 나는 무지했던가. 이 세계는 이렇게나 야구로 가득 차 있었는데. - p. 111


이상의 작품을 읽었을 때 당시 사람들이 이런 느낌이었을까.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했음에도 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걸까 고민하게 된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책을 다 읽고 느낀 감정은 그저 난해함 뿐. 첫 페이지부터 끝 페이지까지 모조리 읽었음에도 내가 소화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그런데도 아~ 이건가. 뭐가 재미있는지 명확하게 이야기하지도 못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자꾸 찾게 되는 이 아리송함을 즐기는 건가 생각이 들더라.


사랑은 사라져도, 야구는 남는다. - p. 221


많은 괴짜들이 등장해 야구라는 것이 사라진 세상에서 야구에 관한 기록을 찾아 모으고 프란츠 카프카가 포수라고 하는 등 여러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이 이야기는 야구를 잘 알아도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가 아주 많다. 야구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야구 소설이라기보다는 야구를 소재로 한 언어유희 소설에 가깝다. 그러므로 야구를 전혀 모른다고 해도 상관 없이 볼 수 있다. 어차피 우리가 알고 있는 야구에 대해 말하는 이야기가 아니니까. 책을 읽고나니 저자가 말한 '많은 책방에서 이 작품이 스포츠 코너에 있는 것을 보았지만 불평할 생각은 없다'라는 말에 피식 웃게 된다. 파격적인 언어 해체와 전위적인 언어유희, 난해함 등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좋아할 작품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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