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의 요리사들
후카미도리 노와키 지음, 권영주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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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 : 전쟁터의 요리사들





대표 문학상의 순위권을 석권하며 일본 열도를 들썩이게 한 화제의 미스터리. 후카미도리 노와키의 '전쟁터의 요리사들'. 제 2차 세계대전의 유럽 전선을 무대로 한 전쟁 이야기를 일본 작가가 했다니 흥미가 갔다. 전쟁을 이야기할 때 조리병의 시선으로 보여주는 이야기는 처음인데다 신병의 주요 무기는 나이프와 프라이팬이라는 신선한 작품. 전쟁터의 미스터리를 조리병들이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참 궁금해졌다.


자연히 조리병은 일반병에게 무시당하고 미움을 받았다. 조리병뿐 아니라 후방 지원 임무를 수행하는 특기병은 모두 비슷한 취급을 당했다. 그들은 '낙오자'라는 시선을 받았다. - p. 23


전쟁에서 보급품들, 그 중에서도 음식은 특히 중요한 자원이다. 이 소재를 전쟁과 엮은 미스터리로 풀어냈는데 소개만 들었을 때는 유쾌하고 재미있는 미스터리가 될 것 같았으나 실상은 제대로 된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배경은 2차 세계대전. 열 아홉살인 티모시(팀) 콜은 분위기와 영웅심에 휩쓸려 군대에 자원하기로 결정한다. 그렇게 훈련을 받았지만 자신은 군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 그에게 이미 조리병인 에드워드 그린버그는 조리병 보직을 권유하고, 티모시는 할머니의 레시피를 가지고 조리병이라는 특기병으로 군대에 자리를 잡는다.


이야기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성공한 후 본격적으로 시작이 된다. 2차 세계대전의 굵직한 전투를 벌인 주둔지들을 거점으로 조리병들은 미스터리를 맞닥드리고, 또 해결해낸다. 낙하산을 모으는 병사, 무려 600 상자에 들어있던 분말 달걀 실종 사건, 민가의 죽음, 유령 사건 등을 그린버그와 함께 풀어나간다.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한번 한 행동은 영원히 새겨져 지워지지 않는다. 어렸을 때 흑인들을 조롱하는 낙서를 했을 때처럼 나는 디에고에게 상처를 주고 끝내 용서받지 못했다. 그리고 에드의 죽음을 회피하지도 못했다. 적병도 수없이 죽였다. 한번은 상대가 항복했는데도 총을 쐈다. 빼앗은 목숨, 구한 목숨, 모욕을 주고 만 목숨. 세고 들자면 끝이 없지만 그렇다고 아픔이 마비되는 일은 없었다. - p. 522


인간은 망각하는 동물이다. 시간이 지나면 명백한 과오조차 정당화한다. 누군가가 이기면 누군가는 지고. 자유를 위해 싸우는 자를 다른 자유를 위해 싸우는 자가 쳐부순다. 그렇게 해서 증오는 연쇄된다. 세상은 백도 흑도 아니다. 회색의 세계다. 이 흐린 하늘처럼 명암이 변덕스레 바뀌는, 잔인하고 아름다우며 향수를 자극하는 회색이 한없이, 한없이 뒤덮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 - p. 523


배경이 전쟁이다보니 에피소드 하나하나에 사연이 있고, 또 아픔이 있다. 주된 내용은 일상 미스터리지만 주변에 가득한 전쟁 상황과 죽음에 대해 읽고 있노라면 전쟁터가 얼마나 무시무시하고 또 지옥같은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종전은 다가오고, 서로 의지하며 지내던 동료의 죽음과 함께 생존자들은 전역을 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입대했던 전쟁 전과 달리 종전은 그들의 마음에 무겁게 자리잡는다. 나는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요리사버전이라고도 말하는데 이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 읽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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