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온도 -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하명희 지음 / 북로드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한국 소설 : 사랑의 온도


 

  JTBC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 SBS '상류사회', '닥터스'의 드라마 작가 하명희의 첫 장편소설이라는 '사랑의 온도'를 보았다. SBS 월화드라마 '사랑의 온도'의 원작소설이기도 한 이 책은 PC에서 만난 '착한 스프'와 '제인' 그리고 '우체통'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여기에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랑이 주요 요소로 등장한다.


그를 다시 만났다. 웃을 때 잡히던 눈주름이 더 많아졌다. 다른 남자가 그런 주름이 잡힌다면 분명 난 왕년에 바람깨나 피뤘을 거라고 생각했을 거다. 그가 지금 말을 하고 있다. 간간이 웃었다. 난 그의 눈에 혹시 내가 남아 있지 않을까 해서 뚫어지게 보았다. - p. 13


  홍아와 현수는 실제로 절친이었는데 성향은 극과 극을 달린다. 예쁘고 눈치있으며 착하다는 평을 듣지만 어딘지 모호하고 우유부단한 홍아와 여성성에서는 조금 벗어나있을 지 모르지만 목표가 정해지면 잘못된 길이어도 자신이 가보고자 한 곳까지는 직진으로 향하는 현수. 그런 두 여자는 연애성향도 다른데 홍아는 집안에서 원하는 조건 좋은 남자와 사랑 없는 결혼을 할 수 있으며 연애는 따로라고 생각하는 반면 현수는 사랑 없는 연애는 자신에게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며 한 사람만을 가슴에 깊이 품는다.


온라인 상의 대화명과 오프라인의 실제 인물과는 어느 정도 관계가 있다.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 p. 18


  양파 수프를 가장 좋아하는 프랑스 요리사 출신 착한 스프(온정선)과 우체통(지홍아) 그리고 제인(이현수)은 요리동호회에서 서로 알게된다. 처음에 제인은 착한 스프의 맞춤법과 행동, 말투에서 썩 자신과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느끼지만 의외성을 발견해 그를 사랑하게 된다. 주변에 남자인 친구는 하나도 없던 홍아가 그를 친구라고 규정하자 묘한 불길함을 느낀다.


행복이란 멈춤을 잘할 수 있는 능력이다. '미안하면 됐어'라고 스스로 만족하는 마음이다. - p. 28


  사랑에 타이밍은 참 중요하다. 이 책에서도 착한 스프의 과거사로 인해 형성된 성격 덕분에 타이밍은 어긋나고, 둘의 운명은 얽히지 않고 한참의 시간이 흐른다. 그 동안 현수를 사랑하는 새로운 남자가 생긴다. 박정우라고 하는 그는 성격도, 재력도, 현수를 향한 사랑도 여태까지 현수의 주변 인연 중 최고였지만 현수는 여전히 착한 스프를 마음에 담고 있다.


태어날 땐 가족을 선택하지 못하지만, 내가 이룰 가족은 선택할 수 있어. 그래서 다행이야. - p. 114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사람은 서로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원하면서도 그 관계에 깊숙이 파고들지 못한다. 가까워 지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주변 인물에게 부탁을 하고 기다리는 정도로 소극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다. 적극적인 것은 현수와 가족이 되고 싶다고 말하던 정우 하나였지만, 그 또한 착한 스프에 대해 알게 된 진실을 현수에게 말하지 못한다. 하지만 결국 그렇게 회피하며 피상적인 관계만 구축하다가 모든 것은 파탄나고, 결국 모두는 홀로 남게 된다.


그의 존재를 지금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전화뿐이다.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 p. 53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혹시나 누군가 전화를 받을까 봐 수화기를 내렸다. 그는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 - p. 254


  불륜이라는 소재와 과거사, 긴 시간을 간직한 짝사랑의 시작과 끝, 친구의 개입 등을 말하고 있어 막장으로 치닫고 또 열정적으로 서사를 그려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무언가를 분류하고 정리하는 걸 좋아해 빠른 판단을 가지고 이성적인 현수의 시점으로 줄곧 이야기를 보여줘 어딘지 이야기는 건조하고 메말라 있다. 이 간극이 흥미로워 마음에 들었고, 덕분에 고독을 말하는 마지막 부분에서 더 깊게 공감할 수 있었다. 드라마로도 제작이 되었던데 드라마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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