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사요코 모노클 시리즈
온다 리쿠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일본 소설 : 여섯 번째 사요코  



 

  수 많은 베스트셀러를 양산해 우리 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작가 온다 리쿠. 그녀의 데뷔작 '여섯번째 사요코'가 표지를 바꿔입고 다시 찾아왔다. '밤의 피크닉', '삼월은 붉은 구렁을', '보리의 숲에 가라앉는 열매', '흑과 다의 환상', '도서실의 바다', '황혼녘 백합의 뼈' 등 다양한 소설을 읽었지만 정작 데뷔작은 읽어본 적이 없었는데, 이 기회에 온다 리쿠의 데뷔작을 읽어보게 되었다.


몇천 명이나 되는 이 학교의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이 이야기를 들었다니. 게다가 이 이야기는 하나하나 미묘하게 다르고, 또 조금씩 변화된 다양한 이야기가 매일 만들어지고 있다. - p. 68-69


  이야기는 한 고등학교에서 시작된다. 이 학교에는 '사요코'라는 괴담이 전설처럼 전해져오고 있다. 3년에 한 번씩. 한 학생이 은밀하게 '사요코'로 지명받게 된다. 그러면 그 학생은 꽃다발과 열쇠를 받아 꽃병에 자신의 의지를 전하고, 어떤 의식과도 같은 절차를 치러내야 한다. 어찌 보면 허무맹랑한 이야기이지만 학교라는 폐쇄된 공간 안에서 이야기를 생명력을 가지고 퍼져나간다.


빨간 램프. 강당 안의 어둠 속으로 팽팽하게 한 줄기 가는 실이 지나가는 듯했다. 사람의 목소리라는 건 얼마나 신기한가, 하고 슈는 생각했다. 제각기 다른 높낮이에 여러 가지 색깔이 담겨 있고 다양한 모양을 하고 있다. 각각의 목소리에서 상상되는 그 목소리 주인의 못브이 어둠 속에서 증폭되어 동물이 되기도 하고, 돌이 되기도 하며, 때로는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 p. 158


  '사요코'로 지명된 사람은 신성하고 그와 동시에 남들이 꺼려하는 존재가 된다. '사요코'가 성공하면 그 해는 진학률이 1~2위를 다툴 정도로 성공한 해가 되지만, 실패하거나 무시하면 그에 상응하는 마이너스 대가를 받게 된다. 그러한 부담과 압력 사이에서 사요코는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안 되고 존재를 드러내도 안 된다. 제 삼자의 개입은 사악하다는 평까지 받으며 절대 금기된다.


그래, 네가 나를 불러들인 거구나. 일부러 이런 곳에서. 알았어. 마음껏 즐겨볼게. 내가 올해의 사요코가 되어주지 - p. 301


  이러한 고독감과 어쩌면 공포와 불안 속에서 1년을 버텨내야 하는 사요코. 그런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이번 '여섯번째 사요코'는 두 명이 등장한다. '그녀'와 전학생인 '쓰무라 사요코'. 심지어 한 명은 초반부터 미스터리한 일을 겪게 되고, '세네키 슈'는 그런 사요코 전설을 눈여겨보며 서서히 괴담의 진실에 접근하게 된다.


  '사요코'로 보이는 '쓰무라 사요코'가 괴담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애초에 '사요코' 괴담은 누가 주도하는 것일까. 진짜 '사요코'는 누구였을까. 금방 흥미를 잃을 수도 있을 이런 괴담이 어떻게 전승되는 것일까. 여러 사람이 연결되어 있는 '사요코' 괴담. 100년의 벚꽃나무, 핏빛 데루테루보즈, 붉은 꽃다발, 꽃병, 열쇠, 비석, 죽음, 들개들... 다양하고 의미심장한 상징들을 보며 이런 감춰진 진실들을 궁금해하며 읽고 있노라면 금방 책의 마지막 장을 보게 된다.


  항상 똑같은 위치에서 똑바로 서서 돌고 있는 팽이처럼 반듯하게 돌고 있지만 끈을 쥔 사람과 치는 사람이 바뀐다는 책 속의 묘사처럼. 매년 새로운 아이를 받아 3년 마다 졸업시키는 학교. 매년 같은 행사가 이어지지만 미묘하게 다른 매년이 흘러가는 특별한 공간인 학교에서 괴담이란 어쩌면 당연하게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미묘한 감수성을 잘 캐치해 미스터리로 승화한 온다 리쿠의 데뷔작 여섯 번째 사요코. 널리 사랑받을만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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