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스토어
그래디 헨드릭스 지음, 신윤경 옮김 / 문학수첩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영미 공포 소설 : 호러스토어  



  여름철에 스릴러와 함께 철장사를 하는 장르가 있다. 바로 공포 호러 장르! 시각적인 측면에 약해서 영화는 잘 못 보는 편이지만 무서워하면서도 책은 침 꼴깍 삼키며 재미있게 보는 편인데, 이번에 정말정말 기발한 공포 소설이 나왔다. 바로 그래디 헨드릭스의 '호러스토어'. 무려 카탈로그 형식의 공포소설이라고 하는데 안에도 상품 설명같이 되어있을지 궁금하고, 이 책의 장르가 소설이라는 점이 또 무척 흥미로웠다.


  책을 열면 배송서비스 신청서, 쇼룸안내도, 채용정보, 직원평가서 등등 정말 하나의 큰 카탈로그처럼 꾸며져 있는 책. 각 목차 또한 한쪽 면에 상품 일러스트와 함께한 상품설명으로 시작되어 눈길을 끈다. 이 작품은 이케아 같은 유명 가구 쇼핑몰이라고 설정된 '오르스크'라는 쇼핑몰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물론 모두 가상의 설정이다.


열심히 일함으로써 우리는 가족이 되고, 열심히 일함으로써 우리는 자유로워진다. - p. 48


  대형 가구 판매점 오르스크에서 매장의 10% 가량의 손실이 발생한다. 매일 밤 조명이 꺼지고 나서 보안카메라에 암흑만 찍히게 되고 나면 감쪽같이 가구들이 손상되는 것이다. 누군가가 몰래 침입해 일부러 매장 안의 물건들을 손상시키고 있다는 결론에 다다른 오르스크의 지점장과 부지점장은 밤 중에 직원을 남겨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기로 결정한다.


"직장이 아니면 뭔데요?" "이죠." "그게 그 말이잖아요." 에이미가 말했다. "아뇨, 그렇지 않아요. 주유소 아르바이트생한테도 직장은 있어요. 하지만 오르스크에서 일하는 우리에게는 일이 있죠. 소명 같은 거예요. 자기 자신보다 더 큰 어떤 것에 대한 책임감 말이죠. 일이 있는 사람에게는 삶의 목표가 생겨요. 그래서 자기가 죽은 뒤에도 세상에 남을 뭔가를 쌓아 올릴 수 있는 거예요. 일은 단순히 돈을 버는 게 아니에요. 그 이상의 가치가 있죠." - p. 51


  여기서 주인공이 등장! 매장 직원 에이미는 오르스크에서 근무하는 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불성실한 직원이다. 그런 그녀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부지점장 베이즐 덕분에 잔소리를 어마무시하게 듣고 있고, 그 때문에 다른 지점으로 전근을 가고 싶어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렇게 베이즐을 피해다니던 어느 날 애사심이 있는 직원 루스 앤과 함께 밤샘 근무를 하면 전근 승인을 내주겠다고 베이즐이 말한다. 추가 수당도 2배로 지급한다는 말을 듣고 에이미는 추가 근무를 수락하게 된다.


회사가 먼저 직원을 부유하게 하면, 직원도 회사를 부유하게 한다. - p. 121


  맨 처음 페이지를 펼치자마자 좀비들이 나와서 좀비물인가 싶었는데, 회사 얘기로 빠져서 마음이 맞지 않는 동료, 의무감으로 다니는 회사, 그리고 피할 수 없는 추가근무, 미로같아 나가는 길을 찾지 못해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어 그만큼 충동구매를 유도하는 공간 등등 흔히 농담으로 하는 '귀신보다 현실이 더 무서워' 류의 호러 소설인 줄 알았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제대로 호러를 말하고 있는 작품이었다.


에이미는 마음을 다잡았다. 오르스크는 애초에 방향을 잃도록 설계된 곳이었다. 이곳에 들어선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잊고 이미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바로 이 건물의 목표였다. - p. 215


  영업시간이 끝나고 매장 안에 아무도 없어야하는 상황에서 이상한 사람을 발견하게 되고, 그 형체가 '귀신'이 아닌 '사람'임이 밝혀지고 나서 살짝 맥이 빠졌었는데, 그러기 무섭게 이 소설을 통틀어 가장 놀랄만한 상황이 발생한다. 그렇게 그들은 미로같은 공간에서 빠져나가지 못한 채 갇혀 악몽과도 같은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저는 알아요. 옛날 이 자리에는 감옥이 있었어요. 그리고 사람들은 그 페허 위에 또 다른 감옥을 지었죠. 그러자 오래전 그 죄수들이 이곳으로 돌아온 거예요." - p. 288


  점점 광기어린 공간이 되어가는 상황에서 에이미는 점점 성장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는 성장소설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뒷 장으로 갈수록 각 장의 첫 페이지의 이미지와 상품설명은 점차 괴상한 걸 설명해주고 있고, 시크하게 현대 직장생활을 직장인 블랙유머로 공감하게 만들던 책은 점점 그로테스크하고 끔찍한 공포를 보여준다. 웃음과 공포가 공존하는 기발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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