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설 : 4월이 되면 그녀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이라는 영화와 소설로 유명한 가와무라 겐키의 신작 소설이 나왔다. 무려 2년만에 나온 신작 소설 '4월이 되면 그녀는'이라는 작품은 연애가 사라져가는 세계 속에서 사랑을 찾아가는 남녀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라고 한다. 죽음과 돈에 대해 다룬 작가가 사랑을 어떻게 그려냈을지 무척 기대가 되었다.
"저는 비 냄새나 거리의 열기, 슬픈 음악이나 기쁜 듯한 목소리,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 같은 걸 찍고 싶어요." "분명 찍히지 않는 것들이긴 하네." "네. 그렇지만 확실하게 거기 있는 것들이죠.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이유는 찍히지는 않지만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것들과 만나고 싶기 때문이에요. 그때 내가 이곳에 있으면서 느꼈던 뭔가를 남기기 위해 셔터를 누르죠." - p. 21
이야기는 4월에서 시작되어 3월로 마무리가 되는데,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리고 그 매개에는 9년만에 온 첫사랑의 편지가 있었다. 좋아하는 것이 중첩된 느낌의 사진을 좋아하던 하루. 대학 3학년 때 사진부 동아리에서 만났던 하루와 후지시로. 그들은 일식과 같던 찰나의 순간 서로에게 잠식되고 강렬한 감정을 나눈다. 나보다 상대가 소중한 감정. 옅은 색감의 사진을 찍어내던 하루의 풍부한 감성과 빛이 쏟아내려오는 듯한 찬란한 감정 속에서 그들은 애타게 사랑을 나눈다.
4월에 찾아온 그녀를 나는 사랑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차츰 멀어지고, 마침내 떠나간다. 그런데도 나는 그때의 감정을 잊지 못한다. - p. 86
그리고 이야기는 현재로 돌아온다. 후지시로는 정신과 의사가 되었고, 수의사인 약혼녀가 있다. 2년 동안 섹스리스로 사귀고 있는 둘. 그녀와 사랑을 하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결혼을 준비중이다. 약혼자 야요이에게는 여동생 준이 있다. 준은 이미 결혼을 한 상태이지만 남편과 4년동안 섹스리스로 지내고 있다고 그에게 상의한다. 그리고 둘은 그런 상황 속에서 묘한 줄타기를 하게 되고, 동료 의사 나나와 우연히 알게된 태스크에게 상담을 하게 된다.
살아 있다는 실감은 죽음에 가까워짐으로써 선명해진다. 이 절대적인 모순이 일상 속에서 형태를 갖춘 것이 사랑의 정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인간은 연애 감정 속에서 한순간이나마 지금 살아있다고 느낄 수 있다. - p. 227
그 중간중간 우유니, 프라하, 아이슬란드에서 보내지는 9년 전 첫사랑 하루의 편지들. 그 편지들은 당시의 소중한 순간들을 추억하게 만들고 그때의 감정을 떠올리게 했다. 그렇게 야요이와의 관계를 생각해보게 되는데, 어느 날 야요이가 사라져 나타나지 않는다. 소극적으로 기다리기만 하던 중 그녀의 방에 들어가 편지를 발견하고, 이제 그는 스스로를 변화시켜보고자 하게 된다.
달과 태양이 겹쳐지는 한순간의 기적. 사랑하는 마음이 겹쳐진, 일식 같은 순간이 되살아났다. 나는 사랑했을 때 비로소 사랑받았다. 살아 있는 한, 사랑은 떠나간다. 피할 수 없이 그 순간은 찾아온다. 그렇지만 그 사랑의 순간이 지금 살아 있는 생에 윤곽을 부여해준다. 서로를 알 수 없는 두 사람이 함께 있다. 그 손을 잡고 끌어안으려 한다. 잃어버린 것을 되찾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아직 두 사람 사이에 남아 있다고 믿을 수 있는 것, 그 파편을 하나하나 주워 모은다. - p. 267
결혼 후 생활이 완전히 뒤바뀌게 되는 불안감과 생활에 찌들어 상대방에게 더 할애할 수 없는 시간 등을 이유로 나이가 들어갈 수록 이전의 순수하고 열정 가득한 사랑을 지속시키는 것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그러한 후사랑과 첫사랑을 비교하는 것은 아니고, 점점 더 '혼자 놀 수 있는 법'에 대해 궁리하고 점점 더 자기애가 강해지는 현대 사회에서 찰나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에 윤곽을 줄 수 있는 것이 사랑임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감독이라서 그런지 영상이 펼쳐지는 것 같이 묘사가 참 좋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