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기억을 지워줄게
웬디 워커 지음, 김선형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영미 스릴러 소설 : 너의 기억을 지워줄게

All Is Not Forgotten


  여름엔 스릴러를 참 많이 읽는다. 몸이 공포를 느끼는 동안 더위를 물리칠 수 있기 때문인데, 이 책은 초반부부터 중반부까지는 열을 내며 화를 내다가, 중반부부터 후반부까지가 그랬다. 이 책 '너의 기억을 지워줄게'는 웬디 워커의 심리스릴러 데뷔작이다. 첫 스릴러 소설임에도 탄탄한 소설을 집필한 그녀는 2번째 스릴러의 출간을 앞두고 있고, 현재는 3번째 작품을 집필하고 있다고 한다.


제니는 강간을 기억하지 못했지만 공포는 몸속에 살아 있었다. 신체의 기억, 프로그래밍이 끝난 정서적 반응은 제자리를 잃고 말았다. 기반이 되는 사실 자체가 지워졌으니까. 그래서 공포는 몸속을 자유로이 돌아다녔다. 그 강간이 남긴 유일한 실체는 놈이 새긴 흉터였다. - p. 51


  책의 도입부를 읽고 흥분하고, 또 화가 나지 않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미국의 작은 도시 페어뷰에서 15세 소녀 제니 크레이머가 처참하게 강간당한다. 그리고 범인은 작은 제니를 우악스럽게 유린한 후 등에 상처를 새겨 자신의 표식을 만든다. 제니는 쇼크에 빠졌고, 진정제를 맞은 후 망각 치료 약물을 처방받는다. 아버지 톰은 반대했으나, 어머니 샬럿의 강력한 주장에 따른 처방이었다. 타이밍도, 치료도 좋았다. 예후도 좋은 것으로 보였다. 제니는 강간에 대한 사건을 아예 잊는다. 그 사건은 없어진 일이 되었다. 그러나 어느날 제니는 자살을 시도한다.


죄다 헛소리다. 누가 당신 자식을 해치려고 작정했다면 어떻게든 뜻을 이루고야 말 것이다. - p. 53


  이 책은 그런 제니에게 기억을 돌려주기 위해 애쓰는 정신과 의사 앨런의 시점으로 쓰여졌다. 앨런이 맡고 있는 환자인 숀, 글랜 셸비. 앨런의 아내 줄리와 아들 제이슨. 그리고 제니와 샬럿, 톰 가족과 그들의 주변사람들까지. 관계 없어 보이는 환자들의 이야기도 절대로 헛투루 넘겨서는 안된다.


어둠을 걷어내지는 못했다. 얼룩을 씻어내지도 못했다. 그러나 나는 우리가 창조한 저 결함 많지만 멋진 생명체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그늘 속에서 더럽게 살아가도 좋다고 체념했다. - p. 284


  이미 일어난 일을 없었던 것으로, 기억을 지우는 것으로 해결하는 선택지가 있다고 한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또한 그 선택으로 인해 좋지 않은 징후가 이어진다면 없앤 기억을 다시 되돌리는 방법은 어떤 것일까. 앨런은 '용서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며, 현상을 마땅히 이해할 수 있을 때 다시 누군가를 믿을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라고.


  모든 것이 잊히지는 않는다. 여기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결함을 지니고 있었다. 누군가는 불륜을 저지르고, 누군가는 자신을 믿지 못하고, 누군가는 전쟁 후유증으로 고통을 받고, 누군가는 범죄를 저질렀다. 그런 그들은 비록 그 것이 얼마간의 고통을 수반하겠지만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고, 인정하게 된 다음에 미래를 향해 한 보 진전한다.


  정신과 의사 앨런이 그들 모두를 치유하는 듯 보이지만 그런 '나'를 바라보는 면이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그의 치료요법을 가만히 따라가고 있으면 '나'의 불안감과 이기적인 마음, 또한 변화하는 상황과 심정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마지막 몇 장까지 반전이었던 제대로 된 심리 스릴러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