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형제 2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17년 5월
평점 :
중국 소설 : 형제2
1권에서 중국의 격동기를 보여줬다면 2권에서는 중국의 현대사를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형제의 운명은 극단적으로 변하게 된다. 성실하고 정직하며 그래서 때론 고집이 세기도 한 송강이 어떻게 몰락해가는지, 또 한량이며 비도덕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는 이광두가 어떻게 성공하는지를 극명하게 대비시켜 입맛을 씁쓸하게 만들어준다.
사업이란 꽃을 심어도 피지 않을 때가 있고, 무심코 심은 버드나무가 그늘이 될 수도 있다 이 말씀이야. - p. 132
이광두는 공장장으로 승승장구한 자신에게 만족하지 않고 자신의 사업으로 세를 불리기 위해 자진 사퇴한다. 주위 사람에게 투자를 받아 사업길에 나서지만 한차례 쓰게 실패한 그는 다시 공장장 직위로 돌아가고자 하지만 사규에 따라 그 일이 쉽지 않다. 그러자 그는 정부 청사 앞에서 무기한 연좌 시위에 들어가고, 사람들에게 폐품을 적선으로 받는다. 그 일이 전화위복이 되어 그는 폐품장사로 크게 성공하게 된다.
정식으로 폐품 장사를 시작한 그는 일본으로 가서 고물 양복 사업으로 사업을 확장한다. 일본의 중고 양복을 값싼 가격에 들여와 중국 사람에게 판매하는데, 그 양복들에는 일본의 성씨가 새겨져있고, 중국 사람들은 그 성씨들에서 일본의 유명인사들을 떠올리며 그 것을 자신의 유명세로 착각하고는 은근히 자랑스럽게 여긴다.
이렇게 변화하는 사람들의 인식을 상대로 크게 돈을 벌어들이는 이광두와 다르게 송강은 날이 갈수록 위치가 낮아진다. 잘 다니던 일자리에서 잘리고, 막노동을 하다가 크게 다치고, 장사를 하려고 들다가 망치고, 겨우 들어간 곳에서는 폐병이 걸린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이광두와의 연을 끊으면서까지 결혼을 했음을 자각하고 절대로 이광두의 손을 벌리려 들지 않는다. 정직한 사람이지만 재물 운이 영 따라주지 않는 송강.
인간 세상이란 이렇다. 한 사람은 죽음으로 향하면서도 저녁노을이 비추는 생활을 그리워하고, 다른 두 사람은 향락을 추구하지만 석양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지 못한다. - p. 423
결말까지 둘의 위치는 계속해서 좁혀지지 않고 벌어지기만 하는데, 결말 부분에서 송강의 마지막에 이광두가 벌이는 패륜에는 입이 딱 벌어진다. 모든 것을 알게 된 송강. 그럼에도 송강이 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그의 성품을 재확인 할 수 있었다. 그의 곁에는 류진의 최고의 미인이라는 임홍이 있었고, 류진 최고의 부를 지닌 형제가 있었으나, 결국 마지막에는 혼자였다.
이광두 네가 예전에 이렇게 말했지. 하늘이 뒤집어지고 땅이 갈라져도 꿋꿋하게 우리는 형제라고, 이제 내가 너한테 말할게. 삶과 죽음이 우리를 갈 놓아도 우리는 여전히 형제다. - p. 438
중국 경제사회가 급 발전하면서 이광두와 같이 승승장구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곧은 성격에도 시대의 변화에 잘 발맞추지 못해 사라져가는 송강과 같은 사람들의 모습을 두 형제의 모습으로 잘 묘사해 놓은 책이었다. 아무리 자신들이 욕하던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돈을 많이 가지고 있다면 보는 눈이 달라지는 군중들의 모습이나, 임홍이 마지막에 벌이는 사업과 같은 모습들이 정말 모든 도덕과 가치관 위에 돈이 새로운 질서를 정립했다고 보여주는 것 같아 참 씁쓸했다. 가치의 근본이 사람이 아닌 돈에게 있다는 무의식적인 학습이 윤리의 위기가 아닌가. 이 글을 보며 나 또한 왜 송강이 이광두에게 처지를 의탁하지 않는지 답답하게 여겼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자본주의 사회에 찌들어있구나 하는 자기 반성이 든다.
작품이 처음 나왔을 당시에 많은 논란이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 읽어도 파격적이라고 느껴지는 걸 보아 당시 읽었을 사람들의 충격이 상상이 된다. 저자의 후일담을 보니 이 글에 있는 사건들이 실제 있었던 일들이라고 하니 이 얼마나 불편한 사실인지. 중국 현대사 또한 경제적 발전이 사람들의 정신적 성숙보다 빠르게 발전해 그 갭을 메우기 위해 부단히 발맞추어가고 있는 듯 하다. 참으로 현대에 대한 풍자와 은유가 넘치는 해학적이고 위트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