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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프랑스소설 : 잠 1
Le sixieme sommeil
'개미'와 '뇌' 등 다양한 소설을 집필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이 나왔다. 저자는 프랑스에서보다 한국에서 더욱 유명하다고 하는데, 나 또한 학창시절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모든 작품을 부러 찾아가며 봤던 기억이 난다. 처음 접했던 이야기는 '개미' 였는데, 그 기발한 상상력에 흥분해 단숨에 5권 끝까지 읽어내렸던 추억이 아직도 선연하다. 이번 이야기는 바로 '잠'. 총 2권의 시리즈물로 나는 첫 권인 '잠 1'을 먼저 읽게 되었다.
할 수 있을 때 하지 않으면 정작 하고 싶을 때는 할 수 없을 것이다 - p. 49
이번 이야기는 미지의 세계나 다름없는 '잠'과 '꿈'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28세 의대생 자크 클라인의 뱃속에서부터 현재까지 수면을 연구하는 의사인 어머니 카롤린, 항해사인 아버지로부터 받아온 교육방침 이야기가 그들과 자크 클라인 본인의 시점에서 보여진다. 수면 1단계부터 수면 5단계까지 점차적으로 진입해가면서 자크 클라인은 점점 우등생이 된다. 그리고 어머니는 그에게 아무도 밝히지 못한 수면 6단계로 진입하기 위한 비밀 프로젝트를 그에게 언급한다.
<책의 세계는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받지 않고 스스로의 정신에서 얻은 가장 위대한 세계이다>라고 헤르만 헤세라는 작가가 말했어. 엄마는 여기에 <책의 세계는 이것보다 더 거대한 꿈의 세계에 자양분을 공급한다>고 덧붙이고 싶어. - p. 59
꿈을 통한 수면치료에 대해서도 직접 효과를 경험한 자크 클라인은 결국 의대로 진학하기로 결정한다. 거기에는 꿈을 통제하고 자신만의 꿈세계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도운 어머니가 겪고 있는 위험한 상황도 참고가 된다. '유도몽', '이어꾸기', '인위적인 6단계' 등 잠과 꿈으로 할 수 있는 여러가지 수면상태를 적절하게 풀어나가며 전개하는 도중, 어머니의 비밀 프로젝트의 피실험자가 깊이, 더 깊이 꿈의 세계로 진입하다가 돌연 사망하고 만다.
꿈의 세계를 통해 현실 세계의 문제를 얼마든지 풀 수 있어. 물론 그 반대도 마찬가지야. - p. 88
수면연구의 비밀 프로젝트 책임자인 어머니는 그 일로 사직하게 되고, 힘을 내는 듯 보이더니 다음 날 아무런 흔적도 남겨놓지 않은 채 실종된다. 자크 클라인은 걱정하며 잠에 드는데, 그 곳에서 48세의 자크 클라인을 만나게 된다. 미래에서 본인이 수면 6단계 실험의 성과로 인해 과거의 꿈과 접속할 수 있다고 말하는 그는, 어머니가 위험하다고 어서 그곳으로 가봐야한다고 말한다. 그를 의심하던 28세 자크 클라인은 본인의 꿈의 통제권을 잃고 '수면마비'에 걸려 목숨을 잃을 위험에 처하자 그를 반신반의하며 말하는대로 따르겠다고 말한다. 그렇게 28세의 자크 클라인은 어머니 카롤린을 찾기 위해 48세 자크 클라인이 말하는 '꿈의 민족' 세노이족에게 찾아가게 된다.
의지만으로 자신을 괴롭혔던 장면 속으로 들어가서 그걸 또 전혀 다르게 다시 체험한다는 게 말이야. 그리고 고통의 순간을 기쁨의 순간으로 대체해. 너무 쉬워 보여. 마치 자기 삶의 영화를 다시 편집할 수 있는 것처럼. - p. 152
인간은 생의 1/3을 자면서 보낸다. 그리고 1/12는 꿈을 꾸면서 보낸다고 한다. 이 시간을 좀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에 포커스를 맞춰낸 작품이었다. '유도몽' '이어꾸기' 등은 실제로 존재하는 현상인 것 같지만 '낮잠카페' '인위적인 6단계' 등 흥미로운 설정으로 또한 나를 매혹의 세계로 이끈 베르나르 베르베르. 이번 이야기 또한 과학과 허구를 적절히 섞어내어 감탄을 자아내었다. 과연 자크 클라인은 꿈을 어떻게 정복해낼 것인지 다음 권도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