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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것들의 수집가
루스 호건 지음, 김지원 옮김 / 레드박스 / 2017년 4월
평점 :
영미 소설 : 잃어버린 것들의 수집가
"사람들이 열차에 뭘 버리고 가는지 알면 놀라실걸요." - p. 9
그는 이것이 한때 누구의 인생에 조그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을까 생각했다. 어쩌면 그렇게 조그맣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걸 잃어버린 게 그 크기에 걸맞지 않게 엄청난 힘이었고, 울음을 터뜨리고 화를 내거나 누군가의 마음을 부수어 놓았을 수도 있다. 앤서니의 경우에는, 그가 오래전에 잃어버린 것의 경우에는 그렇다. 세상의 눈에는 조그맣고 가치없는 물건으로 보이겠지만 앤서니에게는 비견할 수 없는 귀한 것이었다. 그것을 잃었다는 괴로움이 매일같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고 그가 깨뜨린 약속을 무자비하게 상기시켰다. 테레즈가 그에게 받아낸 유일한 약속이었는데 그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래서 그가 다른 사람들이 잃어버린 물건을 모으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게 그가 보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 p. 40
삼십대에 사고를 당해 일을 그만두게 되고 2012년부터 암진단을 받아 고통속에서도 글을 썼다는 루스 호건. 그녀는 묘비명을 읽는 취미가 있다고 한다. 그런 루스 호건의 첫 번째 작품이라는 '잃어버린 것들의 수집가'. 이 이야기는 그런 그녀의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는 운명처럼 잃어버린 물건들에 얽힌 사연과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세 시점이 교차한다. 약혼녀인 테레즈를 잃고 그녀의 유일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자 슬픔에 다른 사람의 잃어버린 물건을 수집하게 된 앤서니. 그리고 장래를 선택하는 두려움과 풋내나는 사랑의 콜라보로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고 그 선택에 대해 후회하며 새로운 인생을 찾고싶어하는 비서 로라. 또한 몇 십년의 사연을 지니고 있는 분실물의 주인. 그렇게 세 시점이 교차하며 결국에는 중첩된다.
넌 모든 것으로부터 숨고 있어. 그리고 이제는 숨는 걸 그만두고 인생의 엉덩이를 걷어찰 때가 됐어.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든 지옥으로 가라고 해. (중략) 로라, 과거는 놓아줘야 돼. 넌 행복해질 자격이 있지만, 네 스스로 그 행복을 이뤄야 해. 그건 네 책임이야. 빈스를 만났을 때 넌 열일곱살밖에 안 된, 아직 어린애였어. 하지만 이제는 어른이니까. 어른처럼 행동해야지. 네가 그 시절에 했던 일로 너 자신을 자꾸만 학대하지 말고, 그렇다고 그걸 변명으로 삼지도 마. 너한테는 이제 진짜 멋진 인생을 살아갈 기회가 있잖아. 그걸 꽉 붙잡고 놓치지 마. - p. 176
앤서니의 오래된 소망은 그대로 비서 로라에게 이어진다. 그녀에게 이루지 못한 꿈을 부탁하며 그는 로라에게 집과 정원, 정원사와 임무를 맡긴다. 로라는 그렇게 자신의 남편에게서 해방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되지만 앤서니의 부탁이라는 중임에 짓눌린다. 그렇지만 그녀에게는 친구도, 이웃집 소녀 선샤인도, 자신에게 오랜만에 매력적으로 다가온 정원사 프레디도 있었다. 그들이 그녀의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주고, 그녀는 앤서니의 부탁을 들어줄 준비를 시작한다.
그리고 로라는 앤서니의 약혼녀, 테레즈의 영혼을 눈치챈다. 앤서니가 살아있을 때는 조용하던 그녀가 로라의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탓인지 그녀의 존재감을 드러내었다. 로라는 과연 어떻게 테레즈의 마음을 돌리고, 앤서니가 물려준 분실물들을 주인들의 품에 돌려주게 될까. 오래된 나의 소중한 애장품들이 떠오르는 참으로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