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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 The Summer ㅣ K-픽션 18
최은영 지음, 제이미 챙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7년 4월
평점 :
한국소설 : 그 여름
'쇼코의 미소'를 첫 소설집으로 등단한 최은영의 '그 여름'을 읽었다. 그녀의 아홉번째 작품이자 해외로는 첫 선을 보이는 작품이라고 한다. 그래서 국내작품임에도 작가와 역자가 있는 재미있는 작품이 되었다. 왼쪽에는 한글로 작품이 쓰여졌고, 오른쪽에는 영어로 번역된 페이지가 쭉 이어진다. 두 페이지 정도 읽어보니 그렇게 크게 어려운 단어도 없어 영어공부를 하기에도 괜찮은 작품으로 보였다.
이 작품은 2016년 가장 뜨거운 여름을 보내며 쓴 작품이라고 한다. 작품 속의 두 사람은 18살 7월의 뜨거운 여름에 만난다. 수이가 찬 공에 맞아 이경이 피를 흘리게 되는 그 강렬한 첫 만남으로 그들은 서로를 인지한다.
수이는 이경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자신을 그렇게 바라보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사람이 사람을 이렇게 오래 바라볼 수 있구나. 모든 표정을 거두고 이렇게 가만히 쳐다볼 수도 있구나. 그렇게 생각하면서 이경은 자신 또한 그런 식으로 수이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 p. 18
각자의 상황이 반대이기에 그런 만남이 아니었으면 아마 마주치지 않고 각자의 인생을 걸어갔을 두 사람. 하지만 그들은 만났고, 서로에게서 어떤 이끌림을 느낀다. 이경이 다 낫고 나서 수이가 머뭇거리며 점심을 먹자는 제안을 받아들이며 그들은 자연스럽게 인연을 이어가게 된다.
그러나 수이와 이경은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이었다. 수이는 부모의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며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축구를 했다. 그러나 여자축구부는 겨룰 상대가 많지 않아 남자 중학교와도 시합을 치르게 되는데, 그 곳에서 성추행도 당하고 비열한 태클도 당하게 된다. 그녀는 부상을 두 번 입었고, 처음엔 재활을 열심히 했으나 그 다음엔 격렬한 운동을 할 수 없다는 판정을 받는다. 그녀는 축구를 그렇게 그만두게 되었다.
비열한 말이라고 생각해. (중략) 용인해주는 거야. 그런 말로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괴롭힐 수 있는 권리를 주는거야. - p. 32
20세 대학생이 된 이경과 대학에 가지 않고 정비소에서 일하게 된 수이. 그들은 그렇게 달라지게 된 진로 만큼이나 틈이 생긴다. 그 사이를 나타내는 서술이 섬세하다. 서로를 여전히 사랑하지만 달라진 모습만큼 머물게 된 공간에서 또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된다. 점점 모르는 서로가 생긴다. 그러나 시시콜콜 주변 이야기를 하는 이경과 달리 수이는 그런 빛나는 그녀에게 자신의 어려움이나 문제를 털어놓지 않는다. 그만큼 이경은 외로워진다.
두 사람의 '그 여름'은 현실의 한 계절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고 둘의 사랑의 시간을 나타낸 제목으로 보인다. 한 여름에 만나 그 연을 오래도록 이어가다가 다른 환경, 다른 사람을 만나 또 열병을 겪으며 서로 다름을 슬프게 겪어나가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첫 사랑의 기쁨과 실연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음직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런 공통적인 소재를 섬세한 문체로 풀어내 감각적인 느낌을 주는 이야기였다. 나 또한 그 여름에 있는 것 같던 묘한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