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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복도 아래로
로이스 덩컨 지음, 김미나 옮김 / 자음과모음 / 2017년 2월
평점 :
영미소설 : 어두운 복도 아래로
참 예쁜 표지 안에 공포가 숨어있었다.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로 유명한 호러, 공포소설 작가 로이스 덩컨의 베스트셀러가 한국에도 발간되었다. 바로 '어두운 복도 아래로'.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는 참 유명한 영화인데 그 원작자의 '가장 무서운 작품'으로 손꼽힌다니 흥미가 가지 않을 수가 없다. 심지어 이 작품은 이미 유명한 배우들이 캐스팅되어 2018년 영화로 상영 예정인 작품이라고 하니 더더욱 호기심이 일었다.
이 책은 기숙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다. 엄마의 재혼으로 인해 6주간 신혼여행에 따라가지 못하게 된 주인공인 키트가 기숙학교에 맡겨지게 되고, 친한 친구와 떨어진 채 달랑 4명만 입학한 수상한 기숙학교에 맞서 이 안의 음모를 알아내기 위해 분투한다. 키트가 아름다운 블랙우드 기숙학교에 들어가면서 느낀 단어는 바로 '악마'. 그 단어가 맞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학교에서는 수상한 일이 계속해서 일어난다. 심지어 전파를 차단하고 방 밖에 열쇠를 단 문으로 으스스함을 더한다.
키트, 너에겐 분명 재능이 있어. 언젠가는 너도 네가 얼마나 많은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 깨닫게 될 거야. 세상에는 온갖 종류의 재능이 있지. 음악은 그중 하나일 뿐이야 - p. 84
우등생인 친한 친구가 입학에서 떨어져 의구심을 가지고 있던 키트는 입학한 아이들과 정보를 나누며 그들의 공통점을 찾아낸다. 그것은 바로 ESP, 즉 초감각적 지각 능력. 넷은 각자 다르지만 영혼을 보고, 말해주지 않아도 답을 알고, 전생을 기억하는 등의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 능력을 이용당한 학생들은 자신도 모르는 새에 영혼에게 주도권을 빼앗긴다. 그리고 뛰어난 그림을 그리고, 작품을 쓰고, 연주를 하고, 수학문제를 계산해낸다.
점점 초췌해지고 결과물이 음산해지자 키트는 자신의 몸의 주도권을 되찾으려 애를 쓴다. 하지만 그들이 눈치챘다는 것을 알아챈 선생들은 처음 조치에 이어 전화도 먹통으로 만들고, 필요하면 아이들을 가두고 밥만 보내기도 한다. 그렇게 '결과물'만을 탐하며 그들 목숨보다는 그들로 인해 나오는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이들. 과연 아이들은 이 소름끼치는 악의에 어떻게 대항하는지가 흥미진진하게 묘사된다.
아름답지만 벗어날 수 없는 감옥같은 기숙학교. 동양권 아이들은 부모와 떨어지는 등 넓은 공간에 홀로 남겨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서양권 아이들은 다락방에 갇히는 등 좁은 곳에 홀로 남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하니 이 소설이 그쪽에서 '가장 무서운 소설'로 꼽히는 것도 이해가 간다. 연락은 차단되고, 바깥에서 잠기는 문으로 인해 갇히고, 친구나 부모와의 편지도 전해지지 않는 등 바깥으로의 소통이 모조리 차단되는 공간에서 그저 영혼에 잠식되어가는 네 소녀들이라니. 얼마나 섬뜩하게 느껴질지 상상이 간다. 그 아이들의 심리를 세세하게 묘사해 마지막까지 긴장을 끌고가는 성장과 모험까지 잡아낸 참 잘 읽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