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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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에세이 :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의 에세이는 수 많은 사람의 마음을 울린 베스트셀러로 유명하다. 그 중에서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이 에세이는 공지영이 실제로 고등학생이었던 자신의 딸 위녕에게 화요일마다 보냈던 편지글들을 모아 만든 에세이로, 총 24편의 글들을 모아 두고 있다. 딸에게 하고 싶은 말, 딸과의 다툼 뒤에 느낀 점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 등을 진솔하게 적어낸 이 책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자신이 살아온 경험과 느낀점, 그리고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한 감상을 공유하며 엄마는 딸에게 이야기한다. 응원한다고.


위녕. 엄마는 변화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노력했다. 그런데 그 힘은 뜻밖에도 엄마 자신을 비난하는 데서 오지 않았어. 비난하지 않고 과거의 어리석고 못나고 나쁘고 꼴도 보기 싫은 나 자신을 잘 대해주려고 노력하는 데서 그 힘은 왔단다. 어떻게든 그런 나 자신을 이해해주고 다독여주려는 데서 엄마는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었어. 화해와 용서를 원했지만 그건 기실, 과거에 나를 상처 입게 내버려둔 나 자신과의 화해였고, 용서를 한 건 그런 나 자신을 용서한 거란다. 이제 와서 누구와 화해하며 누구를 용서할 수 있겠니? 엄마는 죄책감 따위는 날려 보내고 반성을 택한 거야. 죄책감은 우리를 병들게 하고 반성은 우리를 변화시킬 힘을 준다. - p. 48


중요한 것은 네가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넌 스무 해를 살았니? 어쩌면 똑같은 일 년을 스무 번 산 것은 아니니? 네 스무 살이 일 년의 스무 번의 반복이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야. - p. 51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계속 그것을 전가한다고 말이야. 학대받는 며느리였던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학대하고, 딸이라고 설움당하던 어머니가 딸을 구박하고, 배고픔을 참으며 고생고생 자수성가한 사업가가 저임금으로 아이들을 착취하고. 상처가 대물림되는 이유는 그것이 치유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이야. 만일 엄마가 너희들에게 어떤 의미이든 상처를 주었다면 엄마 역시 엄마의 엄마에게 받은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 되겠지. p. 136


  2008년에 출판되었던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가 해냄출판사에서 다른 표지로 새롭게 발간되어 나와 해냄출판사 서포터즈 4번째 책으로 받아 읽게 되었다. 예전의 민트색 표지로 읽었던 그 시절의 나와 지금 해냄출판사에서 다시 나온 이 분홍색 표지의 책을 읽을 때의 내가 글을 읽고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라 재미있었다. 예전의 나는 위녕의 입장에서 엄마의 입장을 생각하며 읽었다면 아직 가정을 이루진 못했지만 이제는 위녕이 아닌 저자 공지영의 입장에서 글을 읽게 되더라. 공감이 가는 구절도 달랐고, 엄마도 엄마가 아니라 그저 한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예전엔 나이가 들면 책이 다르게 느껴진다는 말이 와닿지 않았었는데, 확실히 살면서 사람과의 관계가 이런거구나, 하는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폭이 넓어지다보니 같은 글을 읽어도 느껴지는 것이 다르다. 예전에 느꼈던 감성도 나름대로의 강렬한 맛이 있었고, 지금도 이렇게 좀 더 다른 감성으로 읽혀지는 걸 보니 훗날의 나에게는 같은 책들이 또 어떤 감성을 주게 될지 궁금해진다. 이런 사소한 생각만으로 나는 또 행복해진다.


당신이 제게 했던 말처럼 사랑이 나에게 상처 입히는 것을 허락하겠습니다. 넓은 사막에 혼자 버려진 것처럼 방황하겠습니다. 넘치도록 가득한 나의 젊음과 자유를 실패하는 데 투자하겠습니다. 수없이 상처 입고 방황하고 실패한 저를 당신이 언제나 응원할 것을 알고 있어서 저는 별로 두렵지 않습니다. - p. 317


  보통 엄마가 자식에게 쓰는 편지라고 하면 괜히 섣부른 교훈조의 위로들을 떠올리게 되던데, 이 책은 그저 '네가 힘들었구나, 나는 이랬었지'하며 '힘들었구나'하고 공감하고 응원해준다. 또한 어느 날에는 말을 하기 싫어 토라진 딸에게 감정이 상해 연락하기 싫더라도 상대방이 내밀어주는 제스처가 감정을 수습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있기에 먼저 딸의 마음을 두드리는 등 엄마의 모습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챕터 별로 딸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때로는 응원으로, 때로는 위로로, 때로는 짧은 단상으로 차곡차곡 내놓는다. 에필로그에는 딸 위녕의 이야기가 적혀있는데, 딸의 입장에서 엄마의 편지와 응원을 어떻게 받아들이게 되었는지 와닿게 되어 마무리로 참 좋았다. 나 자신에게도 위안이 되고, 또 나의 아이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은 구절이 많았던 책.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모녀가 함께 본다면 서로를 이해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풍요로운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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