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 - 제의 그림자
박은몽 지음 / 문예춘추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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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역사 소설 : 화랑 - 제의 그림자 


 

  화랑은 참 매력적인 독자적 제도라고 생각을 하고 있기에 화랑을 소재로 쓴 책들도 좋아하는데, 이번에는 한국소설이자 역사소설인 '화랑: 제의 그림자'를 읽게 되었다. 신라의 기개있고 강인하며 아름다운 청년들. 하지만 그 시대 때에는 지금 생각하면 경악할 정도로 근친혼도 많이 자행되었고, 성을 바치는 가문도 있었으며 그것에 자부심을 갖고 한 여인이 여러 왕, 태자와 관계를 맺는 등 현대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관계가 많이 있었다. 내가 읽어본 화랑 관련 소재를 쓴 소설들에는 이와 같은 내용이 잘 나오지 않았으나, 이 책에서는 '색'을 바치는 가문인 '사도'에 관한 이야기나, 누이라는 측면을 강조한 '숙명'과 '삼맥종'에 관한 관계, 그리고 왕후가 된 '숙명'임에도 '이화'와의 관계를 감추지 않고 드러내는 등 그 시대의 역사적 기록을 많이 가져다 쓴 흔적이 보여 흥미로웠다.


  화랑은 많고 많으나 이 책에서 다뤄지는 인물은 3세 풍월주인 '모랑', 4세 풍월주인 '이화', 화랑 '염도', '보종', '군관', 낭도 '설성'으로, 그들과 이 시대의 왕인 '제'라고도 불리는 '삼맥종'(진흥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삼맥종과 백성이었던 설성과의 관계로 시작해서 설성이 낭도가 된 이후에 지소태후 vs 삼맥종의 정치 대립에서 불거지는 곁가지 내용을 다루는 이 책 '화랑: 제의 그림자'.  이미 화랑세기를 근간으로 한국 인물사 책으로 편찬된 '화랑 이야기'를 읽어 화랑 관계는 어느 정도 알고있기에 책이 더욱 흥미로웠다. 하지만 이 책은 역사적 사료로 쓰이려 기록된 것이 아니고 '소설'이기에 한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리아'라는 여성. 그녀는 신라보다 발달된 문화 분야의 도움을 주기 위해 신라로 온 백제 인물의 딸로, 가얏고를 튕기다가 제(삼맥종)에게 발견되어 그의 마음에 들게 된다. 그렇게 사랑을 나누던 도중 진골 정통의 혈통과 자신의 세력을 더욱 굳건히 하기 위한 지소태후의 음모로 방해를 받게 되는데...


  소설의 처음 설성이 낭도가 되는 순간의 이야기도 굉장히 충격적이었는데, '염도'가 사랑하는 '삼맥종', 그리고 그런 '염도'를 사랑하는 '보종'의 이야기도 나온다는 것. 그렇게 여러 인물이 겹치고 그들의 관계가 중첩되어 전개가 되는 이야기이기에 누가 누굴 연모하는지, 그 때문에 어떤 전개가 이어지는지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최근에 가장 재미있게 보고 있는 화랑 소재 소설이 또 있는데 그 책의 주된 인물은 '이화', '토함', '문노' 등이었기에 '화랑: 제의 그림자'에서 그저 스치고 지나가는 등장인물로 잠시 나타나는 것도 굉장히 즐거운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태생부터 금수저인 제, '삼맥종'과 태생부터 흙수저인 낭도 '설성'이 한 여성을 사랑한다는 설정을 넣고, 줄이 닿는 정치적 세력과의 관계로 인해 틀어지는 과정과 사랑의 감정을 그리고 있는 '화랑: 제의 그림자'. 역사 속 인물이 아닌 소설 속 인물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사이사이 등장하는 '미실' 등에 대해 언급해서 실제 역사가 어느 쪽으로 흘러가는지 예측할 수 있게 만드는 점. 그리고 소설 속 인물 '리아'가 그저 사랑의 소재로만 쓰이지 않고 다른 쪽으로도 쓰이는 등 전개도 굉장히 신선했다. 신라의 최전성기를 이끈 아름다운 고대 청년들의 초상이라는 '화랑'과 그들의 풍류에 대한 내용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역사에서 과하게 넘어서지 않고 잘 변주해내었기에 이 소설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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