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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난감, 꼰대 아버지와 지구 한 바퀴
정재인.정준일 지음 / 북레시피 / 2017년 1월
평점 :
여행 에세이 : 대략난감, 꼰대 아버지와 지구 한 바퀴
여행에 대한 의미는 모두에게 다를 수 있다. 누군가는 희망을 찾아, 누군가는 자아를 찾아, 누군가는 슬픔을 털어내려고, 혹은 연인과의 행복한 추억을 위해 등등. 여러가지 이유로 우리는 여행길에 나선다. 그리고 이 책은 평생 남의 시선을 생각하며 눈치를 보고 살아왔다는 아버지가 이제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해보겠다며 아들과 함께 여행길에 나서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저자는 아들과 아버지 두 사람으로 각기 다른 두 시점에서 같은 장면을 서술하고 있다. 58년 개띠인 아버지와 88년 용띠 아들의 세계여행. 평생 일만 하며 취미로 테니스를 치는 것만이 낙이었던 아버지는 모두가 말리지만 정년퇴직을 몇 년 남기고 일찍 퇴직을 결심한 후 아들에게 세계여행을 제안한다. 장교 전역 직후 공백이 있어도 될까 걱정하지만 언제 이렇게 아버지와 세계여행을 갈 수 있을까 생각한 기특한 아들도 기꺼이 함께하기로 한다. 그렇게 둘의 여행은 시작된다.
눈치보고 살아왔다는 아버지는 이제 아들에게 자신의 가치관과 다른 이야기를 전한다. 둘은 세계일주를 다니며 그 풍경들 사이에서 사진도 찍고, 처음 해보는 경험들도 많이 공유하게 된다. 그 곳에서 자신들의 지난 추억을 회상하고 그 때의 심정에 대해 토로하기도 한다. '꼰대' 아버지라는 표현대로 최신 트렌드에 민감하지 않은 아버지를 위해 패션도 조언해주며 서서히 둘은 서로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더 많은 사랑을 갖게 된다. 200일 40개국 세계일주. 그 동안 짧은 영어실력을 가지고 있던 아버지는 낯선 외국인에게 능청스럽게 이야기를 걸 수 있을 정도로 넉살이 좋아졌고, 아들 또한 몰랐던 아버지에 대한 면을 많이 알게 된다.
나는 과연 언제 부모님과 여행을 해봤는가라는 물음이 가장 먼저 떠오르던 책. 밖으로 돌아다니길 좋아하는 나는 여행을 많이 다녀봤지만 부모님은 국내여행조차도 몇 번 다녀오질 못하셨다. 항상 주말에도 집에 있길 좋아하셔서 여행에는 뜻이 없으리라 생각했었는데 이번 2017 설 연휴에 아버지는 10박동안 동유럽 여행을 떠나셨고, 어머니는 그걸 부러워하고 계시더라. 같이 가자고 제안해도 귀찮은데 집 놔두고 뭘 돌아다니냐고 하셨던 두 분이라 살짝 충격적이었는데 이런 부모님과 세계여행을 하게 된다면 저자와 마찬가지로 나 또한 많은 것을 얻게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그저 부럽기만 했다. 조만간 나 또한 가까운 곳이더라도 부모님과의 여행을 계획해봐야겠다. 부모님의 얼굴에 이 책의 아버지 같은 웃음이 걸리길 소망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