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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저널 - 제38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수상작
혼조 마사토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일본 소설 : 미드나잇 저널
새로운 형태의 범죄 소설을 접하게 되었다. 바로 기자들의 특종 미스터리! 보통 범죄 소설이면 형사나 탐정을 주로 해서 사건이 풀리는 방향과 실마리, 해결에 도달하는 과정을 그린 것이 많은데 그런 선입견을 박살내주는 소설! 진짜 기자라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역할과 사명감, 그들이 쓰는 기사와 그 기사가 나오게 되는 과정, 특종과 오보, 기사에 대한 책임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었다.
빨리 가서, 빨리 쓴다. 그런 일이 쌓이고 쌓여서 언젠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특종을 잡게 되는 거잖아. - p. 96
저자인 혼조 마사토는 메이지 대학교 경제학부를 졸업한 뒤 산업경제(산케이) 신문사에 입사해 프로야구, 경마, 메이저리그 취재를 담당했다고 한다. 그리고 20년간 신문사에서 일하고 퇴직한 후 소설가가 되었다고 한다. 그는 신문기자 경력을 살려 취재 현장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담아낸 작품들을 발표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번 미드나잇 저널이 정말 사실감 있는 취재 현장 묘사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한다.
한 가지 사건에 관해서 온갖 사람들이 취대한 것을, 독자적인 관점에서 검증하고 비평하는 것, 그것이 바로 저널리즘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신념을 가진 저널리스트는 많지 않다. 그러니 신문을 읽는 우리도 쓰여 있는 기사를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항상 의문을 품고 읽어야 한다. - pp. 112-113
미드나잇 저널은 여아 연쇄 납치 성폭행 살해 사건에 관한 이야기가 주된 범죄로 등장한다. 그와 관련된 사건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치명적인 오보를 보도하게 되고, 그 오보를 바로잡을 기회가 만들어져 진실을 알리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단서를 찾아내려 노력하는 기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각도로 전개하고 있다.
기사에 기자의 이름을 넣는 것은 신문사에 어필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자기가 쓴기사에 책임을 지기 위해서다. - p. 146
진정한 기자에 관해 보여주는 이 소설은 비록 인터넷이 발달하게 되어 신문이 유일한 정보제공처가 아니게 됨에 따라 설 자리가 줄어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사'에 책임을 지는 사람은 '기자'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런 독자들에게 제대로 된 사건을 알게 해야 한다는 신념과 사명감. 그리고 자신이 쓴 기사에 대한 책임감과 같은 '진정한 저널리즘'에 대한 생각을 항시 하며 '책임져야 할 의무'를 저버리지 않는 이러한 정신이야말로 '신문'이라는 매체가 사라진다고 해도 비슷한 다른 매체에서 일을 하는 사람에게 이어질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신문은 공명정대하고 불편부당해야 한다는 자각은 있으나, 실제로는 자신에게 뉴스거리를 주는 사람을 '선', 타지에 흘리는 사람을 '악'으로 분류하게 된다. 때로는 취재 대상이 신문을 이용하려고 정보를 흘렸다고 느낀 적도 있다. 그런 때는 기사를 써야 할지 고민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쓰지 않으면 또 후회한다. (중략) 기자가 된 이상 알면서도 쓰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와 다름없다. - p. 114
비록 잘 짜여진 트릭도 없고, 사건 자체는 어렵지 않으며 치밀한 두뇌싸움이나 심리전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맹렬한 취재 현장과 특종을 잡기 위해 돌아다니며 바뀌는 취재 대상. 오보를 두려워 해서 알고 있는 사실을 보도하지 않을 것인지, 그 것이 일종의 방조가 아닌지에 대한 고찰, 사건이 전개됨에 따라 실리는 기사의 면을 짜는 일, 경쟁 신문사들끼리와 경찰과 신문사 사이의 묘한 긴장감 등. 굉장히 치열한 소설이었다.
취재에는 두 가지 의심이 늘 따라다닌다. 취재하는 상대를 믿느냐 마느냐. 의심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면 저널일 수 없다.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고 싶지 않으니 매번 진검승부가 된다. 상대가 꺼낼 법한 말을 미리 헤아리고, 태도 하나에도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온 힘을 다해 살핀다. - p. 326
기자에게 제공되는 정보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취재 대상이 진실을 말하는지 거짓을 말하는지 판단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자들. 치명적인 오보를 바로잡기 위해 진실을 쫓는 그들의 이야기. 진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취재상대에게 약속한 것을 어기고 보도하기도 하고 이곳 저곳을 들쑤시고 다니기도 하지만 그들에게는 일종의 사명감이 존재한다는 것. 워낙에 핸드폰, 인터넷 등의 보급으로 인해 신문은 사실 보도보다는 자극적인 문구로 클릭을 유도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현재에 펜이 얼마나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무기를 휘두른 자들에게 얼마나 책임감이 바로서야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