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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플라이 ㅣ 데드맨 시리즈
가와이 간지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16년 12월
평점 :
일본소설 : 드래곤플라이
일본 소설을 워낙 좋아하는데 한동안 종이책에 손 놓고 있다가 작년에 다시 손대기 시작한 터라 2012년에 '데드맨'으로 데뷔한 가와이 간지의 소설은 작년에 발간된 '데블 인 헤븐'으로 처음 접해봤다. '데블 인 헤븐'은 초고령화 사회의 문제점과 존엄사, 사회보장 급부금과 카지노에 관해 연결시키고 은유와 상징이 가득한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이 소설을 읽고 작가를 눈여겨 보고 있었는데, 이번에 가와이 간지의 또 다른 신작이 나와 바로 읽어보게 되었다.
이 '드래곤플라이'는 가부라기 시리즈를 이어갈 데뷔작 '데드맨'의 후속작이다. "우선 불가해한 현상 A가 관찰되었다고 해요. 하지만 어떤 가정 B를 세우면 A는 당연한 귀결이라고 합시다. 그렇다면 가정 B는 옳다고 생각해도 괜찮지 않겠느냐."는 귀납법도 아니고 연역법도 아닌 독특한 추리법인 '애브덕션(비약법, 포획법)'을 주로 사용하는 가부라기 형사팀의 이야기인데, 다소 무리인 듯한 논리전개로 독자가 보기엔 정말 황당한 이야기인 듯한 느낌이 많이 들지만 그게 또 기가 막히게 맞아들어 간다는 것! 가부라기 형사팀의 '애브덕션'으로 인해 그들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사건의 진실에 도달하게 된다.
그럼 이 책에서 주된 사건이 뭐냐. 그건 바로 '댐 건설'과 관련된 이야기. 잠자리의 낙원으로 불리는 군마 현의 산골마을 히류무라에서는 댐 건설을 하려고 하는 건설사와, 댐 건설 반대시위로 질질 끌며 건설사와 은밀한 관계를 맺고 그로 인해 이득을 보고 있는 촌장, 그리고 그 마을에서 평화롭게 자라난 듯 보이는 세 명의 아이들이 있다. 장님이지만 밝게 자라난 이즈미와 이즈미를 지켜주겠다고 결심한 잠자리 연구가 유스케와 건축가 야마세 겐. 그들 세 명은 둘도 없는 친구였지만, 20년 전 이즈미 부모가 살해 당한 사건 이후로 셋의 우정은 깨어진 듯 보인다.
도쿄에서는 시체가 발견된다. 그 시체에는 잠자리 목걸이가 걸려있다. 내장을 모두 파가고, 그걸로도 모자라 시체를 태우기까지 한 흉악한 범죄. 다른 팀들은 절차를 밟은 수사를 하지만 가부라기 팀은 또다시 애브덕션을 이용해 직감을 믿은 추리를 해서 따로 수사를 하라고 허락받고 자신들의 방식으로 수사를 이어간다. 그렇게 발견하게 된 '잠자리 목걸이'를 만든 수제 악세서리 가게 '드래곤플라이'. 작품 곳곳에 '드래곤플라이' 즉, 잠자리에 관련된 힌트가 산재해있다. 그 시작인 '드래곤플라이'가게에서부터 천천히 다른 잠자리들을 쫓아가는 가부라기 팀 형사들. 서서히 이 범죄와 20년 전의 미해결 살인사건, 그리고 또 다시 벌어질 범죄의 음모에 관해 서서히 파헤치게 되는데...
“이 세상에 진실 같은 건 없습니다. 납득할 수 있는 사실만이 존재할 뿐.”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그리고 범인은 왜 그렇게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는가. 댐 건설과 관련된 욕망, 그리고 개인적인 욕망, 누군가를 지켜주고 싶은 욕망, 사랑의 감정 등. 여러가지 욕망과 감정이 혼재되어 벌어진 복잡한 사건. 작가는 서술을 '누가 범인인가'에 맞추지 않고 '왜 이런 사건이 일어났는가'에 맞춰서 단지 자극적인 사건을 풀어내는 것만이 아닌 세 인물이 서로 가지고 있는 비밀과 욕망, 그 때문에 일어난 비극과 진실에 대해 이야기 함으로써 인간에 대한 연민과 안타까움을 느끼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