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말해봐, 나한테 왜 그랬어
김현진.김나리 지음 / 박하 / 2016년 11월
평점 :
한국 소설 : 말해봐, 나한테 왜 그랬어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삶에 대해 말하고 있는 '말해봐 나한테 왜 그랬어'. 9년째 한 남자에게 연애라고 할 수도 없는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관계를 겪어온 수미가 어느 날 잘못 보낸 카톡에 민정이 답변을 해주게 되며 카톡 형식으로 이어지는 독특한 책. 현 세대에 살아가고 있는 두 여성이 공동 저자로, 김나리 작가는 이 책이 첫 책이며 김현진은 칼럼니스트로 여러 곳에 기고를 하고 책 또한 여러 권 냈다고 한다.
사실 여성의 숨겨진 삶, 그들이 차마 말하지 않는 삶에는 그런 일들이 가득 차 있다. 세상에 그런 일이 어디 있어, 요즘 누가 그렇게 살아, 설마 그런 일이 있으려고, 말하지만 실제로 설마 '그런 일'들이 어떤 여성들의 삶에는 억지로 닫은 서랍 속에서 금방이라도 삐져나오려고 하는 잡동사니처럼 가득 차 있다. - p. 6
책은 처음에는 현재의 이야기는 줄글 형식으로, 과거의 두 여자의 관계를 나타내기 위한 장치로는 카톡을 사용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덕분에 이 책은는 다른 소설책에 비해 페이지 대비 글 양이 적기도 하고, 현 세대에게 익숙한 카톡의 형태를 취해 비교적 쉽게 읽힌다.
처음 시작은 현재로, 두 사람이 만난 어색한 순간을 보여준다. 쭈삣거리며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설득하는 광경. 도와달라고 하는 간절한 마음. 과연 둘에게 어떤 일이 있었을까. 아버지에게, 남자에게 상처를 받은 둘은 잘못 보낸 카톡으로 시작해 몇 달에 걸쳐 대화를 주고받게 된다. 얼굴을 모르기에 오히려 더 진솔할 수 있었던 대화들. 이모티콘 하나 없이 진지한 내용을 주고받으며 서서히 자신들의 아픔에 대해 털어놓게 된다. 그러면서 서로 다독이며 가까워지고, 남에게 털어놓을 수 없는 실수에 대해서도 털어놓게 되는데...
책의 이야기는 수미가 벌인 일의 수습 해프닝으로 볼 수 있지만 대부분의 내용은 여성이기 때문에 부당하게 겪어야만 하는 많은 일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사회화되어 여성 스스로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젠더무의식들. 그 사회에 만연화 되어 있는 부당하고 차별적인 면들을 두 여성의 입을 빌려 구체적이고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여성으로 이 사회를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해결책보다는 연대를 보여주는 소설. 현 사회에 대두되고 있는 젠더에 대한 쟁점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