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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여행 - 아무 계획 없이 목적 없이 무작정 떠나는
배드맨 지음 / 큰나무 / 2016년 10월
평점 :
여행 에세이 : 아바타 여행
작년 말, 11월에 크게 이슈가 되었던 사건이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오유(오늘의유머)의 '실시간 아바타 게임'. 이 게임은 바로 즉흥여행이 테마로, 떠나는 사람이 선택지를 제시하고 무조건 네티즌이 선택하는 선택지로 따르는 여행을 의미한다. 그래서 '아바타 여행'. 작년 11월 16일에 시작된 여행이었던 걸로 아는데 오늘 이 순간이 바로 16년 11월 16일! 딱 1년째가 되는 순간이다. 벌써 일년이라니 시간 참 빠르다.
당시 굉장히 흥해서 게시글이 12개나 세워지고 굉장히 열광하는 댓글과 응원하는 댓글로 가득했었다. 나는 중간 4번인가 5번 게시글부터 실시간으로 지켜봤는데 이 글은 성지가 되고, 당초 계획했던 기간보다 늘어나 2박 여행을 하게 되고, 책으로 나오고, MBC의 '톡하는대로'라는 예능프로까지 나오게 되었다.
우리의 '아바타'는 선택지를 제시한다. 그러면 댓글을 가장 빨리 달아준 사람이 정해준대로 움직인다. 처음엔 반응이 별로 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정말로 터미널로 걸어가고, 누군가 장난스럽게 선택해준 '무안을 가서 무안하게 무안단물을 먹고 온다.' 이 댓글을 보고 실제로 무안으로 가는 표를 끊자 서서히 흥미를 가진 사람들이 늘어난다.
계획없이 출발해 부천에서 무안으로, 그리고 무안에서 목포로, 또 제주로. 그렇게 여행 스케일은 점점 커져가고 당초 당일 여행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는 저자는 2박 3일의 즉흥여행을 하게 된다. 혼자만의 여행이 아닌 함께 선택하고 지켜보는 여행. 누군가에게는 힐링이 되어줬을 이 여행에는 자유로움이 담겨 있다.
사실 여행은 걱정이나 고민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이번 여행 역시 떠나기 전과 후는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여행에서 느낀 감정이나 만난 사람들로부터 얻은 힘은 좋은 활력소가 된다. - p. 254
일상의 활력에 고마움을 느낀 추적자들도 생겨난다. 아바타가 여행하는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그를 잠시 도와주러 오기도 하고, 혼자 목포에서 고기를 먹고 있는 아바타를 대신해서 식사를 계산하고 도망가기도 하고, 또 선물을 주러 멀리서 그를 보러오기도 한다. 호기심에 동참했던 네티즌들은 이 여행을 보고 자신이 직접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아바타는 사람들의 호의에 의해서 호텔을 예약받기도 하고, 저녁식사를 대접받기도 한다. 그런 흥분할만한 상황들도 불구하고, 엄청난 호응에 혹시나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지 몰라 단호히 거절하기도 하고 담백하게 선택지를 올리던 아바타. 이 실시간 랜덤여행은 2박3일동안 여러 사람에게 즐거움을 준 뒤 성황리에, 그리고 또 큰 사고 없이 무사종료된다. 이 아바타여행은 이후 다른 유저들에게도 아바타붐을 일으켜 유사한 여행이 여러 건 발생하기도 하지만 이 아바타는 '원조 아바타'로 여전히 추억되고 있다.
설렘과 추억을 위해 떠나는 여행. 그런 여행도 가끔은 이렇게 색다른 버전으로 다녀오는 것도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게 한 3일. 비록 실시간으로 보던 그 게시글들을 완전히 옮기지는 못하고 1~12편을 중요한 정보들만 편집해서 만들어졌지만 회사에서도 틈틈이 리젠되는 댓글들을 모두 읽고, 그의 여행을 지지하고 응원하며 낮밤 가리지 않고 그의 여행을 따라가던 기억들. 그 당시의 생생했던 설렘과 추억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