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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넥스트 도어
알렉스 마우드 지음, 이한이 옮김 / 레드박스 / 2016년 10월
평점 :
영미 스릴러 소설 : 킬러 넥스트 도어
'사악한 소녀들THE WICKED GIRLS'로 데뷔한 알렉스 마우드의 신작 장편 소설. 그녀는 이 소설로 영미 최고의 추리 소설에게 주는 에드거 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스티븐 킹의 그 해 최고의 책 열 권 중 한 권으로 선정되기까지 했다고.
이 킬러 넥스트 도어는 런던 남부의 허름한 아파트 23번지에서 살아가는 6명의 이야기와 그들 사이에 숨어 살인을 이어가는 살인마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살인마는 외로운 자신이 영원히 사랑하는 사람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여성을 살해하고 영원히 박제하려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애인'들. 사랑을 영원히 이어가기 위해 박제를 계속하지만 '애인'이 아름다움을 잃어가면 다른 새로운 아름다운 애인을 만든다.
이렇게 계속해서 살인을 이어가고 있는 한 사람. 이렇게 들으면 아 살인마가 중점이 되어 벌어지는 사건을 전개해 나가겠구나, 싶지만 이 소설은 일반적인 스릴러와 궤를 달리 하고 있다. 심지어 중간에 살인마가 누구인지 세입자들에 의해 밝혀지는 것이 아니라, 서술로 작가가 범인을 밝혀버린다. 보통 '누가 범인이다!'를 알게 될 때까지 이중 삼중으로 심리적 장치를 파는 다른 책들과 달라서 신선했다.
뭔가가 일어났고, 많은 것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 p. 366
그들은 보증금만 받고 들어갈 수 있는 곳에서 모여서 살아간다. 신원보증도 필요 없는 곳. 그런 것이 없는 사람들이나 형편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그저 돈만 있으면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다. 그런 만큼 허름하고 제대로 된 숙박시설이라고도 할 수 없지만 어쨌든 비바람을 피할 수 있기에 사람들은 계속해서 그 곳으로 몰려드는 듯 하다. 그런 와중 한 사람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콜렉트가 채우게 된다.
이상하게도 도둑 사건은 그녀에게 안전에 더 주의를 기울이게 하기보다 오히려 소홀하게 만들고 있었다. 이렇게 누군가가 쉽게 안으로 들어올 때면 그것이 더는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 p. 365
콜렉트는 누군가의 비밀을 우연히 알게 되었기에 숨어지내야 하는 처지. 그렇기에 이웃들과 친해지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역시 뜻대로 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녀는 독신남 토머스, 망명자 호세인, 은둔형 외톨이 제라드, 가출소녀 셰릴, 70 평생을 이 곳에서 살아온 베스타와 안면을 트게 되고,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집주인의 살인사건에 휘말린다.
가엾은 한 사람을 돕기 위하여 그들은 뭉친다. 사고로 위장하려했으나 쉽지 않은 상황. 그런 도중 드디어 살인마와 마주친다. 보통은 이 상황에서 굉장한 스릴을 맛보며 추격전을 벌이거나 혹은 잔혹한 모습을 대면하게 되기 마련이지만 이 소설은 '살인마'가 중점이 되는 소설이 아니고 '아파트 주민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한편으로 이건 축복이 아니라 감옥이기도 하잖아요. (중략) 우리 대부분이 그런 걸요. 한자리에 머무는 거, 그게 인간 본성이에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변화는 두렵죠. 살아오시면서 많은 곳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런 생각의 노예로 사는지 보셨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지경이 돼서야 변화를 꾀할 수 있죠. 언젠가 사람들이 죽음보다 변화를 더욱 두려워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어요. 그리고 전 그 말을 믿어요. - p.364
아파트를 떠날 생각을 하지 못한 이와 떠나야 하는 이. 그리고 사랑에 빠진 사람. 사회에 적응하지 못 하고 자신이 있어야 할 곳에서 벗어난 사람. 그들은 어떠한 결단으로 인해 실수도 무마하고 자신의 과거와도 결별했으며, 사랑하는 사람과 떨어지지 않아도 되는 상황전개가 이어진다. 그들은 일반적인 사람들과 다른 비주류의 사람들이지만 현재 있는 자리에서 머무르지 않고 '변화'를 하기로 선택하고, 과감한 결정까지 하기에 이른다. 사회에서 소외된 자들의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독특한 심리 스릴러. 이미 영화화가 결정되었다고 하는데 영상으로는 어떻게 보여질지 매우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