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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9PM 밤의 시간 ㅣ 다음, 작가의 발견 7인의 작가전
김이은 지음 / 답(도서출판) / 2016년 9월
평점 :
한국 스릴러 소설 : 11:59PM 밤의 시간
다음, 작가의 발견. 7인의 작가전 3번째 소설이라는 '11:59PM 밤의 시간'. 이 작품은 '인간 내면의 균형이 무너졌을 때 얼마나 걷잡을 수 없이 악해질 수 있는지, 타인뿐 아니라 자신도 점점 파괴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원인이 본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학습의 효과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나는… 잘 살고 싶어. 그뿐이야.” 혼잣말이 흘러나왔다. 미워서, 세상에서 없애버리고 싶을 만큼 미워서 한 짓이 아니라고 변명했다. “다만… 단단한 돌계단을 딛고 서야 흔들리지 않고 세상을 이길 수 있으니까. 그래서 이러는 거야. 타락이라고 말할 수 도 있겠지. 하지만 그게 세상이 미리 정해놓은 규칙이잖아. 강해져야 살아남는 거.” - p. 215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느냐 하는 이야기. 주인공인 '채선'은 엄마로부터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자랐다. 그녀의 어머니는 물질적인 것을 중요시 하는 부류의 사람. 봉사활동 등을 다니며 대외적으로는 '좋은 사람'으로 보이지만 그녀의 사상은 정신적인 면에서는 결핍되어 있다. 해선은 아빠의 사업 실패와 그로 인한 엄마의 자살을 보고 이렇게 살지는 말아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로 인해 채선은 '사람답게' 사는 것은 정신적인 것보다 물질적인 것이 중요하다는 가치관을 지닌 채 자라나게 된다.
책의 첫 장에서는 해선의 딸인 '교영'의 이야기가 나온다. 친구들을 울려 원장실로 불려간 해선이 이야기의 시작. 교영은 섬뜩한 구석이 있다. 그 아이는 사람을 찢고, 죽이고 하는 이야기를 서슴지 않고 하며 때로는 그 대상이 살아있는 자신의 주변 사람이기도 하다. 해선은 그것을 보면서도 별 생각이 없다. 그저 맞장구 쳐 줄 뿐이다.
하얀 얼굴에 마른 몸. 일반 남성들이 좋아할만한 외양을 가진 그녀는 그것을 이용한 게임을 즐긴다. 못 생긴 남자들에게 접근해 그들이 설레는 것을 보면서 동정하는 것. 그러면서 자신에 관한 우월감을 느낀다. 해선이 살아가는 것은 그런 것이다. 외면,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품격있는 삶. 그런 것을 가치있다고 느낀다.
인간이라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 두려움에 숨죽이고 항상 커다랗게 뜬 눈으로 매 순간을 지켜보아야 한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뭐라도 해야만 한다. 모든 것은 살아남기 위해서다. - p. 책속에서
남들보다 우월하고 싶은 욕망을 남들보다 훨씬 더 깊게 가지고 있는 그녀는 일반인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행동까지 한다. 바로 보험금 사기. 그녀는 결혼하기 전부터 남편을 사근사근하게 대해 보험을 들도록 만든다. 그리고 눈을 찔러 실명시키고, 사람을 찔러 죽이고 집을 태우는 등의 상상을 초월한 행동을 한다. 이런 묘사로 인해 '검은 집'과 비슷한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해선은 사이코패스라고는 할 수 없다. 그저 남들보다 잘 살고싶을 뿐이다. 그를 위해 이런 행동들을 저지를 수 있는 인간일 뿐이다.
해선은 보험금과 관련한 인물로 인해 어떤 '집단'을 알게 된다. 그 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돈'이 많이 필요하다. 맛보기를 위해 남자는 그녀를 이 곳 저 곳 보여주며 다닌다. 그러다 보게 된 투기장. 그 곳에서 그녀는 자신만의 '괴물'을 알게된다. 그녀는 죽는 개를 보며 희열을 느끼지만 또한 그것이 죄책감의 형상으로 나타난 걸지도 모르겠다. 여튼 그녀는 '개'를 자꾸 보게 된다. 하지만 그것과 행위는 별개의 것. 그녀를 보고 교영이 닮아간다. 끝부분에 검게 타버린 집을 보며 자신도 불로 이렇게 하고 싶다고 떼를 쓰는 교영을 보며 소름이 돋았다. 등 뒤의 반짝이는 칼. 이 대를 이은 모녀들의 어두운 부분은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까.
우리는 참 물질적인 것이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내가 가지고 싶어하는 것은 모두 '돈'이 있어야 가질 수 있으며, 부유할 수록 남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는다. 가지지 못한 자들은 동정을 받고 때로는 오명까지 뒤집어쓴다. '욕망함으로 더욱 아름다워진다.'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은 건 누구나 그럴 수 있지만 이 시대의 가치있는 삶이란 어쩌면 부유한 삶인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는 점점 더 가치란 물질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소설은 그러한 삶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추구하는 '해선'을 보여주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사람답게 사는 것. 그것이 과연 어떠한 것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