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반윙클의 신부
이와이 슌지 지음, 박재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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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 : 립반윙클의 신부


  이와이 순지의 신작 소설 '립반윙클의 신부'는 동명 영화의 원작 소설이다. '러브레터'로 알려진, 영화감독으로 더 유명할 이와이슌지. 그의 감성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참 많을 것이다. 그래서 보게 된 소설! '지금 이 사회,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불안'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한다.


하느님, 모든 것을 보고 계시다면 이 어리석고 불쌍한 자들을 부디 불쌍히 여기시고 용서해 주세요. 그냥 웃어주세요. - p. 174


  현대는 sns가 성행하는 시대. 나 또한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모두 사용하고 있다. 낯선 사람과 쉽게 소통하지 못 하고 지하철만 타더라도 모두들 핸드폰만 바라보는 이 시대. 그런 시대이니만큼 오히려 sns은 성행하고 있는데. 주인공인 '나나미'는 그런 이 사회의 일원으로 연애 한 번 해보지 못 한 채, sns인 '플래닛'으로 낯선 사람들과 소통한다.


  그런 '플래닛'으로 인해 남자를 만나게 된 나나미. 그녀는 그녀가 그렇게도 궁금해하던 '연애'와 '성 경험'을 모두 겪어보게된다. 그녀의 본 계정은 '클램본'이지만 다른 계정으로 대외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녀의 본 모습은 클램본에, 그리고 행복한 일상만을 적어내는 '나나가와 미나미'. 그녀는 sns으로 만난 인연에 불안을 느끼면서도 쉽게 그와 결혼에 응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거짓말을 되풀이하게 되는데. 그 수습을 위한 과정으로 sns에서 만난 사람을 의지하는 것도 납득이 가는 동시에 이해가 가지 않기도 한다. 남편에게 '클램본'을 들킨 나나미는 그 계정을 지우고 '캄파넬라'라는 계정을 다시 생성한다. 그렇게 쉽게 끊어버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sns의 세계.


그러고 보니 오늘은 마치 립반윙클과 같은 하루였다. 낯선 결혼식에 참석해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술잔을 나눴다. 내일 잠에서 깼을 때 20년이 지난 후의 세상이면 어떡하지? 과연 어떤 세상일까? 이 스마트폰은 계속 쓸 수 있을까? - p. 198


  과정이 원활하게 풀려가는 것 같지만 그 후에는 불행이 계속된다. 거짓말이 들통나고 쫓겨나는 나나미. 그녀는 변명할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상황에 순응한다. 그러던 중 자신이 거짓을 계속할 때 만난 sns의 '아무로'에 의해 자신 또한 다른 사람의 거짓을 돕게 된다. 거기서 만난 가짜 가족들. 립반윙클과 같은 하루였다고 생각한 나나미는 그 가족대행알바 자리에서 '립반윙클'이라는 sns아이디를 가진 여자를 알게된다. 그녀의 이름은 마시로.


나에게는 행복의 한계가 있어. 더 이상은 무리다 싶은 한계가 그 누구보다 더 빨리 찾아와. 그 한계가 개미보다 작아. 이 세상은 사실 행복으로 가득 차 있어. 모든 사람들이 잘 대해주거든. 택배 아저씨는 내가 부탁한 곳까지 무거운 짐을 날라 주지. 비 오는 날에는 모르는 사람이 우산을 준 적도 있어. 하지만 그렇게 쉽게 행복해지면 나는 부서져 버려. 그래서 차라리 돈을 내고 사는 게 편해. 돈은 분명히 그런 걸 위해 존재할 거야. 사람들의 진심이나 친절함 등이 너무 또렷이 보이면 사람들은 너무 고맙고 또 고마워서 다들 부서지고 말걸? 그래서 모두 돈으로 대신하며 그런 걸 보지 않은 척하는 거야. 나나미, 그런 눈으로 바라보지 마. 부서져 버릴 것 같아. - p. 266


  아무로는 나나미와 마시로의 1회성 만남을 다시 이어준다. 그는 그녀의 인생을 망치기도 했지만 나아갈 미래를 제시해주기도 하는 묘한 인물이다. 그렇게 나나미와 마시로는 만나 '진짜 관계'를 이어간다. 발랄하고 어딘지 독특한 면이 있는 마시로. 그녀와 함께 살아가면서 나나미는 사랑에 대해 깨달아간다. 그리고 행복에 대해서도. 마시로와의 인연이 마무리 되고 나서, sns에 의지해 현실과 가상의 세계에서 다른 얼굴을 하고 있던 나나미는 그녀와는 한번도 sns으로 소통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후에 알게 된다.


  삶에 순응하고, 남의 조언에 따라 살아오던 사람이 비단 나나미 뿐만은 아닐 것. 그 것이 아니더라도 sns에 많은 부분을 의지하고 있던 터라 현재를 돌아보게 되더라. 뭘 먹을 때도 sns을 위해 사진을 찍는 나..! 그런 나 또한 sns에 속박된 채 자유를 잃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sns과 현실의 경계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나 자신의 주체성이란 어떤 것인가 하는 것도. sns을 많이 의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아마도 어딘가 공감을 얻을 이야기.


  여태까지의 이와이 슌지 작품과 어딘가 다른 것 같지만 그래도 현실을 동화처럼 표현한 것에서 역시 이와이 슌지라는 말이 나왔다. 나나미는 결국 sns으로 만난 사람과 만나면서 다른 sns으로 만난 사람에게 농락당한 이야기지만 그 안에서 그녀는 성장을 해 나간다. 그저 현실에 순응하며 진심은 sns에만 털어놓던 나나미는, 현실에서 진짜 인연을 만나 그녀와의 관계를 겪어가며 현실세계로 나아간다. 마지막에 마시로의 sns 계정을 보며, 그녀와는 진실로 소통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나나미는 아마 이제 sns 세계를 더 이상 의존하며 맹신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진짜 세상으로 내딛는 그녀의 모습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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