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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PLATE
손선영 지음 / 트로이목마 / 2016년 9월
평점 :
한국 추리 소설 : 판, PLATE
요즘 어느 때보다도 한국이 지진에 관심을 갖는 열기가 뜨겁다. 울산과 경주 등 남부 지방에 큰 지진이 일어났기 때문. 지진에 관해서 안심하고 있던 한국인들은 이제 대처법을 열심히 검색하고 있다. 지난 9월 12일, 규모 5.1의 전진이 발생한 후 1시간 뒤쯤 5.8의 본진이 발생했다. 검색해본 바로는 지난 1978년 이해 가장 큰 규모의 지진으로 기록되었다고 한다. 전국의 모든 사람들이 지진을 느꼈다며 들썩였던 그 날. 그 날로부터 한 달 정도가 지났지만 아직도 300차례가 넘는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일본의 전문가들은 한국에도 이제 7.0이상의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고 있다. 과연 우리는 이보다 더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까? '판'의 손선영 작가는 한국에 일어날 지진을 예측했다기 보다 과거 '관동대지진'의 아픈 역사를 다시금 보여주고자 한 의도라고 하지만 이 소설로 지진에 대한 경각심 또한 더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센징을 죽여라. 십오 엔 오십 전을 발음하게 해. 조센징의 썩은 혀는 우수한 일본인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미개하니까. - p. 21
이러한 이슈가 화제가 되고 있는 때, 지진 직전에 발간된 책이 있다. 바로 손선영의 '판'. 이 소설은 일본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어 써낸 소설로 '운종가의 색목인들', '죽어야 사는 남자', '이웃집 남자가 수상하다' 등의 전 작들로 유명한 손선영 작가가 새로 낸 신작이다. 16년 11월 8일. 일본 열도의 3분의 1이 가라앉는 일본 침몰! 시작부터가 거창하다. '판의 파멸', '판의 미로', '판의 퍼즐', '판의 조립'으로 이어지는 목차들도 흥미롭다.
세상은 변한다. 절대적인 가치관이란 어쩌면 허상일지도 모르겠다. - p. 170
판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일본 침몰은 재해는 재해이나 자연재해가 아니었다. 과연 어떤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 것인가? 일본에서, 미국에서, 중국에서, 한국에서. 각 국의 첩보원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판를 알아내고 막아내기 위해 활약한다. 이 판국에 특별한 인재가 발견된다. '판'을 읽어내는 것만이 아닌, '판'을 만들 줄도 아는 인재가!
인연이란 게 때가 어디 있고 장소가 어디 있겠어요. 매일매일 사는 게 지옥인데요. 당신에게 또 당신이 그 사람에게 천국이 되고 천국을 만들어주면 되지요. - p. 177
그렇게 각 국의 에이스 첩보원들이 다양하게 등장하고 서서히 얽혀들어간다. 그들 각자의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얽혀들어가는 모양새가 감탄을 준다. 특히 마지막에 에필로그의 반전은 '아!'하며 다시 앞을 들춰보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과연 일본 침몰은 어떻게 일어난 것이고, 또 그 이면엔 어떤 음모가 있는가를 추측하며 읽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을 것이다.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작가'로 통한다는 손선영의 다음 작품이 나 또한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