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체슬리 설렌버거.제프리 재슬로 지음, 신혜연 옮김 / 인간희극 / 201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영미 에세이 :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Highest Duty : My Search for What Really Matters

  허드슨 강의 기적! 요즘 영화화 된 '설리 : 허드슨 강의 기적'의 원작 에세이다. 이 이야기를 보면서 정말 놀랍다는 생각이 들고 가슴이 벅찼으며, 또 우리의 세월호 사건이 생각나면서 아, 우리는 왜 이와 다른 상황이 일어난 걸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그렇게 어쩌면 기쁘고, 어쩌면 안타까운 심정으로 집어 든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 이 소설은 2009년 1월 15일, 유에스 항공 1549편 여객기가 이륙한 지 5분만에 새떼와 충돌하게 되면서 두 개의 엔진을 상실하고, 그 후 허드슨강을 불시착 장소로 정하게 되면서 탑승자 155명 전원이 살아남은 '허드슨 강의 기적'. 그리고 그 기적을 이뤄낼 수 있었던 '체슬리 설렌버거' 기장의 57년 인생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설리’는 그가 전투기 조종사 때부터 사용해 온 호출명이자 애칭이다.

승객들 모두 나름의 사연과 이유, 목적이 있고, 그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에서 나는 큰 보람을 느낀다. - p. 42

 

  그는 아주 어린 유년시절부터 비행에 관한 꿈을 키워왔다고 한다. 생애 첫 비행은 16세인 1967년 4월 3일. 앞 좌석에 앉아 첫 비행을 시작했다. 조종불능이 되면 쿡씨가 '뒷받침'을 해주었다. 단독 첫 비행은 그로부터 2달 뒤. 총 16회의 연습이 있고 난 뒤였다. 그는 첫 발을 멋지게 뗐다. 그 모든 상황을 쿡씨가 도와줬기에 그는 유독 쿡씨에 관한 애정을 드러낸다. 허드슨 강의 기적을 일궈낸 후에도 쿡씨를 잊지 않고 언급한다.


조종사는 모든 것에 대한 통제력을 끝까지 유지해야 했다. - p. 34

모든 일이 순탄할 때는 비효율성이나 결함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 p. 61


  그의 가족 이야기와 그가 비행에 관한 애정을 여실히 드러낸 이후 이어진 군생활. 그는 미 공군 생활을 하며 전투기를 조종했다. 그가 겪은 훈련에 관한 이야기도 들어있는데 한 가지 흥미로웠던 건 미 공군도 신입 생도들은 제약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전i'm이라는 대답은 허용되지 않았고, 저는 i am이라고 해야 했다. 또한 그들은 부동자세에서 웃을 수 없게 되어 있다.' 우리 나라 군대에서도 볼 수 있는 이런 상급자의 하급자에 대한 부조리가 미 공군 부대에서도 드러나 있어 흥미로웠다. 그리고 군대가 필수가 아닌 환경에서 군대에 들어갈 결심을 하게 된 그의 이야기와 보통의 미국인은 알 수 없을 군대에서 느꼈던 놀라운 경험들. 그가 허드슨 강의 상황에서 침착할 수 있었던 이유 중에는 이러한 군 생활의 엄격함도 녹아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날 그 1549편 여객기의 조종실 안에는 나와 제프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내게 가르침을 주고 응원해주고 내 안의 가능성을 알아봐준 모든 멘토와 영웅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타고 있었다. - p. 39


  책에서 허드슨 강의 상황에 관한 이야기는 전체 400페이지 중 단 60페이지에 불과하다. 총 비행시간 5분 8초. 심지어 앞의 1분 40초간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3분 28초. 그 시간동안 충돌 후 대피가 이루어진다. 정말 짧은 순간 이루어진 정확한 판단. 관제실에서는 계속해서 착륙할만한 근처 공안들을 제시했지만 기장은 '불가능하다'고 판단내린다. 그의 수 시간과 수백만 마일의 비행경력들이 그가 좀 더 자세한 판단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이는 팬암6편이 처했던 상황과 비슷하기에 팬암6편에 관한 이야기도 함께 언급된다. 분초를 다투던 허드슨강과 수 시간의 여유가 허용된 탁 트인 바다. 이렇게 달랐던 상황은 있었지만 팬암 6편도 똑같이 수면 위로 불시착한다. 그도 모든 인명구조는 성공했지만 임종 직전에 멍하게 어딘가 보고있기에 무슨 생각 하냐고 묻자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그 때 화물칸에 갇혀있던 불쌍한 카나리아들 생각...-p. 69'. 조종사들이 특별히 책임감이 있는 걸까. 체슬리 설렌버거는 에세이에서 말한다. 본인들은 굉장히 체계화된 습관 속에 살아가고 있으며 어쩌면 그런 사람들이 조종사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끼는 걸지도 모른다고. 그럼 그런 사람들은 특별히 강한 책임감 또한 가지고 있는 걸까. 자신만 살려고 했던 세월호 선장의 대처방식이 생각 나며 또 한 번 씁쓸해진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터전은 흔들리고 있었고, 그들은 자신의 삶이 불현듯 새떼와 부딪힌 것과 같은 충격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1549편 여객기의 성공적인 불시착은 뜻하지 않은 위기 속에서도 어떻게든 해결할 방법이 존재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더 이상 해볼 도리가 없는 것 같은 상황에서도 빠져나갈 길은 언제나 있다. - p. 321


  그 아찔했던 5분 이후 근처에 있던 배들이 그들을 구조하는 것을 돕는다. 그 것은 어느 기관에서 명령받지 않았던 그들의 순수한 도움이었다. 그건 행운이었고, 덕분에 155명 전원 무사 생존이라는 기적을 낳는다. 이 기적은 기장의 순간적인 판단력과, 그 판단을 뒷받침 한 부기장. 탈출을 신속히 도운 승무원들.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패닉에 빠지지 않고 인솔하는 대로 발빠르게 대피한 승객들이 모두 함께 이뤄낸 기적이었다. 가라 앉고 있는 비행기 위에 아슬아슬하게 발을 딛고 있으면서도 여자와 노약자, 부상자를 우선으로 대피시키는 그 서술들을 보며 아. 이게 정말 아름다운 일이구나 하는 것을 또다시 느꼈다.


  그 기적 이후에 설렌버거의 삶은 많이 바뀌게 된다. 그는 유명인들과 아무렇지 않게 대화할 수 있는 자리에도 많이 초대받았으며 대통령과 오래된 친구사이처럼 통화를 하기도 한다. 그는 모든 일을 최선을 다해왔던 무명인에서 그 것을 인정받은 유명인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것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어떤 일을 계기로 인정받을 수 있는 희망이 될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희생자가 단 한 명이라도 나왔으면 결코 이러한 초대에 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같이 탄 승객들이, 그리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보낸 사연들에 대해 소개도 해준다. 결혼을 약속했던 커플의 죽음을 앞둔 아름다운 키스, 다른 비행사고를 겪었던 승객의 기시감, 형의 장례를 치르고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이렇게 이르게 또 다른 장례식을 맞이하게 하지 말아달라는 기도. 그 들의 이야기도 많았지만 역시 압도적인 편지는 사고를 같이 겪지 않은 이들의 것이었다.


  설렌버거는 그저 자신의 일을 했을 뿐이라고. 자신은 그렇게 위대한 영웅이 아니며 모두가 기억해야 할 것은 나도 그 155명 중의 한 명 이었기에 최선을 다했던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가 이뤄낸 이 기적은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책이 끝나고 난 뒤 부록에는 당시 상황에 대한 미 연방교통안전 위원회 조종실 음성기록장치 녹취록 발췌문이 삽입되어 있다. 그 급박했던 당시 상황이 모조리 기록되어 있는 이 부록은 다시 생각해도 정말 아 이건 정말 기적이구나. 기적을 이뤄낸 거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들은 아마 나처럼 느꼈을 것이다. 나 또한 인생의 엔진을 상실한 것과 같은 위기감을 겪고 있다고. 하지만 이러한 기적을 목도하고 나니 나 또한 어떻게 해서든 아름다운 불시착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얻었다고. 그렇게 벅차오르는 심정을 느낀 사람들은 그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그에게 어떻게 해서든 감사를 전하고 싶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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