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 안의 여자
윤정옥 지음 / 문이당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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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렌즈 안의 여자'는 '그 여자의 전설'로 2009년에 제2회 횃불문학상을 수상한 윤정옥의 세 번째 장편소설이다.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이 만나 서로에게 기대를 하지만 그 기대하는 면이 다른 측면이기 때문에 깊어지는 상처로 인한 사회 병리적인 측면을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 시놉을 보고 정말 기대하며 보게 된 작품이기도 하다.


남편이 바람이 나면 남편을 잡을 일이지, 왜 여자끼리 붙어서 싸우며 여자들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거야. - p. 18


  여강과 민규. 민규는 6개월째 실직중이며 여강은 그동안 시장에서 커피와 토스트를 팔고있다. 여강은 점점 억척스러운 아줌마가 되어가고 있다고 느낀다. 그 와중 시장바닥에서 여자와 여자가 싸운다. 본처와 바람난 여자. 남자들은 바람난 여자의 편을 들고 여자들은 본처의 편을 든다.


여강은 자신의 부부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되짚어보게 되었다. 가족구성원이 저마다의 의무가 있는데 어느 한 사람이라도 자기가 맡은 책임을 완수하지 못할 때 가정은 삐그덕댄다. - p. 27


  여강은 생계를 위해 한 회사에 입사지원하지만 떨어진다. 면접관은 점잖고 느낌 좋은 사람이었는데, 우연히 그를 동창모임에 나갔다가 만나게 된다. 자신에게 호감을 느껴 직원으로 부리지 못할 것 같아 불합격처리했다는 그. 여강은 오랜만에 여자로서 들뜨는 자신을 느낀다. 그와 만남을 지속해가며 여강은 그가 성불구인 것을 알게된다. 그녀는 남편 민규로 인해 육체적인 사랑보다 정신적으로 충족되는 사랑을 원해왔기에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하지만, 성불구이기에 오히려 더 성에 대한 관심이 많아 그녀에게 자극적인 말을 보내오는 세진. 여강은 그로 인해 성불구에 대해 공부하고 그의 도착증세를 고쳐주고싶은 마음을 가진다.


  그들은 여행을 떠난다. 세진은 절정을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도달하지 못 한다. 여강은 진심으로 그를 위로했으나 세진은 그 말로 인해 더더욱 큰 절망에 빠진다. 결국 세진은 자살한다. 그로 인해 그들의 관계가 알려지게 되고, 남편 민규도 알게 된다. 분노하고 절망한 민규를 두고 여강은 볼 낯이 없어 모두 그의 뜻에 따르겠다며 명상센터로 떠난다. 그리고 민규는 자신의 아내와 자신, 그리고 그간 자신의 행동들을 되돌아보며 깊은 고민에 휩싸인다.


  애정결핍증을 가지고 정신적인 사랑을 갈구하던 여강과 성불구인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고 도착증세를 보이며 육체적인 사랑을 갈구하던 세진, 그리고 결국 여강의 부정을 포용하는 민규를 통해 작가는 정신적인 사랑이 육체적인 사랑보다 더 우위임을 말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술술 읽히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과연 이야기에서 정신적인 사랑이 우위임을 보여주고 있는가. 여강은 물질적으로 각박한 때 민규를 감싸안지 못했으며, 특수한 곳에서 세진을 만나 그에게 위로를 받는다. 게다가 세진에게 빠지게 된 이유를 물질적인 면에서 안정되어 있으며 거기서 나오는 여유로움과 점잖음이라고 말을 한다. 이런 여강의 감정서술에서 이것이 과연 정신적인 사랑을 원하는 사람이 보일 수 있는 심리변화인지에 의문이 생긴다. 물질에 대한 인간의 본성 혹은 나약함을 강하게 드러낸 책이 아닐런지. 지신의 애정결핍을 세진에게서 채우고 싶어했던 여강은 '나 혼자서 걸어가는 길이 내 삶이다'라는 결론을 짓는다. - p. 216'고 말하는데 여기에서도 한 인간의 내면적인 성숙을 볼 수 있을지언정 정신적인 사랑의 우위에 관해 말하고 있는가 하는 점은 의문으로 남는다.


비탈을 내려가는 민규의 뒷모습에서 짠한 애틋함이 여강의 가슴 밑바닥에 고여들었다. 언제였던가. 가슴이 넓은 사내라고 바라보았던 적이. - p. 211


  마지막에 민규는 여강을 용서하고 그녀와 다시 결합하게 된다. 후반부의 민규는 책 초반의 화를 자제하지 못 하고 여강의 여자로써의 매력을 폄하하던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그 남자의 49제에 할애하는 여강의 시간에 돈을 몰래 보내며 너그러운 모습을 보인다. 이는 민규가 '내 아내가 왜 불륜을 했을까.', '왜 하필 성 불구인 그 남자였을까.' 등에 관해 고찰을 하고 자기 나름의 결론을 낸 까닭도 있겠지만, 나는 그것이 그가 신생회사 이사자리로 재취업을 하고 돈을 다시 벌게 되어 여유를 갖게 되었음으로 이해했다. 아마 그 남자보다 자신이 낫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해본다. 그로 인해 세진의 관점을 제외하고 이 책에서는 정신적인 사랑에 관한 생각보다 인간이 물질적으로 결핍되었을 때 얼마나 옆길로 샐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을 해 보게 되더라. 그러한 관점에서 보면 참 씁쓸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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