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른 아이
샤를로테 링크 지음, 강명순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독일 소설은 정말 오랜만에 읽어본다. 샤를로테 링크가 쓴 이 작품은 2부작 TV드라마 시리즈로 제작되었을 정도로 인기리에 판매되었다고 한다. 인간의 관찰력에 대한 통찰을 보여준다는 평을 듣는 만큼 이번 소설 또한 인간 내면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으로 등장인물들의 감정 변화에 대해 세밀하게 표현해 서늘함을 보여주었다.
1970년에 농장주에게서 달아나는 여인에 관한 이야기를 하던 소설은 6페이지만에 2008년으로 건너뛴다. 그리고 또 불과 몇페이지만에 에이미라는 여성이 살해된다. 그 여성이 일하는 집의 주인은 프라이어레이지 스쿨의 프랑스어 강사. 그리고 그곳의 또다른 프랑스어와 스페인어 강사 데이브와 그웬이라는 농장주의 딸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웬은 매력없는 여자였고 그녀의 주위사람들은 모두 그녀와 결혼하려고 하는 잘생긴 강사인 데이브를 미심쩍어한다. 그웬의 아빠 채드. 그의 친구 피오나는 익명의 전화로 신경이 곧추서있던 차에 그를 알게되고 사랑이 아니라 경제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며 약혼식에 쏟아붙여 분위기를 파토낸다.
그는 사회적 모순을 지적하는데 몰두하느라 정작 사회의 일원이 될 기회를 놓쳐버렸다. - p. 215
그리고 피오나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녀는 채드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그에게 메일로 회고록 비슷한 문서를 보낸다. 그 과거이야기의 챕터 이름은 '다른 아이'. 책의 제목과 같다. 아주 어렸을 적 그녀의 모습으로 시작하는 이 이야기에서 그녀는 독일군의 공습으로 인해 부모가 위탁가정에 맡기는게 안전하다고 판단해 시골로 내려보내진다. 그리고 그 위탁가정에서 채드를 만나게 된다. 이 이야기는 그녀와 채드에 관한 '죄책감'에 관한 이야기이며 책의 중간중간 삽입되어 사건과 맞물려 진행된다.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피오나는 살해당한다. 영국의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일어난 2건의 살인. 그 살인은 방식이 흡사해 동일범의 소행일 수 있다는 사실에 경찰이 주목한다.
언제나 착하고 순진한 사람으로 보였지만 실제로는 증오심에 불타는 괴물이었지. 인간 심리를 잘 파악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눈에 보이는 모습만 기억하니까 - p. 537
이 소설은 결국 한 사건으로 인해 두 사람이 불행해진 후 그들의 가족까지 대를 이어 내리 불행해졌다는 이야기를 하며 '과연 우리는 가까운 누군가에 대해 잘 알고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죄책감이란게 어떻게 사람을 짓누르는지, 증오가 가득 쌓이면 사람은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사람들이 생각보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얼마나 무관심한지에 대해 보여준다. 소설을 다 읽고나면 표지만 굉장히 새롭게 다가온다. 가까이 붙어 서로를 신경쓰는 듯한 두 남녀와 얼굴이 까맣게 표현된 한 아이. 살인사건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로 전개되지만 다 읽고나니 그 아이에 대한 연민만이 진하게 남는다.